너무 답답하여 조언겸 속풀이겸 글 올립니다.
중3인 남자아이에요. 조용하고 꼼꼼한 성격이에요.
연락하는 친구 단 한명이 없고요. 늘 학교와 집,학교와 운동하는곳 동선이 이렇습니다. 그걸 아이가 불편해하지는 않고요.
친구를 원하는것 같은데 친구와 어울릴 수 없는 치명적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이의 느림때문인것 같아요.
워낙 꼼꼼해서 아주 작은것도 지나치지 못하다보니 모든 면에서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면 지우개가루 하나하나 나올때마다 휴지통에 버리느라 뚜껑달린 휴지통은 없애버릴정도구요.
밥풀하나, 아주 작은 빵가루 과자가루 하나라도 떨어지면 손에 비록 큰것을 갖고있더라도 가루가 떨어질때마다 줏어먹느라 먹는시간이 상당하구요(이건 위생적으로나 미관상으로도 않좋아 고치라 잔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결국 제자리입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엇이든 입에 들어가면 입안에서 죽이될때까지 삼키지 않아서 아주 적은양의 밥도 1시간은 기본이고 가만히 놔두면 2~3시간도 먹을때가 있어요. 초등학교때부터 학교에서 제일 늦게까지 먹는아이로 불릴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구요.
그러니 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없지요. 속도가 늦어도 너무 늦으니까요.
물종류를 넘기지 못하는게 제일 심각해요. 보통사람은 절대 이해못하죠. 물 한모금 마시는데 10분이 걸려요.
장난치거나 딴짓을해서가 아니라 입안에서 목구멍으로 넘기는것 자체를 못해요.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데요.
알약을 삼키는것은 더더욱 사상을 못하구요.
속도가 늦으면 먹다가도 때로는 상황에 맞게 중간에 그만 먹을줄도 알아야하는데 무엇을 남기는것은 절대 안해요.
좋게 말하면 절약과 알뜰하다고 말할 수 있겠고 다르게 표현한다면 지나치게 작은것도 그 쓰임세가 다 할때까지 버리질 못합니다.
물컵에 물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먹어야하고, 과자껍질,빵껍질,아이스크림껍질등에 살짝 묻어있는 음식도 싹싹 핥아서 깨끗한걸 봐야 버리고, 밥그릇, 접시등에 묻어있는 음식 국물까지 깨끗이 없어져야 다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불교의 발우공양식이 딱 맞는 표현이겠네요. 그렇다고 불교의 영향을 받은적도 없는데 말이죠.
아끼고 남기지 않는게 얼마나 좋나요. 그걸 뭐라하고싶지는 않은데 꼼꼼한 성격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너무 걸려서 일상생활이 전혀 되지를 않으니 문제에요.
학교도 가야하고 저녁에는 잠도 자야하니 식사시간마다 빨리 먹어라 잔소리를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즐겁지 못한 어찌보면 고문에 가까운 식사시간이 되어가고, 아이는 입도 짧아서 키도 안크고 비쩍 말라서 난민수준의 몸이에요.
보약에 좋은 음식에 먹여봐도 삼키는것 자체를 잘 못하니 뭘 주기가 겁나기까지 합니다.
원인을 알아보고자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도 해봤고 (정상이라합니다), 집근처 신경정신과에서 검사도 해 봤어요.
그냥 강박증이라고 약을 한움쿰 처방해주는데 물도 삼키기 힘든데 알약을 5알주니 약 한알당 10분 걸리고 그 약을 다 먹으면 앉아서 꼼짝없이 앉아서 1시간 있어야하니 이제는 약먹는 시간만되면 아이가 표정이 어두워지고 한숨을 푹푹쉬니 이렇게 치료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올해 4월부터 치료받는데 나아지는것도 모르겠고 의사도 차도가 더딘것같다며 뇌에 직접 치료하는 기계 들여놨다고 그 치료를 하자는데 아이에게 뇌에 직접 뭔가를 가한다는게 아직 맘이 썩 내키지는 않더라구요. 대학병원으로 가봐야할지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지 정말 속이 답답하고 속상하네요. 혹시 주위에 제 아이와 비슷하게라도 경험하신 선배분들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