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대개 헬쓰를 하는데 오늘은 그냥 맘이 어수선해서 마트에서 간단한 장 보고 그냥 왔어요.
집 현관에 등기를 경비실에 보관했다고 쪽지가 꽂혀 있더라구요.
보낸 곳이 **경찰서이니 아마도 교통범칙금이겠지 싶어요.
남편한테 오면서 경비실에서 등기 받아와 달라고 카톡했어요.
그러면서
돈 없어 죽겠는데 교통범칙금까지 내야 하니 한숨난다.. 이렇게 썼어요.
장본거 정리하면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내가 카페 커피도 이젠 완전히 끊고 캡슐커피로 대체했다가
이젠 캡슐커피마저 끊었고 카누로 마셔요.
캡슐커피 집에 다 떨어져서 장보면서 캡슐커피 들었다가 그냥 다시 그 자리에 놓았어요.
내가 지금 이거 마실때가 아니지 싶어서요.
더더 절약해야 하면 아마도 맥심으로 그 다음엔 맥스웰로?
제가 미각이 고급이예요.
백선생식 단맛으로 버무려진 음식으로는 전혀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입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는 집에서 간단하게 갈비찜을 해도 은행까지 꼭 넣으셨죠.
이런 걸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 싶은 것도 그 옛날에 모두 집에서 만드셨어요.
1960년대에도 집에서 가스텔라도 위에 계란 줄 친거 만드셨고
새봄이면 여린 쑥잎을 뜯어서 데쳐서 냉동하셨던 분이었어요. 일년 내내 쓴다고요.
이런 친정어머니 덕인지 제 미각은 최대로 발달해서 웬만한 외식으로는 음식 맛보는 즐거움을 못 느낍니다.
하다못해 와인도 그래요.
커피도 그렇구요!
그냥 매일 먹는 음식도 다 그래요.
그것 뿐 아니라 옷 입는 것도, 색상도...
그렇게 다 느끼는 내가 즐기고 싶은거 사고 싶은 거 모두 다 마음을 접고 안사요.
안 아끼는 건 마트에서 식재료 뿐입니다만,
그것도 호수산 쇠고기에서 이젠 돼지고기로 다 대체했어요.
대신 야채볶음은 원없이 해서 먹어요.
장본거 정리하면서 눈물이 조금 났는데
제가 정신차리자.. 이건 암것도 아니야... 이렇게 되뇌었어요.
난 더한 것도 다 이겨냈어.
사람이 견디기 힘든 것도 다 이겨내고 살아온 난데 이깟 교통범칙금이 뭔 대수라고..
내가 이겨낼거야. 다 이겨낼거야.
남편이 오면서 교통범칙금 통지서를 안 가져오네요.
왜 안가져왔어? 하니까 당신이 속상할까봐서 그냥 차에 뒀어.
내가 낼테니까 걱정 말아.. 이러네요.
뭐였어? 하니깐 60Km 제한속도인데 당신이 80Km 로 몰았대..
아마도 내가 출근길에 늦어서 속도를 내서 그랬나 봅니다.
내가 안전운행의 모범이라 자신하면서 살았는데 나도 모르게 과속했나봐요.
그냥 너무 속상한 날이네요.
내가 이렇게 절약하고 살면 뭔 끝이 보일까요?
남편 말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절약이 왕도가 아니래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신장시켜야 하는거래요.
내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나도 그걸 알고 싶어... 이러고 말았어요.
전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