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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와 종로통이 수 만 명의 백남기로 넘쳐났습니다.

꺾은붓 조회수 : 1,881
작성일 : 2016-10-02 10:45:37

  서울 대학로와 종로통이 수 만 명의 백남기로 넘쳐났습니다.


  어제(10.1) 오후 3시부터 서울 대학로에서는 백남기농민 추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줄잡아도 3만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집회연사들의 연설요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농사를 반드시 지켜내자!”는 백남기농민의 거룩하고 숭고한 뜻을 이어받자는 것과, 백농민의 시신에 또다시 칼을 들이대는 “부검”만은 결단코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시각 백남기농민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는 3~4일전부터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분들이 보낸 장례에 소요될 각양각색의 물품이 산더미 같이 답지하고 있어 이를 쌓을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물(생수)과 라면과 과일정도야 누구나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물품이지만, 우리국민들 어찌 헤아림이 그리 밝으신지 한데서 밤샘을 할 때 춥지 않게 깔고 덮으라고 비닐매트와 담요와 이불, 비가 오면 비를 맞지 않고 일을 하라고 비닐우비와 우산,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오후 2시 반 쯤 그 넘쳐나는 물과 과자를 승합차에 가득 싣고 집회가 열리는 서울대병원 정문(함춘관 옆)으로 몇 차 싣고 가서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 아스팔트에 그냥 앉아서 연사의 연설을 듣고 있는 군중들에게 각자에게 생수 한 병 씩과 각종 과일과 과자를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습니다.

  성큼 받는 분도 있었지만 겸손한 우리국민, 그냥 나눠주는 물품을 주저주저하며 받기를 망설이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대로 나누어 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얼른 스티로폼 판에 전면에는 “부검을 해야 할 대상은 사인이 명백한 백농민의 시신이 아니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청와대, 내각, 더러운 재벌 돈 긁어모아 급조한 2개의 재단이다.”라고 쓰고 후면에는 “나눠드리는 음료수와 과자는 장례에 쓰라고 전국각지로부터 산더미같이 답지하는 물품입니다. 이렇게 가슴 따듯하고 인정미가 넘쳐나는 착한 국민에게 <물대포>라는 하늘도 용서 못할 만행을 저지르다니!”하고 써서 보여주니 모든 분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받아 드셨습니다.

  수만 명에게 엄청난 양을 나누어 드렸어도 물품야적장에는 물품이 별로 줄어든 것 같지를 않습니다.


  오후 5시부터 대학로~종로5가~종로2가 보신각 4거리~백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신 종로구청 앞까지 가는 긴긴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맨 앞에는 앳된 학생들에게 들려진 수 백 개의 백농민영정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수많은 단체의 깃발과 대표들이 따르고 수만의 시민이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들고 뒤를 따랐습니다.


  그 손피켓의 대표적인 문구가 “내가 백남기다.”였습니다.

  그러니 줄잡아도 3만 명의 백남기농민이 종로통 한편을 꽉 채우고 긴긴 시가행진을 한 것입니다.

  모두다 백남기농민의 정신과 유지를 받들기로 하늘과 자신의 양심에 다짐을 한 사람들이니 그들이 왜 백남기가 아니겠습니까?

  백남기 한 분 가시고 전국의 논과 밭에 천만의 백남기가 다시 태어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경찰은 보신각(종로2가)사거리에서 경찰벽과 차벽을 치고 그 이상의 시가행진을 저지했습니다.

  대로 뿐 아니라 종로구청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골목길 입구마다 경찰이 틀어막고 있었고 종로통에 비하여 훨씬 좁은 구청앞 도로는 경찰차가 차벽이 아니라 송곳도 꼽을 수 없게 주차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1~2시간 끌며 경찰과 젊은 시위대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인파에 밀리고 경찰의 방패에 밀려 아우성치는 소리가 끈임 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가다가는 어디서 또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른 길거리에서 큼지막한 박스 하나를 주워 경찰(의경)들을 위무하기로 했습니다.

  박스 판 위에 쓴 글은 <사랑하는 국민의 아들 의경들아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따뜻하게 저녁밥이나 먹었느냐?, 지금 너희 부모님들은 너희들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시다. 부디 자중자애 몸조심 하거라!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도 네 몸같이 지켜주어라. 하루 빨리 좋은 세상 만들어 우리 웃는 낯으로 만나자!>라고 써서 아무 표정도 없이 방패 들고 서 있는 경찰들 앞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보여주었습니다.

  눈살을 찌푸리며 째려보던 경찰간부도 그 글을 읽고는 고개를 돌리거나 떨구고 의경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보는 듯해도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하다는 표시하는 의경도 있었고, 더러 마음씨 여린 의경은 남 몰래 몰래 눈물을 훔치는 의경도 있었습니다.


  보신각 앞에서 길이 막힌 시위대는 이리저리 흩어져서 광화문광장의 900일째를 맞는 세월호참사 집회에 참여를 했습니다.

  무지막지한 경찰도 종로구청 앞은 철통같이 봉쇄해도 삼삼오오 나누어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것은 차마 막지를 못 했습니다.

  세월호 집회의 주된 내용도 백남기 농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장면을 동영상을 찍어 곁들이면 이해도 쉽고 실감이 나련만 저는 나이도 있고(70), 쓰고 있는 전화도(019-????-????)박물관에 있는 구형이고, 또 SNS인지 뭔지 그런 것을 할 줄을 몰라 글로 이렇게 대신합니다.


  늦게 집에 돌아와서 늦잠을 자고 깨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어찌 하늘인들 무심하리오.

  이 비는 백남기 농민이 이승을 떠나는 설움에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고, 어제 백농민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와 학생들을 보시고 “내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흘리시는 기쁨의 눈물 같습니다.


  우리 백농민의 죽음을 결코 헛되게 하지 맙시다.

IP : 119.149.xxx.80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0
    '16.10.2 10:47 AM (49.175.xxx.137) - 삭제된댓글

    대신해 줏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2. 00
    '16.10.2 10:48 AM (49.175.xxx.137) - 삭제된댓글

    대신 그곳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 3. 감사합니다.
    '16.10.2 10:53 AM (108.29.xxx.104)

    글 전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다시 올 민주주의를 기다립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한국 기사 뉴욕타임즈에서
    읽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4. .....
    '16.10.2 11:03 AM (218.236.xxx.162)

    정말 고맙습니다

  • 5. 세운붓
    '16.10.2 11:03 AM (121.132.xxx.241)

    살아있는 국민들이 존재함에 감사해요. 비록 전 비 내리는 경기도의 집안에서 이 글을 읽고만 있지만요...

  • 6. 쓸개코
    '16.10.2 11:07 AM (14.53.xxx.239)

    내가 백남기다.

  • 7. ***
    '16.10.2 11:11 AM (125.183.xxx.4) - 삭제된댓글

    1차산업이 살아나야하고
    활기 찬 농업이 되어야하고
    농민이 일어서야합니다.
    우리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 못한다면
    머지않아 식량전쟁이 날 것이고
    그 때 후회해봐야 소용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백남기가 되어서
    우리의 쌀, 우리의 씨앗을 지켜야합니다.
    밥만 하고 청소만 하는 주부도
    이렇듯 우리나라 앞날이 걱정됩니다.

  • 8. ㅇㅇㅇ
    '16.10.2 11:19 AM (125.185.xxx.178)

    감사합니다

  • 9. 좋은날오길
    '16.10.2 11:40 AM (183.96.xxx.241)

    하루하루가 역사의 현장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글 감사해요

  • 10. 에휴
    '16.10.2 11:45 AM (223.62.xxx.90)

    눈물나네요.
    감사합니다.

  • 11. 유탱맘
    '16.10.2 11:45 AM (210.100.xxx.58)

    아침부터 감동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12.
    '16.10.2 11:53 AM (210.90.xxx.19)

    글 감사합니다.

  • 13. 슬픔
    '16.10.2 12:50 PM (220.76.xxx.253)

    고맙습니다.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14. 꺾은붓
    '16.10.2 1:01 PM (119.149.xxx.80)

    읽고 댓글을 달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15. 여전히
    '16.10.2 1:09 PM (119.200.xxx.230)

    찬피짐승들과 싸우는 뜨거운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 16. 달퐁이
    '16.10.2 1:12 PM (220.118.xxx.179)

    글 감사합니다...잘 읽었고 거기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 17. ㅡㅡ
    '16.10.2 2:46 PM (112.150.xxx.194)

    감사드립니다.

  • 18. 감사합니다.
    '16.10.2 6:58 PM (182.215.xxx.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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