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파트 할머니에게 삥 뜯기고 왔어요 ㅜㅜ

일진할매들 조회수 : 6,558
작성일 : 2016-09-30 11:33:49

올해 들어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내리고 있는 제 피부를 위해

홈쇼핑에서 큰 맘 먹고 주문한 마스크팩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어제 받았는데 오늘에서야 찾으러 경비실에 다녀왔어요.

남들은 흑설탕팩이다 뭐다 해서 하루가 다르게 피부에서 광이 난다는데 제 피부는 답이 없네요 ㅜㅜ

 

경비실에 가보니 역시 경비 아저씨는 안 계세요.

모든 택배는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주문하는 편이기에

택배 받을 때마다 경비실에 가야하는데 매번 경비 아저씨와 숨바꼭질 하는 기분으로

오늘은 또 어디가서 이 아저씨를 잡아오나....이런 심정으로 내려갔어요.

 

이 아파트 이사온지 3달 되어 가는데 처음엔 당췌 찾을 수 없는 경비 아저씨 때문에

많이 당황했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해요.

이 아파트는 주민들이 알아서 지키는 자율경비 시스템인가.......;;

 

폭염이 끝도 없이 이어지던 이번 여름 같은 날씨에

나 같아도 저 덥고 좁아터진 상자같은 경비실에 앉아 있기 싫겠다 싶어서

항상 자리를 비우시는 경비 아저씨를 이해해드렸는데

더위가 다 지나고도 절대 경비실에 안 계시는 걸 보니

그냥 우리 경비 아저씨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가봐요.

 

일단 아저씨가 주로 짱박히시는 지하실 입구에서 불러봤는데 안 계시길래

주차장으로 나가보니 뭔가 시끌시끌하고 경비 아저씨도 거기 계시더라구요.

뭐 하시나 가봤더니 할머니 세 분과 왠 아저씨 한 분과 함께

대추나무에서 대추 터느라 정신이 없으세요.

 

오래된 단지라 나무들이 다들 아마존 원시림 수준으로 울창한데

전 여태껏 그게 대추나무인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택배 찾으러 왔다고 말씀드리니 아저씨는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알았다고 하시고

여전히 대추 줍느라 정신 없으신데 이미 마트 봉지로 하나 가득 채우셨더군요.

근데 제가 택배 찾으러 왔다고 하니 할머니들이 갑자기

"아이고 워쩐디야. 택배 찾으러 왔다쟎아. 어서 가봐야겠네~"

하시면서 되게 좋아하시더라구요.

 

순간 단박에 알겠더라구요.

아저씨와 할머니들 사이에 피 튀기는 대추줍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걸 ㅋㅋ

 

괜히 아저씨 방해한것 같아 죄송해서 뻘쭘해하며

저도 바닥에 비내리듯 쏟아지고 있는 대추를 열심히 주으며

이게 대추 맞냐고 할머니들에게 여쭤봤어요.

일단 막 열매가 쏟아지니 본능적으로 줍기는 하는데 실은 그게 대추라는 확신은 없었거든요.

 

갑자기 할머니 한 분이 이게 뭔지도 모르고 뭐하러 줍냐길래

진짜 이건 어떻게 먹는거예요? 하고 되물었다가........

먹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뭐하러 주워가냐고 이리 내놓으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아파트 일진 할머니들이었나봐요.

 

마침 와이드팬츠 주머니가 커서 열심히 채우고 있던 저는

걍 주머니 다 털어서 드리고 조금 더 주워드리고 왔어요.

내미시는 자루를 보니 어마어마하게 채우셨더라구요.

 

쳇.....나도 관리비 내는 입주민인데 ㅠㅠ

뭐 그자리에서 단지내 유실수에 대한 권리 주장 한다고 먹힐 분위기도 아니고

전 대추 들어가는 음식이라고는 약식과 갈비찜 밖에 모르겠는데

그거 해먹을 것도 아니고 해서 순순히 드리고 오긴 했지만

할머니들 포스가 장난 아니긴 했어요 ㅋ

 

경비 아저씨와 다시 경비실로 돌아오는데

저 할머니들이 며칠째 저 나무 못 털어먹어서 몸살을 하며 난리를 쳐서

오늘 날 잡고 터는거라고 하시며 연신 저 대추로 대추차 끓여 먹어야 하는데....

걱정하시더니 저에게 택배 상자 내어주시고는

다시 쏜살같이 주차장으로 뛰어 나가시더군요.

평소에 경비 업무를 그렇게 빛의 속도로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할머니들에게 대추 상납하고 돌아와 일단 얼굴에 팩 한 장 붙이고

주차장에서 자란 나무에서 딴 열매따위 먹고 싶지 않아....라며

정신 승리 중입니다 ㅠㅠ

IP : 116.34.xxx.8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9.30 11:37 AM (180.158.xxx.212)

    어머..글 정말 잘 썼네요.
    재밌게 읽고 가요.
    그 대추 중금속 많을걸요.

  • 2. ,,,,
    '16.9.30 11:38 AM (115.22.xxx.148)

    글을 참 잘쓰시네요..^^

  • 3. ㅎㅎㅎㅎ
    '16.9.30 11:39 AM (222.110.xxx.76)

    원글 님 글 진짜 재미있어요.

    저 젊은 새댁은 먹을 줄도 모름서 왜 가져간댜
    그러게 말여


    이런 소리가 막 들리는 듯 하네요

  • 4. ..
    '16.9.30 11:43 AM (114.206.xxx.173) - 삭제된댓글

    아파트 마당의 과실은 약 많이 쳐서
    감도 많고 모과도 많았지만 아무도 안 먹었는데...

  • 5. ㅋㅋ
    '16.9.30 11:44 AM (221.139.xxx.78)

    재미있게 읽었어요~

  • 6. 그래도
    '16.9.30 11:47 AM (58.125.xxx.152)

    원글님 아파트는 대추나무 관리 잘했나봐요.열매가 열리는 것 보니..그래도 중금속 땜에 별로지만;;;
    저는 우리 집 앞에 있는 나무가 대추나무인 줄 몇 년만에 첨 알았네요.그것도 친정부모님께서 알려주셔서..
    한번도 열매가 열리지 않아요.비실비실...

  • 7. 몇년전
    '16.9.30 12:01 PM (112.162.xxx.61)

    가을에 태풍 연달아 온적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가로수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정신없이 주워온 생각이 나네요 가방에 담아온거 사무실에 와서 세어보니 한되는 훨씬 넘겠던데 ㅎㅎ

  • 8. ...
    '16.9.30 12:08 PM (211.226.xxx.178)

    ㅍㅎㅎㅎ
    재밌네요.
    전 처음 부분 읽고는 택배 찾으러 갔다 할머니들에게 마스크팩 뺏기고 왔다는 내용인줄 알았더니...대추 였구요..ㅋㅋㅋ

  • 9. 어머어머
    '16.9.30 12:09 PM (119.194.xxx.100)

    원글님 글 정말 잘 쓰세요! 숨바꼭질 대목에 빵 터지고 연속 키득키득 거렸어요.

  • 10. ㅋㅋㅋ
    '16.9.30 12:31 PM (180.230.xxx.34)

    어디서 잡아오나 경비아저씨
    일진 할머니들
    잼있었어요
    근데 그거 주차장 공해 있어 건강에 안좋아요

  • 11. 원글
    '16.9.30 12:33 PM (116.34.xxx.84)

    그져그져? 중금속 잔뜩 먹고 자랐을텐데 대추차 끓여드시겠다던 경비 아저씨가 걱정되네요 ㅎ

  • 12.
    '16.9.30 12:34 PM (125.128.xxx.142) - 삭제된댓글

    빼어난 글 솜씨덕분에 더 재미있네요.

  • 13.
    '16.9.30 12:41 PM (223.62.xxx.42) - 삭제된댓글

    님도 다시가서 주워오세요

  • 14. 아파트 단지에서
    '16.9.30 12:43 PM (116.126.xxx.157) - 삭제된댓글

    몇 개월에 한번씩 살충제를 살포하는데 그게 맹독성이라 창문 다 닫아야할 정도예요. 삥 뜯긴게 아니라 할머니들이 은총을 베푸신 거네요.

  • 15. 쓸개코
    '16.9.30 1:35 PM (121.163.xxx.64)

    지금 익기 시작하는 조금 붉게 물들기 시작한 대추가요 엄청 달아요.
    더 익게 뒀다가 대추 말리시려나봅니다.^^

  • 16. 귀엽네..
    '16.9.30 1:52 PM (14.33.xxx.135)

    원글님 넘 귀엽네용. ㅋㅋ 저도 은행나무 은행 가져가는 분들 보면서 이런 생각 하죠.. 찻 길 옆에 있던 은행인데 먹고싶지 않아. 이렇게... 은행 좋아하는데.. ㅎㅎㅎㅎ 한강변이나 천변 이런데 산책하면 알림판에 나물 채취하지 말라고, 살충제 뿌렸다고 경고 붙어있어도 아주머니들 엄청 많이 채취하더라고요.. 자기가 먹는 건지 파는 건지...

  • 17. ....
    '16.9.30 2:00 PM (223.62.xxx.79)

    글 재밌어요....원글님도 귀엽고 ㅎ

  • 18.
    '16.9.30 5:51 PM (124.49.xxx.116)

    2탄부탁드립니다 글솜씨가좋으세요
    즤동네는 그나마 휴대폰번호적어놓으셔서 바로오시더라구요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4289 날아가다 //날라가다 구분쉽게 알려주세요 9 배움 2016/10/07 1,378
604288 사업장에서 직원으로 이름빌려주는것 2 ... 2016/10/07 776
604287 남편이나 남친이...아내분이나 여친분 어느부분이 맘에 드셨데요?.. 6 ..... 2016/10/07 1,726
604286 mbc의 흔한기자? 2 김세의기자 2016/10/07 685
604285 봄바엔..코메스타 사이트 옷 어때요? 2 가을하늘 2016/10/07 3,881
604284 큰애다니던 학원 아들둘맘 2016/10/07 351
604283 공항가는길 질문 2 qq 2016/10/07 1,894
604282 어제 경향신문 3d 1면 냉면좋아 2016/10/07 325
604281 김제동 붸린 곳은 성공회대학 때문인 듯 16 김제동 2016/10/07 4,103
604280 밑에글 중 기러기하는 형부의 이혼말리는 처재글이요 13 궁금 2016/10/07 4,958
604279 볶음우동에 굴소스 간장만 있으면 되나요? 8 .. 2016/10/07 1,991
604278 김종대 "참모총장-간부 부인들, 민망한 파티 했다&qu.. 13 샬랄라 2016/10/07 3,346
604277 인터넷조언듣고 한의대 안간 사람이 있다고 4 ㅇㅇ 2016/10/07 2,802
604276 소방서에 음식들보내는것도 김영란법 위반에 들어가나요? 8 . . 2016/10/07 2,028
604275 이화여대 오늘 밤8시 3차 총시위 11 옷 따뜻하게.. 2016/10/07 1,335
604274 강남 재건축 35층도 높은데 40~50층 요구하네요 17 재건축 2016/10/07 4,425
604273 왜 도전이란게 어려운걸까요 2 ㅇㅇ 2016/10/07 593
604272 신용카드에 교통카드 겸용인데 찍으면 잔액이 부족하다는 건 대체 .. 2 교통카드 2016/10/07 1,386
604271 박근혜가 사랑한 주얼리샵 재벌사모님들이 착용하는 1% 청담동 베.. 1 무당 2016/10/07 3,678
604270 질투의 화신 저만 짜증? ㅋㅋ 14 dm 2016/10/07 5,339
604269 백현향수 써 보신 분 어떤가요 향수 2016/10/07 735
604268 군인아들 위한 단체 면회 5 면박 2016/10/07 832
604267 택배 문 앞에 두고 가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벨 계속 누르시네요 .. 10 택배 2016/10/07 3,993
604266 남편과 관계후 이상증상 20 ... 2016/10/07 22,670
604265 통유리의 저주?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의 비밀 ㅡ프레시안 펌 9 좋은날오길 2016/10/07 6,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