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동안 전세만을 고집했던 부동산 폭락론자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9월초에 집을 사버렸으니, 이제 부동산 가격이 꼭지인가요?
제가 집을 사야하나 고민을 시작한 것은 올해 7월부터입니다. 고민으로 밤잠도 못자고 밥도 잘 못먹겠더군요. 10년 동안 폭락을 외치다가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집을 사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와이프한테 욕도 많이 먹었고요.(사실 와이프는 몇 년전에 집을 사자고 했다가 저에게 구박을 당했던 상황입니다 ^^) 고민고민하던 저는 결국 제가 존경하는 경제전문가분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얼마 후 정말 감사하게도 답장을 보내주셨더군요.
이 글은 그 경제전문가께서 보내주신 이메일 내용을 바탕으로 그동안 제가 공부했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집을 사라마라 권하기 위해 작성한 글은 아니지만,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어느 비전문가가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풀어놓는 거라 생각해 주시길 바라며 태클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다만 저처럼 전세로 살면서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살까 고민중이신 분들이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 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 즉 돈의 가격입니다.
돈값이 올라가면 보통의 경우 다른 자산의 가격은 내려가고, 반대면 반대로 갑니다.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에 비기축통화국은 주요 선진국, 특히 미국의 금리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90년대 미국이 금리를 1년사이에 3%에서 6%까지 올린 것이 IMF의 단초가 되었고, 2004년부터 2년동안 1%에서 5.25%로 올린 후 2008년 위기가 왔듯이, 미국 금리인상은 경제위기를 불러일으릴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니까요.
요즘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끄럽습니다. 9월 인상할 것처럼 하다가 못올리고 12월로 미뤘네요. 대통령 선거 이후라 그때가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팩트는 미국은 ‘현재’ 금리를 올릴 여건도 되고 필요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 올해 0.25% 올린다는 사실보다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어떻게 될까입니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후에 경제위기가 왔듯이, 이번에도 미국이 그때처럼 금리를 5%~6%까지 올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예라고 확신이 든다면, 지금 당장 부동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해야겠지요. 돈값이 올라갈거니까요. 제가 그동안 집을 안 산 이유는 이 물음에 ‘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거도 있었고요. 그 증거라는 것은 바로 미국 연준의 점도표와 여기서 나타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었습니다.
점도표라는 것은 미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금리로 쉽게 얘기하면 ‘미국이 금리를 여기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검색해 보시면 더 정확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2012년 초만 해도 중립금리 목표치는 4.25%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준이 자신에 차 있었고, 저 또한 미국이 금리를 4.25%까지 올리면 다 폭망이다라는 확신에 차있었죠. 그런데 이 점도표가 점점 인하되고 있습니다. 2013년 4%로 낮춰지더니 작년 말에 3.5%로, 다시 이번 회의에서는 2.9%로 낮춰졌습니다. 미국 연준의원들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날로날로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금 금리가 0.25~0.5%이고, 매년 0.25%를 올릴까 말까한 상황이니 저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까요!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2.9%까지라도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라는데 있습니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으나 지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값이 폭등하면 수출은 안되고, 디플레이션만 수입하는 꼴이 됩니다. 지금 미국의 경제 체력으로 감당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고 오히려 다시 침체가 오면 그나마 얼마 올리지도 못했던 금리를 다시 내려야하는 형편에 처할 지도 모릅니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거죠. 요는 앞으로 금리는 상당기간 저금리일 것이고, 상승하더라도 아주 완만히 그것도 많이는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지금 중앙은행들의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올해 무엇보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헬리콥터 머니’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금 전세계는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빚’이죠. 이제 어느 정부도 빚을 갚을 수도 없고, 갚을 생각들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려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돈값을 떨어뜨림으로써 빚의 크기를 줄이려는거죠. 지금은 전 연준의장 버냉키가 내놓았던 인플레이션 조장 정책들 중 ‘헬리콥터 머니’를 제외하고 대부분 쓰여진 상태입니다. 돈을 찍어내서 돈값을 떨어뜨리는 헬리콥터 머니는 정상적인 정부에서는 쓸 수 없는 정책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만, 얘기가 자꾸 나오는 건 어느 순간 진짜로 실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드러내놓고 쓰진 못하겠지만, 헬리콥터인 듯 아닌 듯 애매한 형태로 쓸 수도 있겠죠. 물론 갑작스런 헬리콥터 머니의 실행이 갑작스런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을 일으켜 인플레가 오기도 전에 폭락부터 올 수도 있겠지만 이부분은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강조드리고 싶은 점은 헬리콥터 머니 얘기가 나올 만큼 각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절박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의도대로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원화 환율 상승 압박으로 인해 환율방어를 위한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로 흑자폭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마저 안되고 디플레만 수입하다가 그냥 발려버릴테니까요. 가계부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가계부채에 대한 안전망을 갖추고 혹은 갖추는 시늉을 하고)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미국보다 금리를 낮게 가져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정적이므로 우리도 마이너스 금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 향후 미국이 금리를 0%로 다시 인하하면 우리도 0.5%~0.75%정도까지는 인하할 여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부동산과 관련하여, 정부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수출을 건설 경기가 메꾸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의 갑작스러운 경착륙을 유도할 만한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속도조절정도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죠. 폭등은 폭락을 잉태하므로, 폭등보다는 꾸준히 오르는 것을 바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부동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금리뿐 아니라 다양합니다. 경기불황, 가계부채, 실업, 공급과다, 또는 부동산 자체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전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실수요’를 위한 집을 사기로 마음 먹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집값이 떨어질까봐 집값의 80% 가까이 되는 전세를 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전세는 안전할까요? 다른 질문을 해보죠. 집값 폭락 시, 집주인이 전세금을 다 돌려줄 수 있을까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전세금(지금 집값의 80%)에 집 소유권을 얻는게 운 좋은 시나리오일겁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2018년 부동산 폭락론을 얘기하십니다. 그래서 올해 전세를 계약하면 2018년 폭락시 지금 집값의 80%에서는 살 수 있다고 여기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올해 전세를 계약하고 2년후인 2018년에 집값이 올라있고 그때 전세값이 지금 집값만큼 올라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현재 전세가격이 몇 년전 집값과 동일합니다. 지금도 전세값이 무섭게 오르는 것을 보고 이렇게 가다가는 2년 후 전세값이 지금 집값만큼 오를 수도 있겠구나 하고 겁이나서 저는 그냥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말 그대로 하방리스크보다 상방리스크가 더 무섭더라고요.
요점은 전세를 살아도 집값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면, 집값폭락 위험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고, 만약 집값이 오른다면 집주인의 레버리지 도구로만 활용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말 집값 폭락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월세로 사는게 한 선택일 수 있겠네요. 제 주변에도 부동산은 무조건 폭락한다는 믿음으로 월세 1억/200만원에 사시는 분이 있습니다. 2년이면 월세만 5천 가까이 됩니다. 대출이자보다 비싼 월세로 살 정도로 확신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은 선택입니다.
써놓고 보니까 집을 사라고 말씀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제가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생각의 과정을 말씀드린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냥 일개 비전문가의 의견으로 치부해주시고,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제가 집을 사라 말라 조언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주제도 못되고요.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저처럼 40대중반에 자녀교육 때문에 정착을 해야하는 상황의 ‘실수요자’라면 집을 너무 투자의 개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예전의 저처럼 폭등론 혹은 폭락론에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쳐서 전 재산을 몰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씀드립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가족분들과 잘 상의하시고요.
집을 사 놓으니까 당장 마음은 편합니다. 투자가 아니라 실거주 목적이니까요. 그렇다고 앞으로 집값이 떨어져도 속이 쓰리지 않을거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저도 사람인지라...그래서 와이프랑 요즘 그런 얘기를 합니다. 떨어지더라도 그냥 받아들이자고. 다행이 집사고 나서 그 사이 몇천 올랐네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진영과 디플레진영, 집 가진자와 안 가진자, 저축한 사람과 빚진 사람 간의 큰 싸움판이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싸움의 한 복판으로 모두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줄을 잘 서야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네요. 아무쪼록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 없는 선택들 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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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내가 집을 산 이유
펌 조회수 : 1,936
작성일 : 2016-09-29 23:07:28
IP : 125.180.xxx.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우...
'16.9.29 11:25 PM (211.201.xxx.244)그니깐...돈이 없어서 못산다구요...저는.
빚 2억내고 어떻게 사냐구요... ㅜㅠ
돈들고 집 안사는 게 아니어서 슬프네요.ㅜㅠ2. 집
'16.9.30 12:22 AM (59.22.xxx.140)사라고 부추기는 글은 오늘도 여전히 올라오는구나
3. ㅍㅍ
'16.9.30 9:02 AM (182.227.xxx.37)그러니깐 실거주목적 빚없으면 집사도된다란 얘기잖아요.
경제전문가들이 집사지말란 얘긴 돈없는데 샀다가 하우스푸어되지말란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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