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토익과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의 세대가 원시 인류의 진화 단계를 빗댄 ‘오스트랄로스펙쿠스’라면, 요즘 세대의 구직자들은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호모인턴스’에 이르렀다. 또한, 점점 높아지는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한 스펙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에 따라 취업에 필요한 스펙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취업에 필요한 스펙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 학벌, 학점, 토익점수를 취업에 필요한 ‘취업 3종세트’로 꼽던 것을 시작으로 여기에 자격증, 어학연수가 추가되어 ‘취업 5종세트’로 업그레이드 됐고, 급기야는 공모전 입상, 인턴경험을 비롯해 봉사활동, 성형수술까지 해야 하는 ‘취업 9종세트’로 늘어났다.
◆ 인턴경험은 필수, ‘부장인턴’, ‘금턴’, ‘흙턴’ 양산
신입 채용임에도 관련 경험이나 지식 수준이 높은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업체 인턴 경험은 필수 스펙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인턴과 관련된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장인턴’은 인턴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기업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턴을 뜻한다. 이렇게 부장인턴이 생긴 이유는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정규직 채용보다 단기 인턴을 통해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쓰려고 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또,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인턴으로 들어갔지만 기업의 경영악화로 정식직원이 되지 못하고 휴지처럼 버려졌다는 의미의 ’티슈인턴‘도 늘고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금턴’과 ‘흙턴’은 인턴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나타낸다. 금턴은 인맥 등 속칭 ‘백’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자리지만, 흙턴은 일을 잘 배우지도 못하고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 취업 고시촌 된 대학가, ‘혼밥’, ‘밥터디’ 각광
대학가도 캠퍼스의 낭만을 잊은 지 오래다. 취업난으로 인해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리며, 마치 고시촌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동아리 고시’는 취업에 도움되는 인기 동아리의 경쟁률이 고시 경쟁률에 버금가는 현상을 반영한 말이다. 합격 전까지 졸업을 미루느라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화석선배’들은 고시 장수생을 연상케 한다.
밥 먹는 문화도 달라졌다.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느라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공강시간에 맞춰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혼밥’족이 등장했고, 밥을 먹으면서도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정보를 나누는 ‘밥터디’도 생겨났다.
◆ 위축된 청년 세대, ‘대2병’, ‘사망년’ 앓는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과 같은 표현은 예전부터 극심한 청년 실업을 대변해주는 신조어로 주목 받았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2병’은 자신감, 자존감이 넘쳐흐르는 ‘중2병’과 정 반대의 증상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빗대어 나온 표현이며, ‘사망년’은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 받는 3학년을 뜻한다. 심지어 10대 조차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십장생’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