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연합고사 성적으로 신생 학교의 입지를 올리고자 학교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공부를 시켰어요.
전 고등학교때보다 중학교때 더 열심히 공부한 거 같아요
아침 7시 반에 등교해서 보충까지 마치면 10시..
선생님들도 정말 열정적이셨죠..
다만 그 학교에서 있었던 일중 그 시절엔 몰랐지만 가장 비 인간적이라 생각되는 일이
아직까지도 맘에 남아 안지워져요.
저희 반에 한글도 잘 모르고, 반에서 꼴찌를 도 맡아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시험만 쳤다 하면 한글 자체를 잘 못읽으니 그냥 빵점인거죠.
그 아이는 학교를 오려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야하는 대도시 근교의 농업지역에 살았는데
부모님 농사일 거들고 도무지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학교에 등교는 최고로 일찍하고
옷을 절대 갈아입지 않지만
그 같은 옷이 늘 단정하고 깔끔했어요
마치 학교 마치고 집에 가서 잠도 안자고 옷을 깨끗이 빨아 다려 다시 입고
학교에 일찍 오는 일이 그 아이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 거 처럼.
그런데 그 아이가 계속 빵점을 맡고 반의 평균을 떨어뜨리니
당시 담임이 그 아이를 개인 상담한 후
학교를 그만 다니도록 했어요.
신생 사립 학교다 보니, 이사장들이 성적 압박 심하게 주고
담임들도 반마다 등수 매기는 이사장에게 스트레스 받을 만치 받아 어쩔 수 없었을지 모르나.
30년 간 그 아이가 늘 제 마음에 마치 어떤 그림자 처럼 문득 떠 오를 때가 있어요.
아무 말없이 학교에 쥐죽은 듯 있다가 가고
한 벌인 옷을 빨아 입고 학교 다니던 그 아이를
대체 그 학교는 무슨 권리로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짓밟아 버렸는지..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아이가 떠오를때 마다 가슴이 아파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래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