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지진을 겪은 후엔 기저귀 가방을 큰걸로 바꿔놔서
언제든 들고 대피할 수 있게 최소한의 것들이라도 챙겨놨어요.
아기띠도 항상 기저귀 가방 위에 걸쳐놓구요. 현관문 앞에 두고 다녀요.
어제 아이들이랑 주방에 있던 와중에 지진을 느꼈어요.
곧바로 가스렌지 끄고, 아기띠로 아기 안고, 5살 딸 아이는 잠옷 입은 채로 손잡고 계단으로 대피해서 나왔어요.
애 둘을 데리고 비상용 기저귀 가방만 매고 내려오는데 정말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이 캄캄하더라구요.
지난 번엔 한 시간에 후에 더 센 지진이 와서 이번에도 아파트 근처 공원까지 걸어나가서 10시까지 서성이다가
두려움에 떨면서 집에 들어왔어요.
집에 와서는 지진이 날 때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을 치워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둘러보니 주방 씽크대 상부장이 가장 위험할 것 같아요. 깨질 것들이 한가득이에요.
평소에 안쓰는 도자기 그릇들을 넣어두고, 파스타 소스병 같은 것들도 피클 담을 때 쓰려고 모아놨어요.
어제 주방에서 아이들이랑 지진을 겪고 나니 도자기 그릇, 유리병들이 비상시에 흉기가 될 것 같아서 다 꺼냈어요.
뭐든지 다 갖다 버리는 미니멀리즘에 약간 거부감도 있었는데,
지진을 겪고 나니 무겁게 쟁여놓는 것들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
침실 붙박이장 윗칸의 리빙박스도 붙박이장 문열리고 떨어지면 치명적이지 싶은데,
전부 바구니로 옮겨서 내려놔야 할까봐요.
저 진짜 예민한 타입 아닌데, 이젠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