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아빠는 가정의 폭군같았습니다.
계속 폭군은 아니고, 다혈질이라서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나쁠 때는
인간의 바닥을 보일 정도로 나쁘셨던 것 같아요.
엄마는 온전히 아빠 감정받이 역할을 잘 해내셨고 희생도 많이 하셨어요.
썰을 풀자면 너무 다사다난 했던지라 논외로 하고.
문제는 결혼적령기에 있는 성인이 다 되었음에도 아빠에 대한 애증이 굉장히
커지는 것만 같아요. 아니 그냥 도려낼 수 있다면 모든 기억을 도려내고 싶어요.
아빠는 나이가 들수록 저랑 친하게 지내길 원하시고 좋은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하시는
듯 하지만 저는 그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아빠가 많이 좋게 변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본성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기주의, 건강염려증, 다혈질, 폭언과 욕, 부정적인 성향 등등...본성은 안변하는 것 같아요.
안좋은 기억,상처들은 가능한 빨리 망각하려고 하는 편이라서 아마도 아빠에 대한
상처들은 잊혀진 것이 많겠지만, 할 수 있다면 다 기억해낼 수도 있기에,
가능한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써 덮어두고 모른척 하며 살고 있지만
아빠의 행동, 음성, 부정적인 말들을 듣노라면... 가벼운 것들임에도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너무 괴롭습니다.
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고, 시험준비 취업시험등 우여곡절 끝에
남들보다 취업이 늦어졌을 때 아빠는 술만 마시고 오시면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남의집 자식과 비교하며 회사에서 받아온 청첩장을 던지기도 하셨구요.
공부하면서 적잖은 스트레스에 괴로웠지만 엄마께서 잘 커버해주셨지요.
결국 원하는 시험에 합격을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아빠의 자랑이 되어있더군요.
아빠가 저를 자랑으로 여기는 것도 싫었고, 뒤늦게 미안했다고 말하는 것도 싫었고..
나이들면서 뭔가 저에게 바라는 듯한 뉘앙스도 싫고 친해지려고 하시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누구네집 딸은 이러이렇게 아빠랑 친하다더라, 어디도 간다더라, 등등...
이런말을 하실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은
그집 딸은 , 그 집 아빠가 어릴 적부터 사랑도 주며 아빠로서 모범을 보였겠죠!!! 라는 것..
눈을 감고 생각해봅니다..
아빠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했던 어린시절, 청소년기에는 따뜻한 말한마디나 배려없이
폭군처럼 가정불안에 떨게 해놓고서는...
이제는 아빠 사랑 필요없이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왜 이제와서야..
따뜻한 아버지 역할을 하려고 하시는지, 그리고 왜 제게 사근사근할 딸이길 바라시는지...
왜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면 그냥 웃깁니다...
아빠의 변하지 않은 모습들에서는 굉장히 화가 났다가
어떨때는 아빠가 한없이 불쌍하기도 했다가....
그러네요.
엄마는 저보고, 이제 아빠 많이 변했고 잘해주잖아... 라고 하시지만,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없잖아요.
엄마는 남편이니 평생 안고갈 사람이지만, 저는 저런 아빠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성인이 되기전까지는 정말 괴로웠던 나날이었어요.
만나는 남자에게... 이건 이건 싫고, 이런이런 행동은 하지 말아줬음 좋겠고
술취함은 정말 싫고... 등등 이런 바라는 말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원인이 전부 아빠의 안좋은 모습은 결혼 조건에서 최악의 기준설정이 되어있더군요..
애증일까요,
아빠를 안보고 살수는 없잖아요.
남들 보기엔 평범하고... 그래도 가정부양에 대해 책임있게 하신건 알아요.
저도 겉보기엔 아빠랑 잘지내지만, 제 안에 아빠에 대한 미움과 화가 많은 것 같아요.
집에서 00야~,라고 제 이름 부르시는 것 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니깐요..
이름 불러서 가보면,
아빠는 사소한 심부름 시키는 것 좋아하고, 본인이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 강요하기 좋아하고,
엄마와 저는 과일 좋아하지도 않는데, 본인 취향의 과일 엄청 사와서 먹으라고 강요하고
안먹으면 과일 썩혀버린다고 욕욕.... 사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말이죠.
제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혹시 유사한 경험이 있거나 심리학적으로 풀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반복되고 있는 애증의 감정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