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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빠와의 애증관계...조언을 구합니다.

가을앓이 조회수 : 3,837
작성일 : 2016-09-19 11:35:36

어릴 때부터 아빠는 가정의 폭군같았습니다.

계속 폭군은 아니고, 다혈질이라서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나쁠 때는

인간의 바닥을 보일 정도로 나쁘셨던 것 같아요.

엄마는 온전히 아빠 감정받이 역할을 잘 해내셨고 희생도 많이 하셨어요.

썰을 풀자면 너무 다사다난 했던지라 논외로 하고.


문제는 결혼적령기에 있는 성인이 다 되었음에도 아빠에 대한 애증이 굉장히

커지는 것만 같아요. 아니 그냥 도려낼 수 있다면 모든 기억을 도려내고 싶어요.

아빠는 나이가 들수록 저랑 친하게 지내길 원하시고 좋은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하시는

듯 하지만 저는 그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아빠가 많이 좋게 변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본성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기주의, 건강염려증, 다혈질, 폭언과 욕, 부정적인 성향 등등...본성은 안변하는 것 같아요.


안좋은 기억,상처들은 가능한 빨리 망각하려고 하는 편이라서 아마도 아빠에 대한

상처들은 잊혀진 것이 많겠지만, 할 수 있다면 다 기억해낼 수도 있기에,

가능한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써 덮어두고 모른척 하며 살고 있지만

아빠의 행동, 음성, 부정적인 말들을 듣노라면... 가벼운 것들임에도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너무 괴롭습니다.


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고, 시험준비 취업시험등 우여곡절 끝에

남들보다 취업이 늦어졌을 때 아빠는 술만 마시고 오시면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남의집 자식과 비교하며 회사에서 받아온 청첩장을 던지기도 하셨구요.

공부하면서 적잖은 스트레스에 괴로웠지만 엄마께서 잘 커버해주셨지요.

결국 원하는 시험에 합격을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아빠의 자랑이 되어있더군요.


아빠가 저를 자랑으로 여기는 것도 싫었고, 뒤늦게 미안했다고 말하는 것도 싫었고..

나이들면서 뭔가 저에게 바라는 듯한 뉘앙스도 싫고 친해지려고 하시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누구네집 딸은 이러이렇게 아빠랑 친하다더라, 어디도 간다더라, 등등...

이런말을 하실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은

그집 딸은 , 그 집 아빠가 어릴 적부터 사랑도 주며 아빠로서 모범을 보였겠죠!!! 라는 것..


눈을 감고 생각해봅니다..

아빠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했던 어린시절, 청소년기에는 따뜻한 말한마디나 배려없이

폭군처럼 가정불안에 떨게 해놓고서는...

이제는 아빠 사랑 필요없이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왜 이제와서야..

따뜻한 아버지 역할을 하려고 하시는지, 그리고 왜 제게 사근사근할 딸이길 바라시는지...

왜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면 그냥 웃깁니다...


아빠의 변하지 않은 모습들에서는 굉장히 화가 났다가

어떨때는 아빠가 한없이 불쌍하기도 했다가....

그러네요.


엄마는 저보고, 이제 아빠 많이 변했고 잘해주잖아... 라고 하시지만,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없잖아요.

엄마는 남편이니 평생 안고갈 사람이지만, 저는 저런 아빠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성인이 되기전까지는 정말 괴로웠던 나날이었어요.


만나는 남자에게... 이건 이건 싫고, 이런이런 행동은 하지 말아줬음 좋겠고

술취함은 정말 싫고... 등등 이런 바라는 말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원인이 전부 아빠의 안좋은 모습은 결혼 조건에서 최악의 기준설정이 되어있더군요..


애증일까요,

아빠를 안보고 살수는 없잖아요.

남들 보기엔 평범하고... 그래도 가정부양에 대해 책임있게 하신건 알아요.

저도 겉보기엔 아빠랑 잘지내지만, 제 안에 아빠에 대한 미움과 화가 많은 것 같아요.

집에서 00야~,라고 제 이름 부르시는 것 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니깐요..

이름 불러서 가보면,

아빠는 사소한 심부름 시키는 것 좋아하고, 본인이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 강요하기 좋아하고,

엄마와 저는 과일 좋아하지도 않는데, 본인 취향의 과일 엄청 사와서 먹으라고 강요하고

안먹으면 과일 썩혀버린다고 욕욕.... 사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말이죠.


제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혹시 유사한 경험이 있거나 심리학적으로 풀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반복되고 있는 애증의 감정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IP : 110.46.xxx.6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pp
    '16.9.19 11:39 AM (222.237.xxx.47)

    누구네집 딸은 이러이렇게 아빠랑 친하다더라, 어디도 간다더라, 등등...

    이런말을 하실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은

    그집 딸은 , 그 집 아빠가 어릴 적부터 사랑도 주며 아빠로서 모범을 보였겠죠!!! 라는 것..



    그 말을 목구멍 밖으로 쏟아보세요......물론 아빠 앞에서 솔직한 딸이 되고 싶다고 포장하면서요...

  • 2. 전 그런 친정 아버지
    '16.9.19 11:41 AM (211.245.xxx.178)

    안보고 있습니다.
    제 나이 마흔 중반입니다.
    아버지가 변할까요? 아니요 안변해요. 제가 죽겠더라구요.
    나이들면 노인네 특유의 아집이 더해져서 사람 피말려요.
    몇년 친정 안다니다가 지금은 친정은 다닙니다만 아버지랑 말도 안 섞어요. 서로 얼굴 안봐요. 밥도 한상에서 안 먹어요. 그래서 그런가, 그 성질에 더 열이 뻗치겠지요. 다른 사람들한테 그 화를 풀어요. 친정가는게 지옥같아요. 엄마때문에 가는거지만, 엄마도 안보고 싶어요.이번 친정갔다가 또 울고왔어요. 답이 안보여서요. 전요..우리 아버지 얼른 돌아가시라고 빌어요.지옥같아서요.
    자기 기분에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소리를 지르는데, 사람들이 아버지 한사람만 보고 그 기분을 다 알아채고 아버지가 원하는걸 바로 알아야 하는데 그걸 무슨수로 알아요....ㅠㅠㅠㅠ...조금만 늦어도 소리소리, 조금만 자기 생각과 달라도 소리소리, 소리만 지르나요...아주 소리 지를때 그 얼굴을 보면 악귀가 씌인거같아요. 치가 떨려요 저는....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금 참지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같이 사는게 아니니까...자식보고 참으라고 하는데,, 저는 죽을거같아요. 전요 죽어서도 거기서도 내 아버지일까봐 죽기도 싫을거같아요. 거기서 또 만날까봐...

  • 3. ..
    '16.9.19 11:45 AM (125.176.xxx.153)

    제 상황이랑 비슷하시네요.

    아빠를 보면 밉고, 분노가 차오르고 그런 적이 많았었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아주시고 지금 이날 이때까지 길러주신 점에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금 편해져요.

    하지만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원글님께서 독립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4. 글만봐선..
    '16.9.19 12:00 PM (119.75.xxx.114)

    뭐 얼마나 딸한테 심하게 했는지.. 잘모르겠네요.. 청첩장 던지고.. 심부름 좀 시키고.. 이거 맛있으니까 먹어봐라.. 과일 몸에 좋으니까 먹어라.. 이게 다 같은데...

  • 5. 윗님
    '16.9.19 12:12 PM (211.214.xxx.2)

    윗님.. 아버지의 주사, 이기주의, 폭언과 욕.. 거기다 다른 가족들 다 자기가 맘대로 휘두르려 한거잖아요 그거만큼 최악이 어딨어요? 폭력, 학대하는 가장만이 나쁜게 아니예요.

  • 6.
    '16.9.19 12:17 PM (39.7.xxx.232) - 삭제된댓글

    원글님 부친도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을 거예요
    더 심한 부모에게요

    그걸 깨닫는 순간 측은지심이 생기죠

  • 7. ..
    '16.9.19 12:30 PM (59.6.xxx.18)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와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한것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라고 합니다.
    어린시절, 유년시절, 사춘기를 접어들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떠나
    특히 아버지의 폭력적인 언행과 일방적인 행동을 봐왔고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더 어려운 일일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제야 지난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것이지요.
    뒤늦게 딸과 친해져보려고 노력해 보아도 딸과의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생각을 존중하는것은 어쩌면 산을 옮기는 것보다 힘든일입니다.
    다만, 역지사지 나의 생각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을 해보고
    그때는 아버지도 사는게 폭폭해 어쩔 수 없었겠구나
    나이들고 힘 없어져 이제는 초라한 아버지를 이해해 보려고 하는일, 가엽게 여기는일!
    어렵고 힘들더라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요?
    가족은 사랑하는 것보다 어쩌면 미워하는 것이 더 괴롭고 힘든 일 입니다.

  • 8. 화는
    '16.9.19 1:01 PM (211.36.xxx.63)

    말해야 풀려요
    결혼하면 독립하게 되고 내 힘도 더 생겨요
    그때부터 받은거 고대로까진 아니어도 돌려주세요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죠. 저는 엄마만 극진히 챙겼어요
    그리고 툭툭내뱉죠. 당신의 가증스런 면모들..
    태연한척 하지만 찔끔해해요. 엄마는 내 덕에 덩달아 홧병 풀리고요
    그러다 서서히 내 안의 상처도 복구가 되고
    더 마음이 차면 용서할 배포도 생깁니다
    함부로 용서하려하지 말고 너무 미움을 키우지도 마세요
    순리에 맡겨요
    내 감정에 솔직하고요

  • 9. 화는
    '16.9.19 1:07 PM (211.36.xxx.63)

    똑같은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
    참는건 진정한 용서가 아니예요

  • 10. 햇살햇볕
    '16.9.19 1:53 PM (175.223.xxx.80)

    좋은 심리상담가에게 개인상담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상관계이론을 바탕으로 둔 상담이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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