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은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이럴때가 더 외롭잖아요.
오늘밤이 조금 외로운 분들, 여기 판 깔테니 ㅎㅎ 신세 한탄이나 좀 풀고 갑시다.
저는 이혼한지 몇년 됐어요.
이혼하기 전에는 명절이 좋았어요.
(전)시댁 분위기가 명절에는 식구들 모여서 점심 한끼 먹고 해산..이 분위기라서요.
저는 원래 일 많은 집에서 커서 집안일에 두려움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처해서 나물에 전에 다 만들어 가고 그랬죠.
(전)남편이랑 신문지 깔아놓고 이 전 저 전 부쳐가며 재미나게 명절전야를 보내곤 했어요.
이혼하고도 그 버릇을 못 고쳐
동네 혼자 사는 친구 불러다 이 전 저 전 부친 적도 있답니다.
아까 혼자 밥 먹으러 나가보니
의외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다들 테이블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서 조용히 밥 먹는 모습이
하나씩 떠 있는 섬 같았어요.
저마다 사연들을 품고 있는 섬.
다시 가족을 일구고 명절에 시댁에 가는 그런 날이 내게도 올까...생각해 봐요.
전남편과 헤어지고 몇년만에, 연하의 총각을 만나게 되서 잠깐 마음이 설렜던 시간도 있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따지고 재고, 그런건 아니었는데 서로간의 힘든 사정들을 넘어서는게 어려웠죠.
아까 그 사람에게 명절 잘 보내라고 카톡이 왔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더는 넘어가지 못하고 끝난 인연이란게 확실히 인지가 되어서.
그냥 나처럼 외로운 사람 만나서 서로 의지하고 살면 그만이다 싶었는데
인생이 내게 그것조차도 허용해 주지 않는구나 싶기도 하고...
신세한탄은 이쯤하고
긴 명절 연휴는 긴 시리즈 미드물과 함께 하는게 역시 장땡인것 같아요.
최근에 <앙투라지>를 봤는데 재밌더군요.
영화배우로 성공한 친구에게 얹혀 사는 형과 친구들 이야긴데
런닝타임이 짧아서 좋고, 까메오로 출연하는 배우들 보는 재미도 좋고,
무엇보다 위기를 그때그때 잘 헤쳐나가고,
그래선가 인생에 큰 고민이 없는게 좋았어요.
될때로 되라지, 어떻게 되겠지, 이 정신으로 등장인물들이 뭉쳐 있어서요.
너무 심각하고 너무 고민하고..그래봤자 무슨 소용있나,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디다.
또 하난 완전 대척점에 있는 미드인데 <트루 디텍티브>
사건 하나를 쫓아가는 두 형사 이야기에요.
<앙투라지>와 반대로 아주 음산한 미시시피 강가의 마을들이 배경이고
80년대? 정도가 배경이라 뭔가 좀 구려요.
초반에는 되게 지루하고 대체 뭔 이야기를 하고 앉았나 싶을 정도.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엄청나게 끌어당깁니다.
여기선 반대로 인간이 자기가 찾는 진실을 위해 어디까지 갈수 있나, 무엇까지 할 수 있나,
이걸 물어요.
그리고 주인공들이 다 쓸쓸해요.
<앙투라지>가 매일 모여 파티하고 흥겹고, 인생은 케세라세라라면
이 참형사님들은 매일 외롭고 고독한데, 그 힘으로 사건을 풀어나가요.
마지막회에서는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누구는 북적북적, 누구는 쓸쓸한 명절..
각자의 자리에서 이게 최선이다 생각하며 보낸다면 그래도 조금은 덜 힘들겠죠.
저도 제 몫의 외로움을 잘 다스려 보려고요.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