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썬 라이즈는 제 대학 때 극장에서 봤어요.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라서 공감하며 에단호크의 꽃미남 얼굴과
줄리 델피의 싱그럽고 풋풋한 프랑스 여배우다운 분위기를 즐기며
봤었어요....
비포 시리즈는 호불호가 엇갈리는데, 기승전결 사건에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가 아니고요-
아시다시피 주인공들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화와 수다-우주, 철학, 인생, 사랑, 성,
정치, 환경 등등 각종 주제로 대화하면서 걷고 이동하고 서로 변하는 미묘한 감정들을 담은
영화죠.
비포썬셋은 20대 때 처음 만나 하루만에 강렬한 교감과 사랑을 느꼈던 주인공들이
다시 꼭 만나고 싶었으나 만나지 못한 채 9년의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재회하게
되는 반나절을 그린 영화예요.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친구처럼 대화하지만 곧 에단호크는 그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고 자신의 결혼생활의 의미없음을 토로하고
(이건 유부남들이 처녀들 꼬실 때 하는 전형적인 멘트이긴 한데, 이 영화에서 에단 호크는
줄리델피를 먼저 만났고 그녀를 그리워하면서도 못 만난 상태에서 결혼을 해 버렸기 때문에
진심이 느껴지긴 합니다.)
줄리델피도 첫만남 이후 사랑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해버린 자신과 사랑을 진정으로 할 수
없음을 토로하고 유부남으로 나타난 에단호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직 깊이 남아 있음을 확인한 채 그렇게 영화는 결론을 보여
주지 않고 막을 내립니다.
비포 썬라이즈가 너무나 풋풋한 청춘의 싱그러움이었다면, 비포 썬셋은 인생의 쓴 맛을
알아가는 30대들의 현실적인 대화랄까...그러나 젊음과 사랑했던 이에 대한 깊은 감정이
마음에 남아 있는 걸 확인하는 대화랄까....
저는 중간중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왠지 애틋하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한 묘한
감정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제 젊은 시절도 떠오르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더라고요.
20대의 싱그러움은 사라진 배우들의 외모도 그렇고 그러나 아직 눈빛은 반짝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