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게이트’의 역설적 순기능
2016.08.31
‘조선일보 게이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사회적 분란을 야기하였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이 여러 측면에서 순기능을 한 것도 있어 한편으로는 조선일보가 고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치졸한 수법과 추악한 음모,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1. 이번 사건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사건이 아니라 ‘조선일보 게이트’라 불러야
우상호 더민당 대변인은 김진태 의원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호화여행 접대를 폭로한 것과 청와대가 송희영 주필의 청탁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본질을 회피하고 비본질적인 문제를 거론한다며 김진태 의원과 청와대를 비난했습니다.
우상호는 우병우의 의혹과 김진태 의원이 폭로한 내용의 출처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우상호의 주장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궤뚫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본말을 전도하고 정치적 공세를 위해 부패한 언론(조선일보)을 감싸고 옹호하는 것일까요?
이 사건의 발단은 송희영 주필이 대우조선으로부터 2억대 유럽 호화여행 접대를 받은 것과 대우조선 사장들(남상태, 고재호)의 연임을 청탁한 것에서 시작합니다.
(추가 : 송희영 주필 뿐아니라 조선일보의 고위급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불구속과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의 사면을 청탁했으나, 우병우 민정수석이 거절한 건도 있군요.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320948)
검찰의 대우조선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추악한 행각이 들통 날 기미를 눈치 챈 송희영 주필이 이를 무마 혹은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 핵심(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청탁했다가 거절당하자 자사의 인력(기자)들을 동원하여 우병우를 압박하고 찍어내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근거 없는 우병우 털기를 했습니다.
우병우를 털었지만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이석수 감찰관과 내통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검찰에게 사건을 넘겨 우병우와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지요.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사건의 핵심이자 본질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비리, 그리고 그 비리를 덮기 위한 조선일보의 작당입니다. 이 과정에 조선일보의 우병우 의혹 제기와 이석기 감찰관의 수사기밀 외부 유출, 그리고 김진태 의원의 송희영 억대 접대 폭로가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 사건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의혹 사건”이 아니라 “조선일보 게이트”라고 불러야 정확합니다.
2. 김영란법에 왜 언론을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언론 스스로 보여준 사건
김영란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확정되자,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과 언론사들은 민간인 신분인 언론사 종사자들을 김영란법의 대상에 포함한 것을 성토하고 그 부당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연일 신문에 도배하였지요.
야당 의원들도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개정을 검토한다느니 시행시기를 늦추어야 한다느니 하며 언론들의 농간에 놀아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선일보 게이트”로 인해 이젠 이런 논란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언론들도 김영란법 대상에 언론은 빼야 한다는 얼빠진 소리는 이젠 하지 못하겠지요. 김영란법이 과격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시비 걸던 사람이나 세력들도 더 이상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구요. (아마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그 부작용에 대해, 특히 내수경제를 침체시켰다고 연일 떠들어댈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을 정리해 준 조선일보와 송희영에게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
3. 청와대가 불통이라며 비판했던 이유
야당이나 자칭 진보진영은 물론 새누리당의 비박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언론들도 이에 동조하며 청와대의 불통을 수시로 기사화했지요.
이제 왜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불통한다며 비난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보,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그 동안 정치적 관행에 따라 언론이나 집권세력, 심지어 야당의 유력인사들도 당해 정권에 인사 청탁을 하고 검찰수사에 영향을 행사해 왔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요구들을 현 정권이 과거와 다르게 거부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하지 못한다며 비난해 왔던 것이죠.
이들이 불통, 불통할 때, 저는 이들이 정책에 대해 불통을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 정부가 국회나 여당과 협의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거나 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국익이나 국민들의 민복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면 불통이라고 비판받아도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 동안의 정부의 정책이나 법안 처리 요청 사항들의 진행상황을 보면 국회가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했지 정부가 국민들과 불통했다고 생각 들지 않습니다. 이들이 불통이라고 한 것은 자신들의 사적 요구를 박근혜 정부가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이권이나 인사 청탁을 하면 거절하고, 부패 및 비리를 눈감아 주도록 부탁해도 눈길도 주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과 정권 실세들을 못마땅해 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다보니 실체도 없는 정윤회 문건을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을 십상시라고 공격하며 정권을 흔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인사들로 청와대를 포위하려 했던 것이구요.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야당, 언론들이 한통속이 된 이유도 이제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4. 야당과 진보언론의 민낯도 드러나게 한 효과
이번 “조선일보 게이트“를 통해 야당은 우리 사회의 부패와 비리 척결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권 잡기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고, 자칭 진보언론도 마찬가지로 현 정부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음을 드러냈지요.
이 사건의 본질을 간파했다면 야당과 진보언론이 우병우 사퇴를 주장할 수가 없지요. 추악한 조선일보의 행태에 분노하고 폐간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가 곤혹스러워지고 자신들의 집권에 유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부패한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이며 썩어문드러진 곳인지를 국민들이 그 실상을 제대로 알게 해 주었고, 이렇게 야당이나 자칭 진보세력들의 민낯을 국민들이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점에서도 조선일보는 이번에 큰 기여를 한 것이죠.
5. 새누리당 내 비박들의 흉측한 속내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 게이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유승민, 이혜원, 김성태 등 새누리당 내의 비박들은 일제히 우병우 사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청와대를 압박하는 이유도 뻔하지요. 이들이 집권당의 국회의원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할 마음은 손톱의 때만큼도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동안은 정권 내의 헤게모니 싸움쯤으로 인식되었지 이들의 본심이나 정체성은 국민들이 알기 쉽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난하기보다 우병우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이들도 이번 사건(조선일보 게이트)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그 동안 이들이 얼마나 퇴행적 정치적 관행에 물들어 있었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물론 친박계 의원들 중에도 이들과 유사한 천박한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감찰 내용을 누설하고 조선일보와 내통한 이석수 감찰관은 국회 추천으로 감찰관이 되었지요.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이 추천권을 행사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석수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유추가 되지요.
비박들의 대부분은 이명박계이고 이명박 정권에서 대우조선 사장 연임 비리 등이 일어났고, 롯데와의 밀착도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볼 때, 이들이 이번 사건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이유가 알만 하죠.
* 이명박 정권 시절, 대우조선-이명박 실세 커넥션에 관한 기사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182
김무성이 조선일보 사장과 가까운 인척관계(김무성의 누나가 조선일보 사장의 모)라는 것은 알려져 있고, 이런 관계에서 조선일보가 친박-비박, 박근혜-김무성의 대립구도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했을지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의 비박계들이 탈당을 하거나 제3지대로 가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우리 정치를 위해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정치판을 흔들어 재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6. 일본의 “아사히 신문”과 한국의 “조선일보”의 태도
일본의 진보 성향 아사히 신문은 자사 기자의 오보 사건에 대해 사장이 책임을 지고 고개 숙여 사과함과 동시에 사임을 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2026
아사히 신문 사장이 사임까지 한 오보 사건은 아사히 신문 기자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루면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1원전 직원들이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2원전으로 대피했다고 기사를 썼는데 이게 사실과 달라 문제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 같으면 이 정도의 오보라면 사과나 사퇴는커녕 오보를 정정하는 기사조차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사히 신문은 저런 오보사건에 대해서도 사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는데, 조선일보는 자사의 주필이 비리에 연루된 것도 모자라 그 비리를 은폐하려고 정권을 압박하려 자사의 기자를 동원하는 추악한 짓을 하고도 송희영 주필의 개인의 일탈이라며 송 주필의 사퇴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없으며, 여전히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지요.
그 동안 밤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정치판에 끼어들어 온갖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했던 그 꿀맛이 얼마나 달콤했으면 그것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저렇게 안달일까요?
정권은 유한하고 언론은 영원하니 결국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언론보다 더 영원하고 마지막 심판권을 가진 것은 국민이고, 독자들입니다. 조선일보 독자들이 이번 사건을 겪고도 조선일보가 반성하고 환골탈태하지 않는데 신뢰하고 계속 구독을 할까요?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면 광고주들도 발을 끊거나 광고단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입니다. 이제 그나마 궤도에 오르려는 TV조선도 계속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면 조선일보가 옛 영광을 그리워 할 날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대오각성을 촉구하지만 지금의 조선일보의 태도를 보면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