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의 시 좋아하시는 분 많으시죠?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 백석시인의 인생도 관통한 드라마틱한 인생이기도 하고
외모도 배우급이며(그 당시 문인들이 지금의 영화배우나 탤런트처럼 인기인이었다고 함)
러시아어, 영어, 일본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던 그 당시 최고 인텔리 지성이며
일본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잘 안 쓰고 투철한 민족주의자였으며
(후일 많은 문인들이 변절해서 친일할 때도 백석은 붓을 꺾었으면 꺾었지 친일하지 않았고
우리말의 수많은 어휘들을 살려 시를 썼음)
시는 뭐 말할 필요도 없고(모던보이같은 세련된 외모와 달리 시는 그야말로 풍속적이고 토속적인
정취를 물씬 풍김)
개인 연애사도 드라마틱해요....
저는 백석시인에 관한 책을 서너권 읽어봤는데
송준 님이 쓴 "시인백석"이 가장 신뢰가 가는 일대기입니다.
시인 백석하면 떠오르는 기생 자야는 이 책에서 송준 님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많은 매체와 책에서 이 여자를 백석시인의 대표적 연인으로 이야기하는데, 송준 님이 직접
만난 자야는 백석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고(송준 님이 오히려 아는 정보를 빼앗겼다고 함)
백석의 시집 한권 갖고 있지 않으며 백석의 편지 한장도 갖고 있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중한 연인이었다면 편지나 하다못해 흔한 시집 한권쯤은 갖고 있었어야 하는데,
말로만 "백석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며 입으로만 읊조렸다고 합니다.
백석이 유명해지니 유명인의 인기에 편승해 보려는 그런 심리를 봤다고 하네요~~
돈이 많이 없는 송준님이 만들고 싶었던 백석 영화도 자야는 충분히 제작할 수 있는 자본이
있었지만 만들려고 하질 않았고 자신의 책 "내사랑백석"을 출판했지요.
제가 이 자야의 책도 그 전에 읽었었거든요. "내사랑 백석"이라고, 진짜 참말처럼 적어놨더라고요.
그게 거짓말이 태반이었다니 어찌나 분한지....
백석과 같은 문인으로 교류했으며 삼천리 출판사를 운영했던 최정희는( 최정희는 출판사 운영
하는 직업으로 다양한 문인들을 접했으며 백석도 그 중 하나였음. 노천명, 모윤숙, 최정희 등은
다 백석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연애를 한 사이는 아님) 트러블 때문에 백석이 보낸
절교하자는 편지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죽은 다음에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하여튼 술자리에서 몇 번 스치고 설사 사귀었더라도 잠깐 사귀었던 것 같은데
백석의 연인인 것처럼 책까지 쓰고...대단한 여자예요.
백석의 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여성은 박금련이라고 "란"이라는 애칭까지 붙여 불렀던
이화여고 다니던 미인입니다. 요즘처럼 자유연애하던 시절이 아니니(일부 신여성을 제외하고)
백석이 절친 신현중의 누이(학교선생님)의 제자였던 란을 결혼식 뒷풀이에서 잠깐 만나고는
사랑의 열병으로 여러 시를 쓰고 란의 고향집 통영까지 내려가고 했었죠....
그러나 김건모의 노래처럼 너무나 허망하게 1930년대 그 시절에도 친구의 연애를 도와 준다며
함께 통영까지 동행하기도 했던 신현중(당시 약혼녀까지 있었음)은 약혼녀까지 버리고 약혼을 깨고
란의 외삼촌에게 인맥을 통해 접근해서 백석의 집안(어머니가 기생의 딸이라는 소문으로 백석은
좋은 집안에서 혼처가 들어오지 않음)의 흠을 슬쩍 흘리고 자신이 란과 결혼하겠다며
어른들을 통해 란과의 결혼을 쟁취합니다.
당사자인 란은 그 시절 풍습대로 본인의 자유의지 대신,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결혼을 했고요.
온 마음을 기울이던 여성과 친구를 동시에 잃어버린 백석은 절망 속에서 시를 씁니다.
그리고 1930년대 후반들어 일제가 만주전쟁 등 광기를 부리며 우리글을 못 쓰게 하자,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만주로 떠납니다.
거기서 고구려에 관한 시를 남깁니다.
일본어로 된 시나 친일시는 쓰지 않았던 백석입니다.
신현중도 독립운동 잠깐 한 경력이 있는지라 신문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낙향해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역시 더러운 이름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백석의 사랑이었던 아내 란과의 사이에 2세는 안 생겼다고 하네요....
해방이 되었으나 그 기쁨도 잠시 백석은 자연스레 고향인 평안도에 머물게 되고
(부모님과 가족, 친지들이 있는 고향에 머무른 것뿐이지 월북한 것도 아니예요)
공산주의 치하에서 시는 포기하고 방대한 번역작업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정권에 동조하지 않자 일종의 유배라 할 수 있는 산골짜기에
이주할 것을 명령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