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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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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의 고통스러운 기억(아동성폭력 피해자입니다)

30년 조회수 : 3,689
작성일 : 2016-08-23 13:05:47

아동성폭력 피해자입니다. 30여년 전의 일이고 저는 현재 30대 중반입니다.


떠올리면 고통스럽기에 잊으려 노력하며 모른체 살아왔습니다.

이제서야 제가 겪은 것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직시가 가능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트위터를 열심히 했는데, 거기서 본인이 당한 성폭력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고나서 이게 나만 겪은 일이 아니구나하며 덜 고통스러워하게 된건지,

아니면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면서 자꾸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떠올리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 그때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분합니다. 화가 납니다.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저희 부모님께서는 친척어른댁 옆에 터를 잡고 저와 제 남동생을 낳아 기르셨습니다.

제 엄마께서 종종 저를 옆집 친척어른에게 잠깐씩 맡겼는데, 그 집 막내 아들이 당시 스무살 전후였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상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장면장면으로는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성추행과 유사강간을 상습적으로 당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혀 모르셨습니다. 단 한 번도 저는 입밖으로 그 일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며칠 전 처음으로 엄마께 난생 처음으로 저 어릴 때 그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엄마가 충격을 받으실까봐 일부러 아기를 데리고 함께 산책하던 중에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습니다.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혹시 그 삼촌(촌수로 삼촌은 아닙니다)이냐고 묻더군요. 엄마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때 그 놈이 자주 문틈으로 훔쳐보곤 해서 나중에 근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놈에게 사과받고 배상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냥 덮고 살자고 말리시더군요. 그 놈은 대학까지 나와서 지금 월 백만원 월급으로 본인 가족 부양하며 근근히 살고 있다며 넉넉하게 잘사는 너가 잃을 것이 더 많으니 네 아기와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덮자고 하더군요.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놈이 해코지라도 해오면 어떡하냐고요.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해봤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답변을 주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락처만 알려줬습니다. 미성년일 때 당한 성폭력은 만 30세 이전에만 신고를 해도 수사를 할 수 있다던데, 법에 무지했던 제가 너무 밉습니다.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잘살고 있다는 사실이 고통스럽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경찰에 신고해도 접수조차 되지 않나요?  수사 후 시효소멸로 공소권 없음이라고 결론지어지거나, 제가 소송을 건 후 공소권 없음으로 결과가 나온다해도 그 놈이 경찰서에 불려가거나 재판장에 나오기만 해도 제 한이 약간은 풀릴 것 같습니다.


소아성애성향은 평생 못고친다던데, 그 놈의 친조카 중에 만 30세 미만의 여자조카들이 있을텐데 혹시 저처럼 피해를 당하진 않았는지 물어보고 피해가 있다면 제가 신고를 하면 될까요?

해코지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두렵습니다. 아무 잘못없는 제 남편과 아이를 생각하면 덮고 사는게 맞겠다싶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라도 털어놓기는 커녕 제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서 모른체 살아왔는데,

익명이지만 여기 글을 쓸 수 있게 되다니 제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일까요?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IP : 211.61.xxx.14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ㅡ
    '16.8.23 1:09 PM (218.152.xxx.198)

    네 익명으로 많이 남기세요~ 직접 단죄하는것보다야 성에 안차도 치유되는방법중하나일거예요
    엄마분께 동의해요 진흙탕이될거고

  • 2. ㅁㅁ
    '16.8.23 1:20 PM (175.193.xxx.104) - 삭제된댓글

    남의 얘기아닌 저도 겹치기 당한 경험자인데요

    후벼팔 필요가없어요
    내가 잃을게 더 많으니까요
    전 괴로워하지않게 된 계기가 아주 일찍인데
    내잘못이 하나도 없다란 사실이어서요

    죄를 받아도 그가 받을것이고
    벌을 받아도 그가 받을 것이란
    (실제 그런 사촌들이 다 단명 해 버림 )

  • 3. 사과
    '16.8.23 1:34 PM (1.218.xxx.145)

    어머니가 무책임하네요 사과받으셔야해요 법이 못도와준다고 끝이 아니에요 님의 자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 4. 저도
    '16.8.23 1:38 PM (1.220.xxx.70)

    같이 욕해드릴께요
    여기에 글 올리고 같이 욕하고 울고 그러고 풀어요
    아마도 엄청 많을껍니다

    전 대학때 친한 언니가 저한테 고백을 하더라구요
    언니랑 같이 목욕탕도가고 친하게 지냈는데
    어릴때 성폭행당했다고 그래서 엄마랑도 목욕 안가는데 나랑 같이 갔다고 고맙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언니는 참 바른 방향으로 자신을 추스리네요
    그 당신 막 사귄 남친이 있었는데 남친한테 털어놓고 남친은 안쓰러운마음에 더 아껴주고
    그당시 어린마음에도 두 사람보면서 너무 애뜻하고 좋았어요
    남자가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이가 40이 되어 보니 그 언니처럼 털어놓는다는게 보통 힘든게 아니네요
    제가 언니에게 어떤 작용을 한건지는 몰라도 그냥 저한테 툭 털어놓고 초등학교 이후에 처음으로 같이 누구랑 목욕을 해보다고 하는 마음에 참 마음이 아프고
    그때 저는 웃으면서
    막상 해보니까 괜찮죠? 자주 목욕 같이 가요 등도 밀어주고 해요

    언니 지금쯤 결혼했겠네요
    보고 싶네요


    원글님도 누구한테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
    툭 터놓고 올리고 같이 욕하면서 위로받으세요
    저도 도와드릴께요

  • 5. 제 얘기로 위로
    '16.8.23 3:14 PM (218.155.xxx.67)

    해결 하시려는 자세가 부럽습니다. 저는 어릴때. 미취학일때. 배움 없고 본능만 있는 시동생 5명이나 있는 시골 외딴 할머니댁에 맡겼답니다. 지금은 엄마한테도 분노가 이네요. 저는 옳고 그름도 모른체 5명의 정액받이가 되야 했답니다. 정상적이었을까요. 한 놈은 어린 제게 커서 너는 이럼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런 새끼들을 작은 아버지라고 명절마다 인사다니고 괜찮은 줄 알았던 제 기억이 사십 중반인 요즘 올라와서 너무 힘듭니다. 안 보고 살 수도 없도. 그때 제 나이인 제 여자 손주들은 물고 빨고 이뻐 하는 거 보면 낫으로 쳐 죽이고 싶답니다. 이런 감정들 때문에 아들 둘 키우는데 어려움이 커서 많이 힘듭니다. 개새끼들. 찢어 죽일 놈들.

  • 6. 원글
    '16.8.23 3:59 PM (211.61.xxx.146)

    윗님, 같은 성폭력 피해자입장이지만 저도 위로드립니다. 지금은 공소시효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없어지기 전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은 없다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저는 어떻게든 알리고 싶습니다. 그 놈의 여자형제들에게라도 부모에게라도 알리고 싶습니다. 변호사 상담을 받아볼까도 고민 중입니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윗댓글님도 부디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 7. ...
    '16.8.23 4:26 PM (118.131.xxx.183)

    윗윗 댓글님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은 사람입니다.. 너무 끔찍한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참으셨는지 속이 말이 아닐꺼 같아서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무척 안타까워요. 가해자가 잘못인데 누구를 위해서 피해자가 참고 인내해야하는 건지요..두 분 모두 어떻게든 과거의 아픔과 나쁜기억을 토해내고 억울한 감정을 해소하시길 바래요.

  • 8. 법적으로 처벌받게 할
    '16.8.23 4:42 PM (223.62.xxx.27)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는데요.
    한국의 썩은 가족주의와 집단주의에서는
    폭로정도의 정보공유는 오히려 원글님 마음을 아프게 할
    가능성도 있어요. 미개한 가부장적인 가족주의에서
    비상식적인 리액션이 나오더군요.
    공지영의 우행시가 그런 얘기인데 가해자보다 그것을
    방관하고 은폐하는 가족들한테 상처받은 이야기죠.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시고 선택하셨으면 해요.
    힘 내시길 바랍니다.

  • 9. 제 얘기로 위로
    '16.8.23 5:58 PM (218.155.xxx.67)

    나쁜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거. 이해 되시나요? 부모라고 더 낫지도 않았으니. 그냥 밥 먹고 놀고. 삼촌이 부르면 또 그런가 보다. 어린나이에도 삼촌이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온 여자를 보는데 질투심 같은 것 까지 일던 기억이 나네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몰랐을까. 없는 게 나았던 부모님이 계시니 딸이라고도 곱게 못자랐지요. 아버지는 몰랐을까. 엄마는 몰랐을까. 서로 모른척 하고 사는 건 아닐까.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죄인 같고.
    가끔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내 동생들은 괜찮을까. 억압하고 제거 했던 기억들이 올라와 저는 참 괴롭습니다. 그래도 원글님 처럼 복수라도 하려는 행동에 미련했던 저 대리만족이라도 하며 기운 받습니다.

  • 10. ㅇㅇ
    '16.8.23 6:24 PM (118.131.xxx.183)

    참혹한 경험을 하셨는데 결혼하고 평범한 듯 가정을 이루고 사신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법적으로든 어떻게든 처벌을 할수는 없나요. 약자였고 피해자인 사람이 아픔을 고스란히 참고
    살아야한다는걸 생각하면...고발이나 폭로가 안된다면 전문상담이라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 11. 원글
    '16.8.24 11:11 AM (211.61.xxx.146)

    제 얘기가 위로_님, 뭐라 말씀드려야할지 님 사연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이런 글 올려서 묻어둔 상처를 들추어보게 만든 건 아닌지 죄송하기도 하고요...
    저도 당시엔 나쁜 건지도 몰랐다가 중학생 때 제가 당한 것이 성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밤에 잘 때마다 생각나고 심장이 뛰고 수치심이 느껴져서 잠들기가 힘들었어요. 저도 그 놈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심 같은 것이 일었습니다. 당시 제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건가 생각했는데, 님도 비슷한 감정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저희는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일반적인 상황을 겪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놈의 부모인 그 할아버지, 할머니가 알면서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마디가 있어요. 어린 저를 방으로 데려가는 그 놈에게 그 어미가 또 데려가냐고 핀잔투의 말을 했었어요. 20살 전후의 성인남자가 어린 여자아이를 방문을 닫고 한참을 데리고 있다가 나오는데 과연 몰랐을까싶습니다. 그 노인들도 죽여버리고 싶네요.
    저도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그 놈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조만간 저의 아빠에게도 얘기를 할 생각인데, 엄마와 마찬가지의 반응이라면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저에게 알려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락처 알려드릴게요...1577-1295

  • 12. ㅇㅇ
    '17.9.1 8:54 PM (125.177.xxx.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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