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피해자입니다. 30여년 전의 일이고 저는 현재 30대 중반입니다.
떠올리면 고통스럽기에 잊으려 노력하며 모른체 살아왔습니다.
이제서야 제가 겪은 것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직시가 가능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트위터를 열심히 했는데, 거기서 본인이 당한 성폭력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고나서 이게 나만 겪은 일이 아니구나하며 덜 고통스러워하게 된건지,
아니면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면서 자꾸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떠올리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 그때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분합니다. 화가 납니다.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저희 부모님께서는 친척어른댁 옆에 터를 잡고 저와 제 남동생을 낳아 기르셨습니다.
제 엄마께서 종종 저를 옆집 친척어른에게 잠깐씩 맡겼는데, 그 집 막내 아들이 당시 스무살 전후였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상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장면장면으로는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성추행과 유사강간을 상습적으로 당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혀 모르셨습니다. 단 한 번도 저는 입밖으로 그 일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며칠 전 처음으로 엄마께 난생 처음으로 저 어릴 때 그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엄마가 충격을 받으실까봐 일부러 아기를 데리고 함께 산책하던 중에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습니다.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혹시 그 삼촌(촌수로 삼촌은 아닙니다)이냐고 묻더군요. 엄마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때 그 놈이 자주 문틈으로 훔쳐보곤 해서 나중에 근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놈에게 사과받고 배상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냥 덮고 살자고 말리시더군요. 그 놈은 대학까지 나와서 지금 월 백만원 월급으로 본인 가족 부양하며 근근히 살고 있다며 넉넉하게 잘사는 너가 잃을 것이 더 많으니 네 아기와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덮자고 하더군요.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놈이 해코지라도 해오면 어떡하냐고요.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해봤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답변을 주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락처만 알려줬습니다. 미성년일 때 당한 성폭력은 만 30세 이전에만 신고를 해도 수사를 할 수 있다던데, 법에 무지했던 제가 너무 밉습니다.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잘살고 있다는 사실이 고통스럽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경찰에 신고해도 접수조차 되지 않나요? 수사 후 시효소멸로 공소권 없음이라고 결론지어지거나, 제가 소송을 건 후 공소권 없음으로 결과가 나온다해도 그 놈이 경찰서에 불려가거나 재판장에 나오기만 해도 제 한이 약간은 풀릴 것 같습니다.
소아성애성향은 평생 못고친다던데, 그 놈의 친조카 중에 만 30세 미만의 여자조카들이 있을텐데 혹시 저처럼 피해를 당하진 않았는지 물어보고 피해가 있다면 제가 신고를 하면 될까요?
해코지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두렵습니다. 아무 잘못없는 제 남편과 아이를 생각하면 덮고 사는게 맞겠다싶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라도 털어놓기는 커녕 제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서 모른체 살아왔는데,
익명이지만 여기 글을 쓸 수 있게 되다니 제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일까요? 그렇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