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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육아, 완전히 완전히 새로운 일상

깍뚜기 조회수 : 3,016
작성일 : 2016-08-22 20:07:09
올해의 무더위와 함께 회자되는 94년의 여름.
단짝 친구와 여름 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우리들의 아지트인 성신여대 앞과 대학로를 누비면서 떡볶이를 사먹고, 
리어카 복제 테이프를 사고, 그러다 삐끼 아줌마에게 걸려 헌혈도 당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18번을 불러 제꼈으며 
김일성 사망 호외 신문이 흩날리는 마로니에 거리에서 어리둥절하게 늦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아... 이게 주제가 아닌데;;;

94년 못지 않다던 올 여름,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갓 태어난 젖먹이랑 씨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 ㅠㅠ
다행히 에어컨 덕을 보고 있지만 (전기요금은 대체 ㅠㅠ) 
작은 생명을 돌보는 일에 땀이 범벅일 때가 많아요. 
일단 머릿 속은 매우 단순해지고 생각의 폭은 참 좁아지는 걸 느낍니다. 
이 시점에서 그게 꼭 나쁘단 건 아니지만...

밥, 잠, 응가 세 가지 테마로 압축 

밥 - 직전에 몇 시에 먹었더라? 대체 모유는 얼마나 먹었다고 봐야 하나? 갑자기 텀이 줄었는데 
모유가 모자른 건가, 아기의 양이 늘어난 건가? 켁켁 거리는데 어쩌지? 모유는 트림 안 해도 괜찮은가? 

잠 - 겨우 재웠는데 눕히자 마자 눈이 또랑또랑 ㅠㅠ 자는 척 한 거였니? ㅎㅎ 
오늘은 낮잠을 왜 많이 잘까, 그러면 밤에 안 자려나, 너무 자면 깨워서 놀아줘야 하나
밤에 계속자면 언제 깨워서 먹이지? 지금 자면 언제까지 잘까? 뭔가 불안함 

응가 - 왜 이틀이나 소식이 없지? 방귀만 뿡뿡. 색은 괜찮나? 농도는? 

잘 먹는가? 잘 자는가? 이제 좀 놀아줄 때인데...
이런 걱정이 매일같이 무한반복.... 아... 안절부절 
남편과의 대화도 '쌌어? 자? 재워보자, 먹일까? 씻기자' 거의 요 선에서 반복;;;
여기에 거의 매일 만나는 쿠팡맨 ㅎㅎ 살 거는 어찌나 많은지. 

아직도 아이의 언어인 울음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졸리거나 배고플 때의 울음은 대충 알겠는데, 
갈수록 울음이 다양해지고 디테일해져서 계속 오독하는 것 같습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자지러지게 울다가 매미소리를 내는 울음에 당황스럽다가도 (솔직히 짜증도 나죠)
아이는 자기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 건데 내 입장에서 황당해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돌이켜 보면, 나도 어릴 적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그 언어를 잊어(잃어)버렸기에...

말로만 듣던 육아의 세계가 이토록 단조롭고 한편으론 이토록 다이나믹하다니? 
젖 먹이기가 힘들 땐 그냥 분유랑 혼합할까 유혹이 오다가, 어린 것이 내 살을 맞대고 달라 붙어 
용쓰며 쪽쪽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그러다 뭐가 틀렸는지 꿍얼꿍얼 성질도 내고 ㅎㅎ
오늘은 오전부터 낮잠 재우기만 하다가 결국 저녁이 되고만 험난한 하루였는데, 
저도 너무 졸리니까 울컥하기도 하고, 하지만 졸려도 잘 못자는 애를 보니 내가 잘 못 재우고 있는 건가?
또 다시 자책이... 요걸 대여섯번 반복하니 결국 지금 밤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 됐네요 -_-;;;

남들이 아이가 자는 모습이 젤 이쁘단 게 어떤 말인지 진정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ㅎㅎ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나온 생명 앞에서 
좀 더 인내심과 편안한 마음을 갖자고 다짐...............하지만, 
수면부족이 가장 큰 적이네요. 특히 아기의 아침이 시작되는 새벽 6시부터가 정말 졸려요 ㅠㅠ
그러면 일찍 자면 되는데, 이제야 한 숨 돌리는 저녁과 밤시간이 소중해서 그러지도 못하고요. 
참 어리석습니다. 
이제 슬슬 육아와 병행해야할 일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요....

여기까지 글을 쓰기가 참 힘들었는데요. 
거의 50일 간 육아서 잠깐씩 본 것 말고는 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어요.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단어도 기억 안나고, 내가 제대로 말을 하고 있는 건가도 의심스럽고. 
맞춤법은 맞는 것인가 (댓글 무서워요 ㅎ)
선배들 말마따나 아이 낳고 지능지수가 떨어진다더니 흑흑 ㅠㅠ

참, 육아서는 전반적인 발달 상황,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알려주어 그런 일반론을 
개별 상황에 적용하면 되니까 유용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육아서마다 의견이 달라서 
좀 혼란스럽더라구요. 또 지나치게 이상적인 상황을 제시하다보니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읽으면
나만 못하고 있나 조금 좌절감도 들고;;;; 그래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좌우당간 이렇게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출산 소식에 '무한한 사랑의 감각'으로 
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스승의 말씀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그래도 누워 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이 진정인가요? 
이 시간이 그리워진다는 건 맞는 말이겠죠? 


IP : 122.38.xxx.3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잘 하고계신
    '16.8.22 8:15 PM (50.80.xxx.167)

    엄마세요.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편할 때..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져요. 순발력이 내가 이렇게 좋았나? 싶을 정도로..
    그 시기에 애 잡으로 쫒아다니느라 살을 뺄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못 빼면 그 살들은 영원히 붙어댕겨요.
    아기 잘 때 무조건 주무세요. 살면서 질 좋은 수면이 얼마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느낍니다.

  • 2. ㅡㅡ ;;
    '16.8.22 8:17 PM (216.40.xxx.250)

    네. 지금이 젤 편한때에요.
    정확히 8개월지나면서.. 15개월.. 36개월..
    정말 쌍욕나오게 힘들어져요.
    체중도 인생최고로 빠지는데 이쁘게 빠지는게 아니라 못자고 못먹어서 급노화오면서 빠지고.

    그나마 애가 못움직일때가 편한거에요.

  • 3. ...
    '16.8.22 8:18 PM (211.215.xxx.236)

    그리워진다기 보다 각 단계 마다 어여쁨이 달라요.
    첫애 때는 걱정이 많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나 봐요.
    8년 터울로 둘째를 낳고 보니
    신생아의 매력이라는게 있고,
    백일, 육개월, 팔개월, 돌 ,....
    그때 그때 다 다르게 이뻤어요.
    아이가 움직이면 힘들어지긴 하지만, 뿌듯해요.

  • 4. 깍뚜기
    '16.8.22 9:16 PM (122.38.xxx.34)

    역시 그렇군요 ㅠㅠ
    8개월 활동적인 조카 보니까 잠시도 가만이 있질 않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그 때 그 때의 귀여움을 즐길 여유를 갖고 싶습니당

  • 5. Gg
    '16.8.22 9:23 PM (125.176.xxx.112)

    우와 94년의 야간자율학습이라니, 저랑 비슷한 연배이시겠네요. 저도 늦깍이 초보엄마에요. 글을 너무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이제 막 일어서고 활기차게 기어다니는 에너제틱한 9개월 아들래미를 가진 엄마로서 말씀드리자면, 아기가 한단계 씩 도약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때 힘드네요. 뒤집기 시작할때, 이가 하나씩 나기 시작할때, 배밀고 기기 시작할때, 서기 시작할때. 아기도 그 새로운 상태가 적응이 안되는지 엄청 징징대고 잠도 못자고 힘들어하거던요. 그리고 이유식 시작할때도요.(이건 만드느라 너무 진이빠네요). 울 아가는 아직 걷지는 못하고 코모도 도마뱀 포즈로 날렵하게 기어다니는데, 처음엔 민첩하게 잡으러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좀 여유가 생겼어요.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장 힘든 신생아 시절도 버텼는데 적응못할게 또 있을까 싶네요. ㅎㅎ 육아의 길에 앞으로 상상도 못할정도로 힘든일이 펼쳐지지만 아이도 상상도 못할정도로 더더더 사랑스러워질거란 말이 있더라고요..

  • 6. Gg
    '16.8.22 9:26 PM (125.176.xxx.112)

    그래도 50일인데 벌써 수면패턴 잡힌거 보면 완전 선방하고 계시네요~

  • 7. 쓸개코
    '16.8.22 9:36 PM (218.148.xxx.195)

    어머 세상에! 깍뚝님 드디어 출산하셨군요.
    이 더운 여름 예쁜아가랑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얼마전에도 아기가지신거 축하댓글 달았더랬는데 금세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8. 77?
    '16.8.22 11:01 PM (59.8.xxx.150)

    저랑 동년배일 것 같은 느낌이네요 ㅎ 저도 지금 두돌된 아들놈 키우고 있어요. 신생아때부터 순하긴 했지만 아무리 순해도 묵고자고싸고는 해줘야하니 힘들더라구요. 잘먹고잘자는 아기의 시간표라는 책이 있어요. 전 돌 될때까지 수면이랑 이유식 부분에서 장말 많이 도움 받았던 책이에요. 수면으로 고민하신다니 오지랖으로 추천 날리고 갑니다. 이 저자가 소아과 의사인데 찾아보면 블로그도 있어요. 책은 좀 너무 점잖은 말투고 전 블로그가 더 재밌더라구요. 그럼 더운 여름에 이쁜 아기랑 행복하세요~~

  • 9. ㅎㅎ
    '16.8.23 2:37 AM (39.120.xxx.76)

    1번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야~를 막 졸업하시고
    2번 신생아일 때가 좋을 때지~에 진입하셨네요~ㅎㅎ

    육아서 챙겨볼 시간도 부족하실테니 간단히 브리핑해드리자면~
    1. 모유 먹는 아가도 트림은 시켜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먹은 거 다 토하는 애도 있으니..(그게 내 애라고는 말 못함ㅋㅋ) 트림을 5분만에 하는 아기도 있고 20분만에 하는 아기도 있으며 그건 평균 내보면 알 수 있음.

    2. 저도 소시적에 베이비위스퍼러 섭렵하고 수면 교육 시켜보았으나 잠깐 성공하고 거의 도로아미타불 되기 십상이니(게다가 안았다 눕혔다 무한 반복에 허리 어쩔..ㅠ.ㅠ) 적당히 깨면 조금 놀아주다 먹이고 또 놀아주다 재우고 싸면 갈아주고 하시고,
    애 잘 때 이거저거 검색하고 폰질하지 말고 웬만하면 같이 눈 붙이고 자세요.(안그럼 점점 좀비화가 되는 나 자신을 깨닫..)

    3. 한두 달밖에 못쓴다는 스윙이니 바운서니 쏘서, 점퍼루 이런 거 가급적 얻어쓰거나 대여 뭐 이런 걸로라도 쓰세요.
    그런 돈ㅈㄹ같은 물건들이 나의 노동력을 세이브시켜 줌. - 돈ㅈㄹ한다고 가급적 멀리한 육아선배의 쓰디쓴 충고 -

    4. 인터넷 검색 하지말고 괜찮은 육아카페나 지역 맘까페 한 곳만 가입하세요. 동네 괜찮은 소아과에서부터 핫한 기저귀, 대세인 육아용품, 같은 개월 수 먹는 양과 체중 비교 등등과 관련한 신속한 답변까지~~ 가물가물 애 키운 기억 안나는 친정 엄마나 언니보다 나음.ㅋㅋ

    5. 즐육아하세요~~

    6. 육아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겪게 될 것이다. 음화하하핳^^

  • 10. 45677
    '16.8.23 6:58 AM (112.187.xxx.24)

    잘먹고잘자는 아기의 시간표라는 책--저장해요

  • 11. 577
    '16.8.23 6:59 AM (112.187.xxx.24)

    베이비 위스퍼 --이것 유용해요. 잘 연구해보세요.

  • 12. 티니
    '16.8.23 9:01 AM (125.176.xxx.81)

    잘먹고 잘자는이 아니라 잘자고 잘먹는 아기의 시간표 입니다 ㅎㅎ 정재호 선생님이 쓰신거죠... 서천석 선생님이 하시는 아이와 나 팟캐스트 들어보면 정재호 선생님이 게스트로 나오신 수면 관련 꼭지가 있어요. 꼭 들어보세요^^
    다들 뱃속에 있을때가 제일 편하고 누워있을때가 편하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저는 정반대여요...
    누워만 있는 반응없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 이제 뭐든지 잡아채고 일어나고 돌아다니다 다치는 시기가 되니 몸은 더 힘들지 몰라도 맘은 편해요 반응이 있으니 재밌잖아요~

  • 13.
    '16.8.23 10:04 AM (211.114.xxx.137)

    그렇군요. 아이와의 삶... 엄마의 자리... ㅋㅋ.
    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삶이지만. 원글님과 댓글님들의 글로 간접경험...

  • 14. ..
    '16.8.23 11:24 AM (210.217.xxx.81)

    깍님이 엄마가되셨군요 축하드려요 ^^
    그래도 요새 유쾌한 글이 뜸하셨구나 ㅎㅎㅎ
    육아 신세계 맞구요~ 화이팅보내드립니다

  • 15. 깍뚜기
    '16.8.23 3:45 PM (122.38.xxx.34)

    어흑. 축하와 응원의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되네요.

    잘 먹고 잘 자는... 이랑 베이비 위스퍼 안 그래도 추천받아서 조금 봤는데 도움 많이 되더라구요 ^^
    과연 잘 적용할 수 있을지 ㅎㅎ
    어제는 그렇게 낮잠을 안 자더니 오늘은 또 잘 자네요. 매일매일이 참 달라서 어리둥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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