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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아이가 한 말

^^ 조회수 : 3,734
작성일 : 2016-08-07 23:56:45
이제 30개월 되어가는 딸아이에요


오늘 남편이랑 딸아이랑 놀다가 무슨 말끝에
"나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래서 남편이
"그럼 엄마는?"
하고 물었더니
"엄마는 00(자기이름)이야!"
라고 하네요

예전에 막 말하기 시작했을 때
제 얼굴을 그 조그만 손가락으로 가만가만 만지면서
"엄마는 내꺼야..."
그러더니...

참... 내가 누구한테 또 이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보나 싶어요...

지금은 옆에서 한번씩 뒤척뒤척하면서 자고 있는데...

크는 게 아깝네요
제가 참... 사람한테 가장 필요한 건 언제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돈도 사랑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
사랑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자... 싶네요

지나간 건 다신 오지 않고...
제가 평탄하게 잘 살다가 정말 힘들 때가 있었는데
사랑했던 기억... 사랑받았던 기억 (그게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든 남편과의 사랑이든...)
그런 걸로 힘든 게 버텨지더라고요 곶감 빼먹듯이

ㅎㅎ 써놓고 보니 제가 로맨티스트인가 봅니다 오글오글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게 아이를 낳아놓고 나서의 일이었는데
아이를 사랑하는 힘으로도 버텼고...
지나가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힘들 때... 그전에 적립하듯 쌓아놓았던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쓰는 게 아닌가... 사랑했던 순간들을

제가 힘들 때 아빠가 그러셨거든요 술드시고 전화해서
"내가 평생 고생을 많이 해서 너는 그렇게 살지 않게 하려고 내가 참 열심히 살았는데 맘대로는 안 되는구나"라고...
그때는 참 그 말이 또 맘아프고 그랬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래도 내가 아빠의 그런 소중한 딸이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망가지진 말아야지... 싶더라고요

남편이 갑자기 많이많이 아팠고 그래서 직장을 잃었고
지금은 일상생활은 가능해졌지만... 평생 아픈 채로 살아가야 하거든요

지금은 그냥... 그게 내 인생의 무게구나 해요

아... 하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는데요 ^^

아무튼 아이를 보면서도...
네가 나중에 살면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망가지지 않게 빼먹을 곶감을 내가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이런 맘으로 더 열심히 살아지게 되기도 하고 그런가 봐요 ㅎㅎ

그래서 참 이상하게도
남편이 아프기 전보다 지금이 행복할 때가 더 많아졌어요

예전엔 그게 행복인 줄을 몰랐고...
그래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거든요

남편이 아파서 운전도 한참 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남편이 운전을 하고
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나는 그 옆에서 아기한테 노래를 불러 주며
그렇게 우리 셋이 차를 타고 가는데

이게 행복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인생이 행복한 거고...
사랑이 참 좋은 거고... 그러데요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그냥 아기가 예쁜 말 했다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암튼...
그래서 사랑할 수 있을 때 힘껏 사랑하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그냥... 제 생각에는요 ^^


IP : 14.39.xxx.14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가
    '16.8.8 12:00 AM (122.40.xxx.31)

    참 행복하겠네요. 보기 좋아요

  • 2. 이세
    '16.8.8 12:00 AM (112.187.xxx.24)

    뭉클...

  • 3. ...
    '16.8.8 12:02 AM (221.146.xxx.27)

    저도 정말 아이한테 만큼 사랑받는적 없는거 같아여
    마음이 충만해저요
    그래서 나머지는 다 지나쳐 버릴루 있는거 같아요

  • 4. 쓸개코
    '16.8.8 12:08 AM (121.163.xxx.159)

    좋다....

    원글님 글 읽다보니 얼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나네요.
    아버지한테 사랑 듬뿍 받았고.. 그 사랑에 부족하긴 해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다음에도 엉엉 울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어요.

  • 5. ^^
    '16.8.8 12:11 AM (211.247.xxx.12)

    맞아요. 정말 어디서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받겠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저는 저를 위해 기억해두려는데-나중에 커서 속썩여도 견딜 수 있도록이요. 님말처럼 아이가 나중에 커서 지금받은 사랑으로 힘든 일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니 뭉클해요. 저는 빼먹을 곶감이 없어서 몰랐거든요. 더 사랑해줘야겠어요.

  • 6. 글씨
    '16.8.8 12:14 AM (96.246.xxx.168)

    어떻게 어린아이가 저런 표현을 할까 싶어요.. 신기하죠..

  • 7. 맞아요^^
    '16.8.8 12:15 AM (210.142.xxx.248)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부모자식간에도 쓰는 표현인가요?)
    어린자식이 부모에게 갖는 그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은 정말 황송할 지경이에요^^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생각해요!!

  • 8. 부럽습니다.
    '16.8.8 1:06 AM (180.65.xxx.11)

    행복하시네요

  • 9. ㅠㅠ
    '16.8.8 1:08 AM (119.82.xxx.84)

    저는 햄스터가 저 사랑해줘요 ㅠㅠ

  • 10. ㅋㅋㅋ
    '16.8.8 1:44 AM (175.116.xxx.236)

    눈물나려다가 햄스터에 눈물쏙들어갔음ㅋㅋㅋ

  • 11. 모기
    '16.8.8 1:55 AM (27.1.xxx.43) - 삭제된댓글

    저는 모기가...

  • 12. 부담스런 사랑
    '16.8.8 1:55 AM (27.1.xxx.43)

    저는 모기가... 너무 많은 사랑을 줘요.

  • 13. 님이
    '16.8.8 2:17 AM (14.52.xxx.171)

    하는 말을 다 알아듣겠어요
    남편분 빨리 쾌차하셔서 다시 직장잡고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 누리시면서 가족 전부 건강하고 무탈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빌어요

  • 14. ㅠㅠ
    '16.8.8 9:23 AM (223.62.xxx.106) - 삭제된댓글

    에고고.. 눈물나요...
    저도 저희 아이들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고 싶어요!
    인생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땐 사랑 받은 기억으로 버틸수 있다는 말 참 인상적이어서 늘 가슴에 새기고 살고 있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다시 한번 더 되새기게 되고 넘 감동이에요!^^

  • 15. hanna1
    '16.8.8 1:19 PM (14.138.xxx.40)

    이쁜분....


    ㅠㅠㅠ정말 이뻐요,원글님...

  • 16. ...
    '16.8.9 12:30 AM (124.111.xxx.16)

    현명하신분이에요. 지금처럼 예쁘게 사시길 바랄게요~

  • 17. 감동
    '16.8.11 12:39 PM (122.169.xxx.7)

    원글님 앞으로도 더더욱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좋은글 감동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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