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탤런트 김해숙씨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인데요.
어느 분이 댓글에 전원일기 양지뜸 명석이 편을 추천해주셔서 어제 새벽에 봤어요~
양촌리의 명석이라는 어질고 착한 청년이 읍내 선술집 작부인 김해숙씨한테 마음이 끌려서 결혼하려는 내용이었어요.
김해숙씨는 거기서 결혼도 한번 한 적이 있고, 자신을 다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역으로 나와요.
주인아줌마가 그래서 매번 구박해요.
이수나씨가 김해숙씨가 몸담은 선술집 겸 식당에 채소거리 갖다 주곤 했는데요,
명석이가 김해숙씨를 마음이 둔 걸 알고서 잘 연결해주려고 해요.
솔직히 저 여기서 충격받았던게,
보통 동네 총각이 출신이 의심스러운 선술집 작부랑 만나면
촐랑거리면서 동네방네 소문낼 것만 같은데 이수나씨가 그러지 않고
좋게 성사시키려고 하는 게 놀라웠어요. 나중에 선술집 주인이 김해숙씨의 실상을 알려줘서
커플이 되려는 걸 말리게 되지만 그것도 시끄럽게 소문내거나 그러지 않고
명석이의 친구들을 조용히 찾아가서 일을 해결하려고 해요.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지혜로운 캐릭터였어요.
제 기억 속의 이수나씨는 울긋불긋 요란하게 치장한 분으로 남아 있는데
전원일기에서는 머리도 좀 헝클어지고 옷도 초라했지만
활짝 웃는 얼굴에서 쪽 고른 치열이 드러나는데 캐릭터의 성격만큼이나 정말 괜찮은 외모더라구요.
아무튼 실상을 알게 된 명석이의 친구들이 김해숙씨를 찾아가서 이별을 종용해요.
그러자 울컥한 김해숙씨가 이렇게 외쳐요.
"나두 남들처럼 논매고 밭매고 살림할 줄 안다." 라고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명석이가 찾아와서 이렇게 얘기해요.
"아가씨도 결혼해서 아기 낳고 싶어하고 나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
제 머리 못 깎는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 부분에서 저 마음이 너무 뭉클했어요ㅠㅜ
명석이는 자기도 외롭고 쓸쓸하고 옆에 누군가 있어 주기를 바라는데
김해숙씨가 자기 옆에서 배우자로 있어 주기를 바랬어요.
근데 김해숙씨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밤새도록 고민하더니 그냥 아침에 떠나버려요.
그런 내용이었어요.
전원일기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방영되었는지 알 거 같았어요.
그 드라마 속에 나쁜 사람들이 한명도 없어요.
힘들고 속상해도 타인을 원망하려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구요.
주위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도 등장인물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이거 저한테 추천해주신 분 복받으세요! 너무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