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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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문제에 대해 언론이 놓친 부분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간단히 짚어볼까 합니다.
1. 한국의 민자사업은 말이 민자사업이지 외국과 같은 민자사업이 아니다.
3조원 넘는 사업비 가운데 세금이 80%가 들어가고 민간이 20% 투자한 사업이 어떻게 민자사업인가?
외국의 경우에는 거의 100% 민간자본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국내 민자사업의 경우에도 공공 보조는 30% 전후다.
그런데 지하철9호선 상부구간 공사로만 따져도 공공 보조율이 46%나 된다.
실컷 재정 들여 사업해 놓고 민자사업자에게 사업운영권을 준 격이다. 납득할 수 없다.
2. 실시협약 체결 시점이 2005년 3월이다.
이명박과 워싱턴에서 만나 막역한 사이인 송경순(백지연 전 남편)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펀드의 감독이사가 된 것도 같은 시점이다. 단순히 우연이기만 한 것일까?
3. 우리가 흔히 민자사업과 관련해 맥쿼리라고 알고 있는 맥쿼리인프라투융자펀드는 호주 회사가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이 60%가 넘는 국내 회사이며, 외국인 지분은 18%도 안 된다.
그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군인공제회, 신한은행, 대한생명 등이다. 호주 맥쿼리 그룹 지분은 3.9%에 불과하다.
무늬만 호주 회사일 뿐 국내 기관투자자와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땅 짚기 헤엄치기 식의 기형적인 민자사업 구조를 이용해 돈 빼먹는 통로일 뿐이다.
4. 맥쿼리는 서울지하철9호선뿐만 아니라 국내 14개 자산에 투자했다.
이 14개 자산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이번 사건의 경우 서울지하철9호선 주식회사)들에
높은 이자를 물려 영업이익을 빼먹어 빈 껍데기로 만든다.
그래서 맥쿼리가 소유한 이들 특수목적법인들은 법인세를 물지 않는다.
그렇게 빨아들인 이자수익만 한 해에 1500억원에 이르고, 각종 비용을 뺀 뒤 남은 당기순이익도 1000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정부가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자상하게 보살펴 주고 있기 때문이다.
5. 맥쿼리가 향후 이런 식으로 세금 한 푼 안 내고 가져갈 이익만 약 3조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지하철 9호선이 문제가 됐고, 이명박이 특혜를 줬을 듯한 정황이 상당히 있어 보이지만
비단 지하철 9호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 대부분 민자사업이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완공됐거나 계약이 체결돼 진행중인 민자사업의 시공 및 운영 과정에서 빠져나갈 세금만 수십 조원으로 추정된다.
6. 국내에서 맥쿼리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하는 법인이나 펀드가 대략 20개에 이른다.
맥쿼리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호주 맥쿼리그룹의 지분이 다 높은 것도 아니고,
사실 이름만 빌려온 법인도 많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9호선 체결 당시 이지형(이상득 아들)이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였다고 이지형과 연결짓는 것은 극히 무리다.
이지형은 쉽게 말해 무츄얼펀드 같은 것을 운용했을 뿐, 민자사업 투자주체인 맥쿼리인프라투융자펀드와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상득의 해명이 맞다고 본다.
7. 이처럼 민자사업제도와 각종 세제상의 허점을 이용해
국내 민간 금융기관과 공공투자기관들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막대한 고수익을 누리고 있지만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호주 맥쿼리그룹에 분노하지만, 진짜 분노해야 할 대상은 그런 혈세 낭비와 부조리를 방치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