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독립당(SNP)의 조지 케레반 의원은 메이의 연설 도중, “총리 자신이 죄없는 남성과 여성, 어린이 1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핵무기 공격을 직접 인가할 준비가 됐는가?”라고 물었다. 메이는 “그렇다”고 분명하게 답했고,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경악의 탄성이 들렸다. 그녀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적이 아는 것이 핵 억지력을 지니는 유일한 이유”라고 못박았다.
과거의 영국 총리들은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꺼려왔다. 냉전 막바지에 외무장관을 지낸 제프리 하우는 어떤 총리도 그 질문에 직접 대답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는 영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코빈은 메이에 맞서 “대량살상을 위협하는 것이 외교를 풀어나가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반박했다.
트라이던트 핵잠수함들은 원래 바르사뱌 조약군이 유럽을 침략할 경우를 대비해 마가렛 대처가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것이었다. 네 척의 뱅가드급 핵잠수함에 각각 최대 16개의 탄도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으며, 1994년부터 항상 네 척 중 한 척이 해상 순찰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이 1998년 다른 핵전략무기를 폐기함에 따라, 트라이던트는 영국이 현재 운영 중인 유일한 핵프로그램이다.
한편, 영국의 이 마지막 핵프로그램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핵잠수함에 장착되는 탄도미사일의 핵탄두는 영국이 생산하지만, 미사일은 미국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 영국의 핵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영국의 핵무기 시설에는 최소한 40명의 미국인이 상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