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탁묘를 맡게 되었어요.
고양이를 집안에서 데리고 있는 건 처음이예요.
러시안블루인데, 처음엔 낯을 좀 가리더니 지금은 저를 너무 좋아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저를 깨우지 않고 있다가, 제가 뒤척이면 바로 "앙~~~"하면서 저에게 달려와요.
오랜만에 봤다고 "앙~~~"하면서 계속 골골대면서 만져달라고 제 손을 자기 몸에 갖다대요.
고양이는 배 만지는 거 싫어한다는데, 제가 배를 만져줘도 애기처럼 좋아해요.
가끔 국물용 멸치 (한번 데쳐서 줘요)를 주는데, 그거 먹고 싶을 땐 냉장고 앞에 앉아서 저를 계속 불러요.
놀고 싶을 땐, 가짜 쥐 모형을 자기 발 앞에 대놓고 계속 저를 쳐다봐요.
쥐잡이 놀이할 땐 완전 맹수처럼 강렬한 눈빛을 쏘는데, 또 막상 달려와서 낚아채진 못하고 헛발질을 자주 해요.
높은 데 올라가는 거 좋아하는데, 무서움이 많아서 올려달라고 저를 계속 불러요. 너무 높은 곳에서 내려갈 때도 무서워서 못내려가고 내려달라고 "잉~~'하고 계속 불러요.
혼자 있는 걸 안좋아해요.
제가 티비 보고 있으면, 쇼파에 올라와서 같이 앉아요.
그럼 자기도 뭘 안다는 듯이 티비를 열심히 보다가 잠들어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버선발로 뛰어와서 한참을 쓰다듬어주라고 들어누워요.
남편이 부르면 그냥 오는 척만하고 안오다가 제가 부르면 "아아앙~"하면서 막 뛰어와요.
밤 11시 넘어서 안자고 있으면 계속 저를 찾으면서 같이 눕자고 해요. 한참동안 꾹꾹이 해주다가 피곤해서 그냥 휘청하면서 쓰러지듯 침대에 눕더라고요.
어젠 팔베게를 해줬는데, 팔을 빼려고 하니 막 화를 내요.
식탁엔 올라가지말라고 살짝 혼냈더니, "아아아앙~"하면서 그냥 드러누워버리더라구요.
오늘은 저를 부르는데, 평상시와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고요. "냥~"이게 아니고 "엄마~"하는 느낌으로...
자기 주인이 잠깐 보러왔는데, 별로 좋아하는 티 안내고 쳐다만 보다가 저에게 달려오더라구요.10평 집에서 살던 아이인데, 넓은 우리집이 좋은지 엄청 뛰어다녀요. (그렇다고 쿵쿵 소리가 나진 않아요.)
화장실 가서 볼일 보느라 사라지면, 큰일이라도 난듯이 뛰어와서 화장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요. 그러고 제가 문열고 나오면 너무 좋아서 또 벌렁 누워요. 5분 떨어져 있던건데..반갑다고...
아...아무 생각없이 탁묘 맡았는데,...보내고 나면 후유증이 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