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13년차에요.
세 돌 다 되가는 아들 하나 키우고요.
그냥 사무직에서 일하고 있고, 막 열정적으로 일하는 편은 아니에요.
회사가 좋은 편이라 월급도 세고, 복리후생 좋고, 일년에 휴가 30일에 재택근무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근데 작년부터 일하기가 넘 하기 싫더라구요.
직장생활 권태기가 온 것도 있고...
아이 낳고 5개월 때 복직했는데, 아이가 어릴 때는 오히려 별 생각 없이 시터한테 맡기고 출근하는 게 괜찮았는데,
애가 커갈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제한 되어 있다는 게 자꾸 걸리더라구요.
요즘 들어 떼 쓰는 일도 늘고, 소위 말하는 땡깡 피는 일도 많아진 아들인데,
퇴근하고 집에 가면 저한테 달라붙어서 저녁도 못 먹게 하면서 놀자고 하고, 엄마 조금만 쉴게 그러면 드러누워서 울어요.
그럼 참 맘이 아프면서도 내 몸도 힘든데 라는 생각에 짜증도 나고 그래요.
사실 생각해보면 자기개발, 자아실현 뭐 이런 거에 크게 욕심 없거든요.
생계형 맞벌이는 아니지만, 제가 일 그만 두면 저축하는 부분의 상당 부분이 빠지고, 남편 혼자서 부담될까봐 일하는 거구요. 또 친정에 가끔 돈 들어갈 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일하는 부분도 커요.
이번에 가족휴가를 다녀왔는데, 아이랑 함께 지낸 시간들이 넘 좋아서 또 회사 그만 두고 싶은 병에 걸렸어요.
아이 유치원 다녀오면 간식도 챙겨주고,
갓한 밥 반찬으로 저녁도 챙겨주고 싶고 (맨날 그 전날 밤에 만들어 놓은 냉장고 한 번 들어갔다온 국, 반찬으로 밥 먹거든요..)
아이 데리고 박물관, 놀이터도 가고 싶고,
좋아하는 악기 연습도 실컷 하고 싶고...
베이킹도 배우고 싶고..
회사 그만 두면 하고 싶은 일들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그 중 다행인건, 친구들과 브런치 같은 건 리스트에 없는 거네요 ㅎㅎ)
남편은 나름 돈 잘 벌고요, 회사에서 중역으로 잘 나가고 있어요. 저랑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걱정이긴 한데, 지금처럼만 한다면 괜찮을 것도 같아요. 일하는 분야가 좀 특수해서 경쟁력이 있거든요.
그래도 제가 회사 그만 두면 지금처럼 뭐 사고 싶을 때 두 번 고민 안하고 턱턱 살 수 있는 여유는 없어지겠죠.
그동안 회사 그만 두고 싶다라고 남편한테 얘기하면, 조금만 더 참고 다니라고 다독거려(?) 주던 남편인데,
요즘엔 아이 커가는 거 보면서 성격형성이나 교육에 더 신경쓰고 싶어 그런지, 아껴쓰고 살 자신 있으면 그만 두라고 하네요.
참고로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 경단녀 재취업은 한국만큼 어렵진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이 너무 좋아서, 여기만큼 괜찮은 곳으로 재취업 할 확률은 높지 않을 듯해요. ㅜ.ㅜ
내년엔 승진도 되고, 월급도 오를텐데..
경제적인 거 생각하다가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같이 있어주나라는 생각도 들고..
직장생활 그만 두고 전업하시는 분들..
어떠세요? 만족하시나요? 후회되시나요?
사실 마음은 80%정도 정하긴 했는데, 순간 순간 널뛰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