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공무원인 평범한 집에서 자랐어요.
어릴 땐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시는 것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오로지 저에게 쏟아주는 거라는 걸 몰랐어요.
앨범을 펼쳐보면, 전 공주 원피스 입고 있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가족끼리 캠핑도 자주가고, 주말마다 외식도 했어요. 부모님은 순대국밥, 저랑 제 동생은 돈까스를 일요일마다 먹었어요. 그 때 그 시절엔 그런 외식도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제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 부모님은 해외여행까지 다닐 형편은 아니어서 우리는 주로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우리 자매가 중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살림살이가 많이 팍팍해졌지만 그래도 학원 하나쯤은 다닐 수 있었고 인서울 대학교에 진학도 했어요. 아버지 퇴직하시면서 우리 자매 학자금을 갚아주셨지요. 대학 학자금 빚은 없지만, 결혼 자금까지 대주실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서, 제가 결혼자금 육천만원 정도 모아서 결혼했어요.부모님은 연금받고 계시고,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하시면서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신 덕에 퇴직하셨지만 6년간 다른 직장 생활을 더 할 수 있어요. 덕분에 부모님 노후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어요. 서울집값이 비싸서 대출을 가지고 살고 계시긴 하지만..
제가 성인이 되고 보니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 아니 오히려 부모를 봉양해야하는 상황에서 자식까지 평범하게 건사했을 그들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부모가 부자였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이 저에게 누리게 해준 '평범'한 삶이란 것 자체가 굉장한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