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인데 전교부회장을 하겠다고 난리통이에요. 웃긴 건 반 임원도 한번도 안 해봤거든요. 첫째도 그랬구요.
성적은 최상위권이긴 한데...전 임원 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것도 수요일까지 신청인데 오늘 하겠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어요. 저 어제 피 철철 흘리게 칼에 베어서 수영도 못 가고 집에서
밥도 못 해먹고 있는데 진짜 열받더라구요. 평소에 집안 일도 하나도 안 거들어줘요. 아무리 초등생이지만 자기가
공주인 줄 착각하고 먹은 그릇 개수대에 넣는 것도 안 하려고 해요. 다 첫째가 하고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아요.
오늘 화가 난 건 학습지 수업을 저번 주에 이어서 세번째 연기를 하겠다는 거에요. 자느라, 아파서, 오늘은 준비할
게 많아서 못 하겠다는 거에요. 공부는 잘할지 몰라도 진짜 게으르고 숙제도 늘 마감 전에 밤늦게 허덕이면서 해요.
영어학원도 그런 식이에요. 피아노는 아예 관두게 했구요. 손이 아파서 빨래 좀 같이 널자고 했더니 자기 바쁘다고
삐져서 왜 바쁜 나한테 이런 걸 시키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다 때려치우라고 했어요. 전교임원이 무슨 솜사탕 까먹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지 맘대로 저러는지 욕이 나와요. 매사에 충동적이고 의논이라는 게 전혀..;;;
지금도 너무 짜증이 나서 저도 맞불작전으로 야단쳤더니 울고불고 집이 떠나가게 통곡을 하네요. 엄마라도 애가 뭐든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하나요? 솔직히 초등학생 전교임원 되기도 힘들고 대부분 반장이라도 했던 아이들이 되잖아요.
전 아이 학교 가는 것도 총회 딱 한번이에요. 절대 가고 싶지 않구요. 녹색교통지도 하는 것도 꾸역꾸역 참고 하는 거에요.
부모가 학교 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애가 뭔가 주도권을 잡고 싶어하고 엄마가 학교 자주 오고 설명회나 특강 같은 거
공개수업 참여하길 원해요. 전 전혀 관심도 없고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것 극도로 싫어해요. 이럴 때 애한테 맞춰줘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