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키우고 있어요. 아주 잘 하는 아이, 그렇지는 않지만 매우 노력하는 아이 그렇게 나뉩니다. ㅎㅎ
자기 아이 갖고 실험하는 게 오죽하겠냐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이쪽으로 전공도 했었고 나름 연구했어요.
타고난 게 많긴 합니다만, 후천적인 부분도 무시 못합니다. 초등 성적 소용없다고 하시는 분들 잘 이해가 안 가요.
물론 엄마가 다그쳐서 할 수없이 공부한 애들 중에 중학교 진학해서 성적 추락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긴 해요.
그런데...뭐랄까 말로 설명하긴 그런데 기본적인 학습이 몸에 익어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애들이 중학교에 가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일단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공부를 안 해본 애는
자기가 몇 시간동안 공부한 걸 대단하게 생각을 합니다. 와~~ 나 오늘 오래 공부했어!! 나 멋져!! 이러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상위권이나 최상위권 애들은 그 공부를 수년간 매일 매일 쉬지 않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부 안해본
애들은 그 과정을 이해 못 해요. 왜 그렇게 공부를 해야하지?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 이런 개똥철학을 펼치죠.
요즘 아이들은 재미있는 게 너무나 많아요. 눈만 뜨면 동영상이 펑펑 터지고 게임 홍수에 야동까지 아주 죽여주죠.
게다가 아이돌 음악에 심취해서 연예인이 되어보겠다고 방방 뜨질 않나...;;; 다행히 저희 집 애들은 그냥 가만히 혼자
앉아서 노는 수준입니다. 그것도 속 터지지만요. ㅋㅋ 인내와 끈기라는 게 타고난다고 생각하지만 그 성취감을 맛볼
계기란 게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살아오면서 그랬었구요. 요즘 모 드라마에서 친구한테 공부 배워서 1등했다고
현실성 없다고 하는데 제가 산 증인입니다. 수학 진짜 잘 하는 친구 (지금 양, 한방 면허 있는 성공한 의사입니다)한테
수학을 배웠는데 정말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모르는 부분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납득하게 해주었어요.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큰 병에 걸려 투병하느라 명문대에 바로 진학하진 못했지만 결국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했어요. 암튼 그 과정에서 느낀 건 공부라는 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하고 소위 최상위권에 들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달려야 하는구나...라는 거였어요. 그걸 깨닫지 못하면 결국 도약하지 못하고 주저앉더라구요.
말이 길었습니다만...전 아이들 학습에 목 메는 스타일은 아니고 솔직히 게을러서 잘 푸쉬하지 못했어요. 그냥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성적이 특출난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제가 앞서 얘기한 그 부분을 잘 채워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헬리콥터맘이라고들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방임하는 부모보다 훨씬 인생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내 아이가 뭘 공부하고 있는지 진도는 어디를 나가고 있는지부터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대답해주는 엄마를
가진 자녀들은 월등히 다르더군요. 비싼 학원이나 과외 붙여서 닥달하는 것과는 좀 관점을 달리 보게 된다고 할까요.
최상위권 애들 엄마는 내 아이가 부족한 과목이나 더 나아가 어느 과정을 어려워하는지 세세하게 알고 있고 그에 맞는
학원이나 선생님을 찾아서 데려가더라구요. 그럼 그 아이가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냐...더 열심히 하고 엄마를 고마워
합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거나 괴로울 정도로 성적으로 몰아부치는 게 아니라면 적절한 자극과 관심은 아이를
더 나은 목표를 갖고 사는 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성취감을 제대로 맛본 아이는 좌절하더라도 다시 돌아옵니다.
너나 잘하세요...하시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만...ㅋㅋ 저 아직 애들이 어려서 끝까지 가본 소감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좀 더 아이들에게 관심 갖고 지지해주고 원하는 얘기 들어줄 준비도 되어있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맞벌이도 해봤지만 제가 둘 다 잘할 자신이 없어서 일반 직장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딱히 육아를 도움받을 곳도 없었구요. 양가 부모님 건강도
별로 좋은 편이 못되서요. 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학습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게 흥미롭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왜 공부하는 지 자신이 납득이 되는 것이 가장 기본이구요,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고
살도록 옆에서 써포트해줘야 한다는 거죠. 놀더라도 마냥 퍼지지 않게 하고 약속을 잘 지키게 도와줘야 한다는 겁니다.
공부를 잘 하면 왜 인생이 달라지는지, 지금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이 자신이 잘 알게 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공부 못하면 주차장 알바하고 노점에서 나물 팔게 된다는 쌍팔년도 협박이 아니라 세상을 넓게 보고 좀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끝없이 설명해주고 이해되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거지요. 어려워요.
그런데 하다보니 됩디다. ㅎㅎ 그러기 위해선 취미활동도 열심히 하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충족되게
부모도 아낌없는 투자를 해줘야합니다. 돈으로 밀어붙이라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제과제빵에 관심있어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식빵 외엔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보다는 스콘과 치아바타, 마카롱 등등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맛있는 집에 데려가 맛보게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죠. 저희 애도 한때 빠져서 머핀도 같이 만들고 이런저런 쿠키도
같이 구웠습니다. 그 덕에 제과제빵 개인지도까지 받았죠. 아이가 아니라 제가요. ㅋㅋ 애 가르치다가 저도 빠져서...ㅎㅎ
암튼 말이 길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다구요. 타고난 부분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하고 경쟁이 치열해요.
저도 그다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엄마는 아닌데 남편은 자수성가해서 샐러리맨으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상태에요.
무조건 스파르타식으로 공부 시켜야 하고 최고 명문대에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애들이 질식할까봐 중간에서
진짜 마음 고생, 몸 고생 했습니다. 그런데 느껴지는 건 뭐냐면 인생 한번인데 노력하면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본인이
진하게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연하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날이 덥죠. 열대야에도 애들 공부시키시는
수험생 어머니들 응원합니다. 맛난 간식 주시고, 격려해주세요. 딥따리 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 일사병에 유의합시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