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뜩이나 날도 덥고 정신 사나운데 유쾌하지 않은 얘기 늘어놓는 점 미리 사과드릴게요
진짜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폭탄 터지듯 터지네요
3년간 조그맣게 호프집을 운영했었는데 이 불경기에 보기 좋게 해 먹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선전한다고 했는데 가족에게 받는 시선은 니가 그럼 그렇지의 낙오자, 실패자, 패배자, 인간 쓰레기..
몇 천만원의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그건 뭐 워낙 상대적인 문제니까요
친한 친구들이나 저를 많이 응원해주는 지인들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경험이라고 나이 서른 중반에 이 정도인 것을 다행이라고 좀 더 큰 발판을 가진 계기가 되었으니 주눅들지 말고 화이팅하라고 진통제 주사하듯 얘기하는데 집에서 워낙 쭈구리 취급 받다보니 정신 승리도 잘 안 됩니다
가게는
엄 마가 2000 정도 투자하고 제가 나머지 1500 정도 투자 했어요
1500 이야 보증금이니 되돌려 받을 수 있는데 가게가 다른 분이 넘겨받지 않는 이상은 시설비나 그런 건 홀랑 날라가는거죠
엄마는 매일같이 본인이 쏟아 부은 돈 때문에 짜증과 통곡으로 시작합니다
가게는 엄마가 바톤 터치를 받아 유지만 하고 있는 정도인데 아무래도 제가 했던 스타일과 다르다보니 원래 오던 손님 마저도 끊기고 손님도 달라졌고요
제 업장이었다보니 제가 더 해도 괜찮은데 이미 머리나 마음으로 타격받은 게 만만찮아서 가게에 있던 정도 다 떨어지더군요
책임감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제 마음은 그래요
제 능력으로 다른 데서 벌 수 있는 돈이 더 큰 것도 있고 장사 하면서도 오퍼를 많이 받은 상태라
애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 마음 먹었거든요, 엄마에게 가게를 넘긴 것은 엄마가 제 장사를 본인이 한다고 말씀 하신 게 있었어요
그런데 수중에 돈 하나 없이 가게에서 손 떼다 보니 거지가 되었어요
저를 필요로 한 자리는 다른 지역이라 거처를 옮겨야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마저도 지금 쉽지가 않습니다
일자리 오퍼는 여러 곳이 있는데 제가 못 가고 있는거죠
그리하여 제 뜻과는 상관없이 한 달 째 백수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이런 제 속을 모르고 저는 대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경험 상
돈이라는 게 마음 급할 때는 잘 안 풀리더라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에서 가정부처럼 보내는 와중
어제 다섯 시간 동안 청소를 했어요
성격이 이상해서 청소는 마음 먹을 때 안 하고 치우면서 점점 일이 커지는 스타일이에요
아시는 분은 아실거라 예상 ㅋ
곧 다른 지역으로 떠날거고 한 동안은 집에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 오고 싶지도 않아요 )
엄마가 못하는 부분들 정리 해주려고 렌지 후드 필터 가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후드에 낀 묵은 기름때 다 제거하고 가스렌지도 기름때 닦고 상,하부 수납장에 번진 기름때까지 싹 닦았어요
가스렌지 레버에 가스 호스까지 다요! 아오 속터져!
그 시간 세탁기가 이불 빨고 있고 청소 끝낸 렌지에 수건을 삶습니다
이불 빨래 끝날 때 쯤에 수건 삶기도 끝나고 큰 대야에 한 번 헹궈서 삶은 물은 욕조에 넣어 욕조에 낀 물때 벅벅 닦습니다
변기도 닦고 다 닦아요
베란다에 이불 널다 겨우내 방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전기매트를 좀 치워버리자 하는 생각에 베란다 수납장을 열었는데
아오, 일 은 제가 만드는거죠 즉, 사서 고생하는 내 몸뚱아리 ㅠ
세상에 세상에 헬게이트가 거기 있습디다 -_-;;;;;
쑤시박산이라 머리가 어질어질, 원래 정리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하라고 해서 안 하고 있었거든요
( 저 좀 그래요, 누가 시키면 안 해요, 제 마음이 동해야 하는거예요 )
원체 엄마가 정리정돈을 잘 못해요 수납 그런거요, 어릴 때부터 느낀거라 그러려니 하는데
엄마가 정리한다고 한 곳은 제 눈에는 그냥 엉망진창이에요
무슨 쓰레기 수집 창고도 아니고 좁은데서 치우느라 땀 뻘뻘 흘려 불쾌지수 높은데
이불 널어놓은 탓에 낮은 자세로 다니니 짜증은 솟구치고
하지만 이미 시작한 거 중간에 관두는 성격도 못 되고
대충 정리하고 ( 말은 대충이지만 대충 못하는 성격입니다 ㅜ ) 버릴 것 다 버리고 어느 정도 깨끗해졌어요
매트를 넣으려고 옮기는데 ㅜ 그 와중에 이 망할 전기매트는 드럽게 무거워서 제 마음대로 으쌰으쌰 안 들어지니깐 썅욕이 그냥 절래 나오데요 ㅜㅜ
남동생한테 들어 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거 말하는 것도 귀찮아서 제가 걍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 허리 아파요
냉장고에 마구잡이로 붙인 자석 전단지 쿠폰 다 떼고 그거 다 닦아내고 엄마 방에 있는 쓰잘데기 없는 거 또 한 바탕 버리고
나름대로 정리하고 하다보니 해는 지다못해 껌껌해요, 시계 보니깐 밤 열 시
저 분명 해 떠있을 때 청소했는데;;;
저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실컷 치우고 신발 산더미로 쌓여있던 현관까지 다 치우고 나름대로 집구석 반짝반짝하게 해 놨더니
귀가한 엄마는 본인 물건 죄다 버린 건 아니냐고 뭘 다 갖다 버렸다는 둥,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 하나 하나 묻고 있고
화가 얼마나 나는지 확 소리 질렀어요
그동안 제게 부었던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 듣고도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정말 화가 솟구쳐 올라서 홱 돌았어요
집에 동생이 둘 있어요 여동생, 남동생
그 족속들은 자기 속옷 하나 안 빨아 입어요 창피한 일이긴 한데 저 진짜 오늘 너무 열받아서 떠드는 거예요
창피고 나발이고 가족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 이 기분
모든 빨래를 거의 제가 다 빨아요 100이라고 치면 2정도 엄마가 하는 정도
수건 귀신이 들렸는지 수건을 무슨 화장지 쓰듯하고 정작 저는 지들이 쓰고 난 수건 쓰는데,,,,,,
그럼 옷은 뭐 말 다했죠, 제가 다 세탁기 돌리고 널고 개고, 소소한 걸레질조차 안 하는 인사들인데 뭘 바라겠어요
지들 몸 치장 하느라 바쁜걸요
빨아 놓은 옷은 또 어찌나 잽싸게 잘 입고 다니는지 돈 제대로 못 버니 넌 그런거나 열심히 하라는 것처럼 읽히더군요
물론 제 자격지심이겠죠, 알아요
여동생은 제가 비싼 옷 사면 그거 입고 본인은 싸구려 옷 사 입어요
< 돈도 제대로 못 버는데 무슨 비싼 옷이냐 상징적인 얘기니 오해 마셔요 :-) >
인터넷 쇼핑으로 이것저것 배송시킨 다음 그것 마저도 마음에 안 들면 반품은 늘 제게 시키고요
학교 다닐 때에는 제 옷 마음대로 입고 제가 입을 거라는 것도 뻔히 알면서 그냥 입고 나가서 연락두절
그러고 곱게 들어오면 말도 안 하죠 술 마시고 헬렐레 다니다가 옷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실크나 린넨 같은 거 올 나가고 단추 잃어버리고 가방이나 립스틱같은 거 잃어버리기 부지기수
옷이 왜 이러냐,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린 거냐 물어보면 늘 돌아 오는 대답은 " 난 모르겠는데? "
제가 절대 모르는데? 그 말에 안 속는 게
일 년 전인가 제가 참 아끼던 안경이 있었어요, 뭐 늘 그렇듯 자기 물건인 양 지가 끼고 다니더라고요
제가 쓸려고 찾아보니 그 안경이 안 보이는거예요 찾다가 못 찾아서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말았어요
어느 날 제가 대청소 하다가 보니 소파 밑에 후미진데서 이게 나오네요??
퇴근한 여동생이 안경 낀 제 모습 보고
그거 어디서 찾았냐고? 지가 잃어버린 줄 알고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대요, 모르쇠 작전 또 펼치는거죠
망알년
또 어느 날은
제가 생리통이 심해서 약 한 번 사달라고 했어요
돌아오는 말은 지금 너무 바빠서 못한다는 둥, 참으라는 둥,
얼마나 대단한 회사 생활을 하길래 그렇게 바쁜건지 암튼 저런 일이 다반사예요
늦은 시간에 술 마시다가 집에 들어와 술이 모자라면 제게 연락해서 가게에 있는 술 갖다 달라고 합니다
이건 뭐 남동생도 마찬가지고요
이 정도면 제가 문제있는거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맞아요 문제예요
돈 없는 문제, 돈 못 버는 문제, 장녀로서 똑바로 못 사는 문제
저는 남들 안 하면 제가 속이 터져서 궂은 일도 말 없이 하고 마는 성격이거든요
엄마부터 동생까지 아주 만성이 되어있는거예요 그러니 아무도 청소 할 생각을 안 하고
벨이 눌러도 누구하나 엉덩이 뗄 생각을 안 해요
뭐 제 잘못이죠 호구같은 거...... 제 탓이죠
이런 인간들이 제가 우유다 모다 이것저것 먹을 거 사오면 들입다 먹으면서 지들은 사와서 숨겨놓고 먹어요
절대로 적정량 이상도 안 사올 뿐더러 혹여나 제가 목이 말라 마시면 자기 음료 왜 먹었냐고 소리 지릅니다
제가 만들어 갖다 놓은 음식은 이러네 저러네 평가질하고 손 대기도 전에 다 먹어 없애면서 말입니다
제가 이번에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장사 처음도 아닌데 심적 타격은 제일 크더라고요
제가 힘들어서 어쩔 줄 모르지만 표현을 잘 안 하는 성격이에요 울고불고 짜 봐야 서로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요
정작 그런 건 나몰라라, 거의 한 달 놀고 있으니 돈 벌러 안 가느냐는데 참 나 원
가게할 때 제대로 장사를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냐며 상사가 아랫사람한테 말 하듯 따지는데 유구무언이더군요
회사생활 핑계로 아무 일도 안 하고 캔디팡인지 나발인지 하느라 밥 먹은 자리조차 치우지 않는 동생한테
단지 돈을 제대로 못 벌었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 당하니깐 처참, 그 자체
진짜 끝내주는 모멸감은 참 가까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들이 내 핏줄이라니
이런 핏줄이면 모르고 마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엄마에 대해서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동생들 앞에서 쌍욕을 하는 사람인데 이 동생들이 저를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밖에서만 그런 체 살아가는 허세 덩어리지 자기들 시야에 들어오는 전 그저 거지같은 언니고 누나일뿐이죠
엄마는 돈 몇 푼 갖다주면 표정이 달라지고 대우가 달라지고
뭐 하나 수틀리면 시작하는 누구누구 집의 딸, 아들들이 물질적으로 해주는 환대의 스토리
결론은 너는 왜 그 모양이냐의 전형적인 레파토리
돈이 아까워 대학조차 보내주지 않았으면서 저더러 돈 니가 벌어서 공부하라는 소리만 늘 했어요
대학은 멀리 있어 집을 구해야 했는데 그 상황이 여의치 않아 2학기 시작에 관두고 돈이 문제면 돈을 벌어야겠구나
지금 내 사정에 공부는 가당치도 않다 생각들어 스무살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아르바이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깃집에서 했었기 때문에 겁 나는 건 없었어요
그 고등학교 때 남들 다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허비해도 엄마의 머릿 속엔 제가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였고
본인에게 얼마나 돌아올까 하는 그런 것들이었어요
성인병이니 고지혈이니 운운하면서 오래 살려면 채소 많이 먹어야 한다고 흔한 갈빗집도 잘 안 데려갔어요
사실 고기 사 먹는 돈이 아까워 그런 거 알아요, 식구들이 성인병이나 고지혈 걱정할 정도의 체형도 아니고 오히려 영양불균형에 가까웠습니다
풀떼기로만 식탁을 차려주신 것에 뭐가 맺혔는지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풀이 하듯 고기를 사먹고 다녔어요
오죽하면 제가 고깃집에 알바를 했겠어요 :)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도 못하고 이 일 저 일 헤매다 보니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어른들의 세계를 빨리 알게 되었고 친한 친구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는 것 보니
엄마의 무지와 엇나간 기대가 제게 무엇을 말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엄마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교육관이 무엇을 야기하는지도요, 돈 많은 곳은 재취라도 괜찮으니 그런 곳이면 자기도 암 말 안 하겠답니다
폭력적인 남편을 만나 어그러진 당신의 결혼생활이 아이들 탓이라고 여기는건지 당신이 겪었던 불행이 저에게도 전가 되기를 원하는건지 가끔 알 수가 없습니다 제 보기엔 엄마의 수준이었고 다른 대안이 없었을거라 생각하는데도요
그저 돈이면 만사 오케이라 제가 불법적인 데 손을 댄다고 해도 나 몰라라 합니다
당신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가면 그게 본인의 행복이니까요
글 쓰다보니 진짜 제 살 파먹는 아주 소소한 얘기까지 다 나올 것 같아 여기서 그만 할게요
여기서 더 나온들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죠, 화가 나다 못해 고꾸라지는 마음이에요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졌고 의욕도 많이 가라 앉았어요
일전에 엄마와 함께 한의원에 갔더니 홧병이라고 하더군요
약도 못쓰는 홧병이라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고요
사실 빨리 나가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정신을 다른 쪽으로 환기 시켜야하는데 기다리는 마음은 참 갑갑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여기다 떠드니 조금 낫네요
이따가 펑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