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7080콘서트에 수와진이 나오네요.
나이를 찾아보니 55세 두분 쌍둥이 인데도 험난한 인생사 탓에 한분이 많이 늙고 여위어있어요. .
아마 동생분인것 같던데. 두분이 꿈의 대화란 노래를 부르셨어요.
찾아보니 꿈의 대화가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해가 1980년이네요.
벌써 36년전.
올해로 제 나이 오십이 되었으니 아마 그땐 초등 6학년이거나 중1쯤 됐겠죠.
이젠 숫자 계산은 복잡해서 대충 뭉뚱그려져요
당시 엄한 아버지 덕에 왠만큼 유명하지 않으면 아는 노래도 별로 없던 제
유일한 낙이 대학가요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마다 해주는 흑백 명화들.
술을 즐기시던 아버지가 운좋게 주말에 늦게라도 오시는 날엔 마루에 모여 언니들이랑 주말의 영화를 봤었어요.
자녀들이 티비보는걸 싫어하시는 아버지 발소리가 골목 어귀에서 들리면 모두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어가곤 했죠. ㅋㅋ
그때 아버지한테 들킬까 조마 조마하며 맘졸이며 봤던 히치콕 감독의 '새'라는 영화가 아직도 생생해요.
그 공포스러움에 전율하면서도 어린 감성에 감독이 천재라는 생각을 하며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나요
알랭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맨 마지막 장면에 보트에 매달려 끌려온 죽은 친구의 팔을 보며 경악했던 것,
흑인하녀가 한없이 조여대는 비비안리의 허리를 조마 조마 하게 쳐다보며 봤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생각나구요.
대학가요제 생각하다 뜬금없이 영화얘기를 했네요
말쑥한 대학생 둘이 하모니카와 통키타에 맞춰 부르는 꿈의 대화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놀라움이 지금도 생생해요. 36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설레임으로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다니
노래의 힘이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도 희망적이고 아름답고 흥겹기까지 한 멜로디지만 그 안에 서려있는 슬픔과 묘한 절망감이
어린 제 마음에도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어릴적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는 해마다 새로웠던것 같아요.
지금처럼 노래도 돈으로 포장되 듣기 좋고 잘팔리는 상품으로 잘 다듬어져있지 않은
그냥 풋풋한 날것의 느낌으로 청춘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창의적인 노래들이 많이 나왔었어요.
물론 그런 가요제들도 점점 그 의미가 무색하게 상업화되가며 설자리를 잃어버려 폐지되고 말았지만요.
당시 청년의 열정과 끼만으로도 더 할 수 없이 멋있던 노래들도
이젠 기획사들에 의해 상품으로 재단되서 팔려나가니 그때의 어설픈 풋풋함은 찾아볼 수가 없네요
요즘의 노래도 충분히 멋지겠지만
노래에 문외한인 제가 청춘을 돌아보며 드는 어리석은 생각중 하나 일수도 있겠지요.
추억은 힘이 없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아니네요.
36년전 제 심장을 뛰게 했던 노래들이 지금도 제 심장을 뛰게 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오늘의 나를 기억하며 그래도 그때는 청춘의 노래에 심장이 뛰는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할 날이 있겠죠.
내 심장이 아직은 청춘의 심장으로 뛰고 있으니
아직은 나이 먹었다 하지말고 꿈을 품어봐야겠어요.
아직 완경은 아니지만 나이 오십이 되니 청춘은 떠나고 내 육체가 시들어가는 게 느껴져
한동안 제 자신이 한없이 안쓰러웠는데...
몸은 늙는데 왜 마음은 같이 늙지 않아서 자꾸 돌아보게 하는지 싶었는데
청춘의 심장 박동은 그래도 다시 새롭게 살 힘을 주네요.
오늘이 쓸쓸하고 덧없는 세월에 슬픈 마음이 가득하다면
대학가요제 노래 들어보세요.
노래와 함께 늙었지만 여전히 힘차게 뛰는 심장의 주인공인 자신을 만나게 될 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