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울어머님

간병 조회수 : 892
작성일 : 2016-07-07 23:30:44
남편이 아팠었어요 많이.
입원했다 퇴원했다 했는데
하루는 친정에 갔는데 쌀을 주셨어요
그게 외갓집에서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좋은 쌀이라고...
그게 자루포대에 담겨 있었는데

제가 아기도 하나 있었어요 돌 좀 넘은...

그 쌀을 차에서 가지고 올라올 정신이 안 나는 거예요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보름이 넘게... 한달까진 아니었는데
차에 실려 있었어요 그 쌀이

나중에 갖고올라 와 보니
쌀곰팡이가 드문드문 핀 거예요...

골라가며 골라서며 밥을 해먹었는데
하루는 시어머니가 오셨어요

울어머님이 좋은 분인데
자식이 아프니 무슨 정신이 있으셨겠어요
자식 걱정 때문에 저한테 이거해라 저거래라
서운한 소리도 많이 하시고...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조건 희생하라는 식이셔서
시어머니가 참 밉기도 했죠

근데 어머님이 저희 집 쌀이 그런 걸 보더니
다 가지고 오라는 거에요

그리고는 스텐다라이에다가 그걸 다 쏟아부어 놓고는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셨어요
저한테는 넌 힘드니까 하지 말라면서 (저도 같이 하긴 했지만요)
제가 차에다 실어놓고 다니다 이렇게 됐다고 했더니
네가 무슨 정신이 있었겠냐며
그러고는 별 말씀 없이...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시더라고요

그걸 그렇게 다 골라놓고는
밀폐용기 가져오라 해서 다 담아 놓으시곤 가셨죠...

아픈 자식 혹여 나쁜 거 먹을까 봐서도 있으셨지만요
저한테 뭐라하시는... 그런 거 하나도 없이요
네가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
그런 맘으로 그 쌀을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고
울 어머님이요...

참 그땐 어머님한테 서운한 것도 많았는데
그 모습 하나로 다 잊히더라고요

지금은 남편 많이 나았어요

얼마 전 어머님이 집에 오셨길래 제가 그랬어요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하니 남편이 나았다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그러시데요
그러게 그런 게 인생인가 보다...

저 지금 어머님하고는 잘 지내요
살가운 며느리는 아니지만... 서로 짠하고...
동지애 같은 것도 있네요 ㅎㅎ








IP : 14.39.xxx.1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구
    '16.7.7 11:34 PM (223.62.xxx.92) - 삭제된댓글

    ㅠ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3827 담주 아들 신검인데 멘붕이에요ㅠㅠ 도와주세요 2 dd 2016/07/07 4,559
573826 식염수팩 . 얼굴에 올리고 떼낸후 맹물로 세안해야하나요 2 진정 2016/07/07 1,972
573825 6억넘는 전세 부동산 복비 3 ... 2016/07/07 2,596
573824 흑설탕팩... 엿처럼 굳은건 소생이 어렵나요 4 으악 2016/07/07 1,804
573823 어떤야채를 구워먹으면 맛있을까요? 22 ... 2016/07/07 3,676
573822 미국 영주권 유지방법. 7 음. 2016/07/07 3,492
573821 운빨)아니 보늬동생 오빠가 박도경인가요? 12 나나 2016/07/07 2,731
573820 이정현 당대표 출마- 뻔뻔한 멘탈이 유행인가벼~ 2 ㅗㅗ 2016/07/07 645
573819 전여친 칭찬하는 남자 어떤가요? 19 ... 2016/07/07 5,738
573818 인문계 과목 선택 도움 좀 부탁드려요. 2 사회탐구 2016/07/07 771
573817 전자렌지로 흑설탕팩 만들기 2 귀차니스트 2016/07/07 1,840
573816 읽어주기 좋은 그림책 추천 (연령 관계 없이)해 주세요. 7 감동과 재미.. 2016/07/07 916
573815 고등학교2학년 여학생 물리 과목이 부족하면 9 물리 2016/07/07 1,447
573814 빚독촉하러 간다는데 뭐라고 해야하냐요? 10 ppp 2016/07/07 2,164
573813 건망증 너무 심한데....이러다 치매 되진 않나요 5 ... 2016/07/07 1,653
573812 흑설탕팩 3일해본 후기 5 흑설탕팩! 2016/07/07 6,721
573811 근데 요즘 공부 잘하는 애들이 더 예뻐요. 14 ㅇㅇ 2016/07/07 5,591
573810 (급) 핸드폰 유해사이트 봤는데.. 바이러스 감염? 17 열매사랑 2016/07/07 4,209
573809 북경오리 맛난데 추천부탁드려요. 1 냐옹야옹 2016/07/07 810
573808 국회의원 명패아래 약속의원 노란명패가 달리기 시작했다 4 노란명패 2016/07/07 570
573807 감자탕 돼지등뼈 1차 삶기까지만 하고 냉동실 보관해도 되나요? 2 ㅇㅇ 2016/07/07 2,215
573806 분위기 있게 생겼다는 말 17 .. 2016/07/07 8,699
573805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다시 영화화한다면 6 엄석대 2016/07/07 1,028
573804 공무원 이렇게 일하면 세금 안아깝죠~ 6 서울시 2016/07/07 1,330
573803 다이어터 식단 좀 봐주세요 3 dag 2016/07/07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