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여름방학 맞이해서 아르바이트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알아보던 중, 대학로 일대 전봇대에 붙어있는 모 피자가게 알바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왔죠.
유명한 피자집이에요. 사장이 예전 방송일 하던 사람. 이니셜만 대도 다 알테니 굳이 언급하진 않겠어요.
전화해보니 그 담주 월요일 몇 시까지 오라해서 갔었죠.
가보니 저처럼 알바 구하러 온 학생이 여럿 있더라구요.
따로 면접은 안 보고 다같이 일 시작해보래요. 시급 얼마 이런 것도 얘기 없었고, 일 잘하면 그 때 컨펌 주겠다 뭐 그런 식이었네요.
당연 지금 같으면 안 하죠. 근데 그 당시 제 첫 사회경험이었고, 알만한 아저씨가 그러시니 그런가부다 하고 시작했네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한 7-8명이 같이 일을 시작한거 같아요.
첫 날 끝나고 사장이 그 중 3-4명한테 너네는 불합격이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했어요.
전 남은 학생들에 속했구요.
화-수요일 동안 나머지 2-3명이 또 잘렸구요.
저랑 어떤 다른 친구가 남아서 목요일까지 일했어요.
그 때까지도 시급, 처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당연 일당도 못 받았구요, 일 끝나고 피자 한 조각씩 얻어먹었네요.
근무시간은 기억에 저녁 장사동안 이었구, 아마 4시부터 10시 뭐 이랬던 거 같아요. 6시간은 족히 일했죠.
원래 일하고 있던 직원 언니들이 몇 있었는데, 니가 일 잘해서 뽑힐 거 같다, 뽑히면 월급은 섭섭찮게 준다, 뭐 그러더라구요.
목요일에 저랑 같이 남은 친구가 잘리고...
금요일엔 저 혼자 출근했네요. 7-8대 1의 경쟁을 뚫고 내 인생 첫 알바 직장을 가졌구나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일했죠.
퇴근하는데 사장아저씨가 부르더만 이제 그만 나오라면서 봉투를 건네더라구요.
그 안에 만 원 들어있네요.
전 뭐라 말도 못하고 그거 받고 집에 왔어요.
하루 여섯시간 5일 빡세게 일하고 만원 받은 거죠.
엄마가 속상하셔갖고 앞장서라고, 가서 따지겠다고 막 뭐라 하셨는데 전 그냥 속상해서 참고 넘어갔어요.
스무살 어린 마음에 어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그 피자가게 지나갈 때마다 욕하고 그랬는데..
그 날 이후로도 그 피자가게 알바 구함 전단은 사시사철 365일 붙어있더라구요. 제가 학교를 그 동네 다녀서 계속 봤거든요.
지금은 외국 나와 나름 잘 살고 있는데, 문득 문득 그 어처구니 없던 어린 날의 노동력 삥뜯김이 생각나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 가게 아직 잘 되고 있네요.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한 번 찾아가볼까..라고 생각도 드는데, 뭐 좋다고 그 가게 매상을 올려주나 싶기도 하고..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으니 그 사장 얼굴 한 번 똑바로 보고 싶기도 하고,
진상피워서 나름 소심한 복수 해볼까 생각도 들고..
뭐 그렇네요.
그렇게 하면 그 옛날 억울한 기억을 좀 지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