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릴 때 가끔 생각했던 것이,
엄마한테는 여자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냄새 말고, 여자의 느낌이 없었어요.
엄마는 분도 바르지 않고,
우아한 몸짓, 손짓도 없고요.
수줍거나 여성미가 느껴지는 미소도 없어요.
그야말로 투박. 순박.
저 고등학교때 저희반 애랑 대중목욕탕을 갔는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는 거였어요.
그 전에는 물 데워서 담은 큰 물통에서 했죠. 사극에 나오는 목욕장면과 비슷해요.
제가 세숫대야에 물 받아서 으싸으싸 머리를 감는데,
제 친구가 남자처럼 머리를 감는다고 하더라구요.
제 친구가 말을 순하게 한 것이지,
저한테 목욕하는 모습에 여성미가 없다는 말이었어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구요.
내가 엄마한테 느꼈던 그 무엇을 누군가에게 지적 당하고 있으니까요.
그 순간내게는 여성스러운 미소도 여성스러운 손짓, 몸짓도 없고
여성스러운 말투나 부드러운 어조도 없다는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각했어요.
좋게 말하면, 중성적
나쁘게 말하면, 여성 같지 않은.
남편이 진지하게 말할 때가 있어요.
나는 여자 같지가 않대요.
일하다가 만나는 여자,식당, 술집에서 만나는 여자,오다가다 스치는 여자와
제가 다르다네요.
제게 없는 것은 여성미고,제게 있는 것은 전투적인 거래요.
저도 애교도 부린다고 부리고요.
저도 미소를 날린다고 날려요.
저도 나름 여성스러운 손짓, 몸짓 안 해도
제가 하는 손짓, 몸짓을 남자가 똑같이 한다면
여성스럽다 할 거에요.
다만, 다른 여자들보다 덜 여성스럽다는 거죠.
저 보고 다른 여자처럼 여성스러웠으면 좋겠다는데요.
제가 그걸 고교때 알았는데도 지금껏 못 고쳤는데,
사실 어떤 것이 여성스러운 것인지
정확한 정보가 없고
어떻게 해야 여성스러움이 몸에 배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나이와 관계없이50, 60에 육박한 나이든 아줌마나 할머니가 되어도 여성스러움을 유지하는
여자가 있죠.
그런 것을 보면 여성스러움이 단지 몸매와 얼굴이 이쁘다는 것은 아닌 것은 알겠어요.
사치나 화려함과도 거리가 멀고요.
행동과 말투, 몸짓, 웃음, 표정, 꾸밈 등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데요.
아, 늙어도 여자다.
이런 느낌이 와요.
도대체 이런 느낌은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저는 중성적이고, 이런 제가 나쁘지 않습니다. 좋기 까지 합니다.
제가 한때 꾸미면 상당한 미모임에도
전혀 꾸미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게 불편하거든요.
지금은 본판이 맛이 좀 갔습니다만, 지금도 잠 잘 자고 술, 커피 줄이고, 운동 좀 하면
몇달새 화색이 좀 돌고, 눈빛이 살아나고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지금은 여성미를 좀 보태고 싶어요.
여성스러워서 사랑받는 님들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