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결혼 전에 제사 지내는 집에서 자랐어요.
명절이 싫고 (명절이면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고 제사음식 준비하고 엄마는 신경질 왕짜증 내고)
제사도 싫었어요. 직장 다니면서부터는 명절이 연휴라 좀 쉬고 싶은데, 우리 집에서 내가 내 맘대로
쉴 수도 없더군요. 사람들이 들이닥치니까요....
명절 아니라도 우리 집이 아지트라서 늘 아버지의 형제인 고모들이 자식들 끌고 드나들었네요.
어린 사촌들은 우리 형제 방 뒤져서 폭탄 만들고 놓고 가 버리고....
제사 지내는 집 맏며느리(엄마 세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결혼하고 나니 더 엄마가 안스러워요.
결혼한 지 2년 넘었는데 처음엔 즐거운 마음으로 시댁 식구나 친정 식구들 맞이했어요.
같은 도시에 살면 자주는 봐도 자고 갈 일은 없는데, 지방에 사시고 저는 서울이라 오면 자고 가야 됐어요.
제가 손빠른 것도 아니고 어질러 놓고 사는 스탈이다 보니, 누가 와서 자고 간다 하면
부담되더라고요. 집 치워야 되고 욕실도 말끔하게 닦고 청소해야 하고 먹을 반찬거리도 준비해야 하고
손님이 덮을 요나 이불,베개 빨아논 게 있는지도 체크해야 하고요.
시부모님이랑 시댁 식구들 와서 1박씩 자고 가고 시부모님만 3박4일 자고 간 적도 있고요,
고모들 3명이랑 친정부모님 2박 3일 자고 갔고 소소하게 엄마가 1박씩, 미혼 고모가 1박씩
여러 번 자고 갔네요.
이사를 짧은 기간 동안 연속 2번 하면서 3일 일하러 나가고 집에 있는 동안은 늘 집 판다고 보여 주느라
치우고 정리하고 집안살림하고 헉헉댔네요.
그러다 30평대 집을 20평대로 줄여서 다른 도시로 이사왔는데, 두 달이 지나도 30평대짐도 수납이 안 되고
옷방,컴퓨터방은 창고처럼 쌓아 놓고 안방, 거실에서 생활하고 이사의 피로로 몹시 지쳐 있는 상태에요.
부모님과 고모들 제주도 여행 코스도 짜 드리고 렌트카,맛집도 알아봐 주느라 바빴고
우리 차도 없어서 알아보고 차 샀고 에어컨도 알아보고 샀고 하여튼 핑계지만 그러느라
정리가 덜 되어 있어요.
그런데 미혼 고모(60대)가 전화와서 주말 토요일에 자고 가겠다는 겁니다.
사는 도시가 달라요. 볼일도 있고 하다면서... 그 고모에게 자라면서 신세진 것도 많아서 그냥 별 말 안했는데
은근히 짜증나는 거예요.
날씨도 더운데 20평대라는 거 알면서 왜 자고 가겠다는 건지? 얼마 전에 이사했다고 저희 집에 저녁 사주러
와서 얼굴 보고 갔고요, 제주도에서도 여행은 따로 다녔지만 저희 부부가 고모님들, 친정 부모님들
점심 사 드렸고요, 고모가 서울 왔을 때도 내가 얘기도 할 겸 같이 고모 병원도 여러 번 동행했고요...
고모가 너무 센스없고 배려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잘 베풀고 저한테도 이것저것 베풀었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내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남편도 있는데(여름엔 남자들 일상복인 팬티런닝 차림)
남편은 장인 장모님이라도 여름엔 싫을 판에 처고모까지 맞이해야 하니 당근 싫어하더군요, 것도 황금같은
토요일에...
남편이 평일이면 몰라도 주말은 안 된다며 본인도 쉬어야 된다고 반대를 하니, 약속 있다고 둘러대어서
집엔 안 오시기로 했는데 착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