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잘못한건 사과 좀 하고 살아요 우리..

이럴수는 조회수 : 1,096
작성일 : 2016-07-01 16:17:58

오늘 비가 많이 오고 있잖아요?

길바닥이.. 울퉁불퉁하여.. 물이 고인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흰 차 한대가 확 들어오더니 피할 새도 없이 촥! 지나가더군요.

하필 비오는 바람 방향때문에 우산을 약간 기울여 쓰고 있었는데...

그 반대방향에서 바닥의 더러운 물을 머리부터 뒤집어썼습니다.

소리도 못지르고 얼음이 되어버렸네요. 그 자리에서. ㅜ.ㅠ

그런데 그 차가 좀 가더니 주춤 서요.

그러더니 내가 쳐다보고 서 있으니까.. 다시 가버리네요....!


마침 골목길 들어서는 곳이라서

그 골목길로 따라들어갔습니다. 그쪽은 단독주택 외길이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차 번호를 봐두었고, 흰색계열 SUV차였거든요.

주차된 차를 보고, 벨을 눌러, 여자분이 나오시길래

방금 들어오신 xxxx번 차량 운전자 되시냐고 했더니 그양반 지금 들어왔대요.

씻고 있다며 뭐라뭐라 하길래

아 보시다시피 저는 댁의 차량이 바로 요 앞에서 주의운전 안해서 더러운 물을 홈빡 뒤집어썼다.

여름 옷 가지고 드라이크리닝이니 보상이니 얘기할 생각 없지만

물을 뒤집어 씌우고 차가 멈춘것을 보면 내가 당했다는걸 아신 것 같은데,

그냥 가는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이쯤 얘기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오시데요.

그러더니 자기가 보긴 봤대요. 창문도 내렸대요. 그런데 내가 그냥 가만히 서있길래 괜찮은줄 알고 그냥 갔대요.

그래서 제가 물을 안맞았으면 계속 제 갈길 걸어갔겠죠, 왜 움츠리고 서 있었겠어요 했더니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그제서야 사과하더라고요.

저는 창문 내린거 못봤거든요? 남한테는 머리끝부터 물 뒤집어 씌우고 댁은 물한방울 맞는거 싫어서 창문도 안여셨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분명 창문 내리고 확인했다고 횡설수설하길래

됐어요. 운전 그렇게 하지 마세요! 하고 뒤돌아섰습니다.

아마 그 아저씨는 제가 집에까지 쫓아들어갈 줄 몰랐겠죠.

요즘 세상에 칼침 맞지 않고 사과한마디 들은게 어딘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척 찜찜하고 기분 나쁘군요....

저는 사과해야할 때 제대로 사과하는지, 변명이 앞서지 않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소소한 일로도 사과받는 것이 피곤하고 신경쓰이고 찜찜한데

5.18때 사람 잃고도 학살자에게 사과 한마디 못받고

수학여행 보낸 아이를 잃고도 제대로 된 위로와 사실확인도 못받는

여러 가슴아픈 이웃들을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

IP : 61.80.xxx.4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7.1 5:03 PM (218.149.xxx.18)

    잘 하셨네요. 말씀도 잘 하시고...

    이렇게라도 해야 사람들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요.
    잘못하면 사과해야 하는 지도 알고...

  • 2. 공감
    '16.7.1 5:12 PM (147.46.xxx.199)

    백 번 공감하며 원글님의 용기에 박수 쳐드리고 싶습니다.
    근데...다음부터는 너무 혼자 따지러 가지 마세요.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요.
    오늘 그나마 그렇게 사과라도 한 사람은 양반입니다. 그리고 자기집이 노출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것도 있을 거예요.
    세상이 무섭다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그냥 넘기는 게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으면서 고쳐나가게 할 수 있을까 저도 고민 중입니다.

  • 3. 잘하셨어요.
    '16.7.1 5:57 PM (1.243.xxx.122)

    말 똑부러지게 잘하시네요.^^

  • 4. bluebell
    '16.7.1 6:49 PM (210.178.xxx.104)

    잘하셨어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젤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잘못이라고 말해줘서 알게하는건 차선인거 같아요. 원글님, 멋지심!

  • 5. 저도
    '16.7.1 7:06 PM (121.147.xxx.123)

    그런 막돼먹은 인간들 욕 좀 하고 사네요.

    비오는 날 좁은 길에서 휑휑 달리는 차주인들

    더도 말고 약도 없는 병 걸리라고 주문합니다.

    네 흑주술은 못하지만 욕먹으며 사는 인간들이

    좋을 건 없겠죠.
    ㅎㅎㅎ

  • 6. 린져
    '16.7.1 9:11 PM (119.195.xxx.73)

    우왕 용감하세요
    엄지 척~! ^^
    매사에 똑 부러지실 분 같아보여용 ^^

  • 7. 이럴수는
    '16.7.3 10:50 AM (61.80.xxx.44)

    우와 저 소심한 성격이지만 이제 아줌마 되니까 따질거 따지고 불안해하는 묘한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제가 너무한건 아닌거죠? ㅜ.ㅠ

    점세개님, 공감님, 잘하셨어요님, 블루벨님, 저도님, 린져님, 목소리 당당하게 내고 살아야 한다고 힘주시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많이 생각하며 살도록 노력할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1934 혹시 골프 캐디하시는분 있으신가요? 2 이비 2016/07/01 3,111
571933 자유와 안정은 동시에 못갖나봐요 1 ㄴㄴ 2016/07/01 805
571932 설사나서 병원약 일주일 먹었는데 그대로에요~ 6 호롤롤로 2016/07/01 1,272
571931 아까 월세 만기 물어본 사람인데요 2 안녕 2016/07/01 758
57193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드 배치에 거듭 우려 표명 1 미쿡사아드 2016/07/01 447
571929 지친 인생도 다시 정비해야 하겠죠? 6 오십 이후 2016/07/01 2,105
571928 잘못한건 사과 좀 하고 살아요 우리.. 7 이럴수는 2016/07/01 1,096
571927 세살 아이가 김치맛에 반했나봐요^^ 17 하늘 2016/07/01 3,326
571926 샤워할때, 양손에 끼는 장갑,,추천해주세요. 9 .. 2016/07/01 1,820
571925 생물 오징어 언제까지 냉장고에 보관가능한가요? 4 궁금 2016/07/01 2,734
571924 사주라는 걸 처음 봤는데, 이럴땐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황당.. 14 .... 2016/07/01 4,264
571923 유무선 전화기 목소리 크게 들리는거 없을까요! 3 dd 2016/07/01 1,870
571922 아기띠하고 누워도 되나요? 1 2016/07/01 990
571921 여기 마른 분들 그렇게 먹고도 일이나 공부가 됩니까?? 5 ... 2016/07/01 1,989
571920 항암치료에 대해 경험 있으신 분들~ 7 . 2016/07/01 1,812
571919 부대찌개와 롤케잌... 11 살찌는 소리.. 2016/07/01 2,837
571918 돈쓰는거 절제가 안되요 고칠수 없을까요 14 2016/07/01 4,632
571917 운빨로맨스 몇회부터보면 좋을까요? 27 aa 2016/07/01 1,970
571916 비오는 날 선그라스 끼고 나가면 이상할까요~ 8 아이구~ 2016/07/01 1,656
571915 오해영 도움닫기 포옹... 15 .... 2016/07/01 3,749
571914 맘에 드는 남자없는데 모임나가는거 시간낭비겠죠? 3 dd 2016/07/01 1,341
571913 삼시세끼 4 몸살 2016/07/01 1,516
571912 멋쟁이 언냐들 제가 찾는 이 선글라스 이름이 뭘까요 4 필로시코스 2016/07/01 1,637
571911 비가오니 증상들이 스몰스몰 4 ㅋㅋㅋ 2016/07/01 1,173
571910 일본 Toyota Corolla Fielder 왜건 트렁크 사이.. 1 ,,, 2016/07/01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