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많이 오고 있잖아요?
길바닥이.. 울퉁불퉁하여.. 물이 고인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흰 차 한대가 확 들어오더니 피할 새도 없이 촥! 지나가더군요.
하필 비오는 바람 방향때문에 우산을 약간 기울여 쓰고 있었는데...
그 반대방향에서 바닥의 더러운 물을 머리부터 뒤집어썼습니다.
소리도 못지르고 얼음이 되어버렸네요. 그 자리에서. ㅜ.ㅠ
그런데 그 차가 좀 가더니 주춤 서요.
그러더니 내가 쳐다보고 서 있으니까.. 다시 가버리네요....!
마침 골목길 들어서는 곳이라서
그 골목길로 따라들어갔습니다. 그쪽은 단독주택 외길이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차 번호를 봐두었고, 흰색계열 SUV차였거든요.
주차된 차를 보고, 벨을 눌러, 여자분이 나오시길래
방금 들어오신 xxxx번 차량 운전자 되시냐고 했더니 그양반 지금 들어왔대요.
씻고 있다며 뭐라뭐라 하길래
아 보시다시피 저는 댁의 차량이 바로 요 앞에서 주의운전 안해서 더러운 물을 홈빡 뒤집어썼다.
여름 옷 가지고 드라이크리닝이니 보상이니 얘기할 생각 없지만
물을 뒤집어 씌우고 차가 멈춘것을 보면 내가 당했다는걸 아신 것 같은데,
그냥 가는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이쯤 얘기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오시데요.
그러더니 자기가 보긴 봤대요. 창문도 내렸대요. 그런데 내가 그냥 가만히 서있길래 괜찮은줄 알고 그냥 갔대요.
그래서 제가 물을 안맞았으면 계속 제 갈길 걸어갔겠죠, 왜 움츠리고 서 있었겠어요 했더니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그제서야 사과하더라고요.
저는 창문 내린거 못봤거든요? 남한테는 머리끝부터 물 뒤집어 씌우고 댁은 물한방울 맞는거 싫어서 창문도 안여셨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분명 창문 내리고 확인했다고 횡설수설하길래
됐어요. 운전 그렇게 하지 마세요! 하고 뒤돌아섰습니다.
아마 그 아저씨는 제가 집에까지 쫓아들어갈 줄 몰랐겠죠.
요즘 세상에 칼침 맞지 않고 사과한마디 들은게 어딘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척 찜찜하고 기분 나쁘군요....
저는 사과해야할 때 제대로 사과하는지, 변명이 앞서지 않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소소한 일로도 사과받는 것이 피곤하고 신경쓰이고 찜찜한데
5.18때 사람 잃고도 학살자에게 사과 한마디 못받고
수학여행 보낸 아이를 잃고도 제대로 된 위로와 사실확인도 못받는
여러 가슴아픈 이웃들을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