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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

길벗1 조회수 : 1,790
작성일 : 2016-06-28 14:47:49
 

지난 주말에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오스카 모네’의 전시회를 보러 용산의 전쟁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인상파, 그리고 나와 서양화 >

저는 서양화를 이해하는 수준이 딱 인상파까지이고 그래서 인상파 그림들을 평소에 좋아하기도 합니다. 모네, 마네, 시슬레, 르노와르, 모리조 등의 초기 인상파들의 풍경화나 배경이 있는 인물 그림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느껴지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후기 인상파의 고흐의 그림은 좋아 하지만(‘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은 노란색의 색감과 터치감이 좋습니다) 고갱의 그림은 그렇게 썩 다가오는 것이 없고 마티스 그림은 추상성이 많으나 느낌이 오는 것은 있습니다.


솔직히 인상파 이후의 큐비즘(피카소)이나 다다이즘-추상, 구상, 팝아트 등의 포스트 모던이즘의 회화에 대해서는 저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정도이지 그런 그림이 저를 흔든다고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조금의 느낌이 왔다면 ‘마크 로스코’의 그림 정도이고, 칸딘스키의 색감과 표현이 그나마 눈을 붙잡는 정도입니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심연에서 올라올 것 같은, 그리고 나를 침잠시키는 무언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마크 로스코’와 비슷한 화풍의 한국의 유명 화가 ‘박서보’의 그림이 우리 회사 사옥 로비에 걸려 있습니다만, 가끔 유심히 바라보지만 이상하게 ‘마크 로스코’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림에서도 나도 모르는 사대성이 작동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법률가였던 칸딘스키도 모네의 연작 그림 ‘건초더미’를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니 제가 칸딘스키 그림에 호감이 가는 것도 칸딘스키가 인상파 그림과 연관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달리의 시계도, 샤갈의 추상도, 마그리트의 파이프도 화가 자신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있겠지만 제가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뒤샹의 변기를 보고는 불편함이 먼저 왔지 느껴지는 바는 없었습니다.

청계천의 ‘올덴버그’의 소라 조각상도 저에겐 그냥 소라를 크게 만들어 놓은 애들 작품처럼 보일 뿐입니다.

앤디 워홀의 마르린 몬로 그림은 그냥 복사해 놓은 것으로 보이고,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왜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과 연루되어 수십억대(수백억대?)로 거래 되었는지도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로 솔직히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리히텐슈타인도 미국 사진작가 Herb Ritts의 사진전에서 허브 리츠가 찍은 리히텐슈타인의 얼굴이 있길래 내가 아는 팝 아트 화가라 유심히 보아서 그 사진전을 기억에 남게 한 인물일 뿐입니다. 아마 리히텐슈타인의 사진만 없었다면 Herb Ritts라는 사진작가나 그 사진전을 제가 봤다는 기억도 1년을 못 갈 것입니다.


제가 인상파 이외의 그림에서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크림트의 그림들입니다. 저는 크림트의 ‘키스’나 ‘ 유디트’를 처음 보는 순간 쏙 빠져들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크림트의 사생활마저도 이런 그림을 위해 필요했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제가 크림트 그림을 정말 좋아하기는 하나 봅니다. 모델의 몽상적 표정은 크림트의 여성편력에 의한 경험에서 나온 에로티시즘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이 때부터 예술가의 사생활에 대해 무척 관대해지게 되었습니다.

고흐나 크림트는 노란색(황금빛)을 많이 사용하는데 제가 노란색을 좋아해서 이들 그림에 끌리는 것일까요? 제가 어떤 색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무의식에서는 노랑(황금색)을 좋아하나 봅니다.(그냥 내가 돈을 좋아하는건가? ㅎㅎㅎ) 정치적으로 노랑 풍선에 대해 좀 반감을 갖는 편인데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는 다른가 보지요.

  

예술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는 말을 인정하고 실감하기는 합니다만, 굳이 현대 미술을 억지로 이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현대 미술에는 관심이 없고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르노와르의 다음과 같은 말에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며 예쁜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유쾌한 것이 너무 많은데 또 다른 불유쾌한 것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가”

세상 일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짜증나는 것이 많은데 굳이 그림에서도 그런 것들을 가져와 비틀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림에서만이라도 편안하고 즐겁고 유쾌해지고 싶습니다.


<컨버전스 아트>

이번 모네의 전시회는 모네의 그림(진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네의 작품을 디지털화 하여 대형 와이드 화면으로 연속하여 보여주거나 작품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 CG 처리를 하는 등의 컨버전스 아트 형태의 전시였습니다.

저도 처음에 모네의 진품이 전시된 줄 알고 약간 실망하면서 입장했으나, 오히려 디지털 영상으로 본 모네 작품들이 더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대형화 된 작품을 와이드로 볼 때의 감흥은 진품을 볼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는 것 같더군요. 솔직히 진품을 전시장에서 볼 때 전시장의 조명 때문인지 몰라도 그 색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디지털화 하여 더 색감을 선명하게 해 주어 감흥이 더해 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모네 작품 말고 고갱의 작품도 디지털로 몇 작품을 보여주더군요. (고갱 이외에 고흐, 세잔, 쇠라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디지털로 보여줍니다) 모네의 작품은 직접 본 적이 없지만, 고갱의 작품은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보다 이번 디지털로 본 고갱 작품이 더 와 닿는다는 느낀 것은 제가 이미 디지털에 익숙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혹자들은 진품 전시가 아니라 실망하였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디지털 전시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또 다른 감흥을 주는 것 같아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원작이 주는 그대로의 감흥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제 오르세 미술관이나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가서 모네의 원작을 볼 수 있겠습니까? 언제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모네의 수백점의 모네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겠습니까? 그냥 일반인인 내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디지털로 된 작품만이라도 모네를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습니다.


<전시회의 옥의 티>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한 가지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전시회장에는 디지털이 아닌 화폭에 담긴 모네 그림 4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돋이’, ‘루앙성당 연작’, ‘양산을 든 여인’, ‘수련’ 인데 저는 이게 모네가 직접 그린 진품인 줄 알고 모두 제 휴대폰으로 담아 왔습니다.

이 작품들을 촬영하면서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촬영을 허락하는 것도 이상했고, 이런 고가(수십억 ~ 수백억)의 작품에 관리하는 인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의아스러웠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작품에 손을 갖다 대기도 했고, 저는 루앙성당 연작 그림 코 앞에서 감상을 하다 기침까지 했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면서 함께 했던 마눌님에게 이건 진품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촬영해 온 것을 인터넷으로 진품과 비교한 결과, 사이즈도 다르고, 그림의 디테일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전시 주관자들의 무성의에 약간 화가 났습니다. 작품 옆에 모작임을 표시해 놓든가, 아니면 사전에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시장 마지막 부분, 출구 바로 앞에 모네의 대표작이며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 카미유 동시외와 아들 쟝을 모델로 하여 그린 ‘양산을 든 여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로 2m, 세로 3.5m 정도의 대형 그림입니다. 실제 진품은 100X81cm의 그림인데 아마 국내에서 모작으로 이렇게 대형 그림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서비스 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그렇게 확 와 닿지 않은 것도 모작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네는 카미유와 극렬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했고 가난에도 굳굳하게 사랑을 지켜갔습니다. 카미유가 자궁암으로 32세에 죽었을 때도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알리스와 재혼 후에도 알리스의 딸을 모델로 카미유를 연상하게 하는 또 다른 ’양산을 든 여인”을 그릴 정도로 모네의 카미유에 대한 사랑은 깊었습니다.

그런 모네의 마음이 손끝으로 나와 절절히 화폭에 담겼을 텐데 전시된 그림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더군요. 확실히 원작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모네는 ’국회의사당‘, ’건초더미‘, ’루앙성당‘의 연작 그림을 그릴 때에 계절과 시각에 따라 빛에 의한 변화를 보기 위해 같은 장소를 수 없이 찾았고, 그런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저런 작품을 그려낸 것입니다.

천재 음악가 베토벤도 아침 8시에 꼭 작업실에 출근했다고 합니다. 그런 베토벤의 노력이 위대한 음악을 만들게 했듯이 모네 역시 수 년간의 수없는 관찰로 자신의 인상을 화폭으로 담아 연작 작품을 그려낸 것입니다. 그러했기에 칸딘스키도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그림을 보고 법률가에서 화가로 자기 인생을 바꾼 것이겠죠.

모작으로 연작 그림을 전시하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아니라 모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하루 정도의 시간과 노력으로 그려낸 모작과 수년간의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루앙성당’이 같을 수 없습니다. ‘건초더미’처럼 차라리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면 관람객도 그걸 감안하겠지만, 모작이라는 표시도 없이 관람객들이 진품인 줄 알게 전시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전시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술 전문가라서 금방 모작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일반인들이야 이게 모작이라고 표시하지 않으면 그냥 진품이라고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품으로 알고 감상하고 갔을 관람객들에겐 이건 예의가 아닐 뿐아니라 그들의 감성을 왜곡시킨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시회 주관사는 지금이라도 “모작”임을 표시하거나 사전에 설명을 해야 합니다.

PS : "모네, 빛을 그리다“는 전쟁기념관에서 7월3일까지 전시합니다.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니 이번 주말에는 한번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IP : 118.46.xxx.14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6.28 2:52 PM (114.204.xxx.212)

    해외에서 와서 하는 전시경우 모작이 많아 아쉬웠어요
    여러이유겠지만...
    그걸 다 알리지도 않고요

  • 2. ....
    '16.6.28 3:11 PM (221.139.xxx.19)

    작년 헤세전 좋았는데 원글님 말씀처럼 모작이야기가 있어서
    망설이다 결국 안가고 있는데 아쉽군요.

  • 3. 좋았어요
    '16.6.28 4:48 PM (110.9.xxx.215)

    저는 그림을 잘 몰라 미술관 가도 별 재미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는 좋더라구요
    음악 들으며 앉아 모네 그림을 보고 있으니 힐링되는 느낌

    전 마지막에 양산을 든 여인 보고 진품이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진품이면 그리 막 가까이서 사진찍게 하지 않았겠죠
    설명이 좀 아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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