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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식한테 인색하지 말라는 베스트글보며

자연을 조회수 : 8,189
작성일 : 2016-06-24 04:39:55

넘 늦었죠..
이 시간까지 다른일땜에 잠이 안와서
뒤척이고 있네요

그런데 그 글을 보면서 어릴적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시골에 살았거든요
아빠가 사업하시다 잘 안되셔서
그곳에 땅을 사서 이사오셨는데
아빠는 논일을,
엄마는 밭일을 하셨어요

아빠는 땅에다 온갖과일을 해마다 지으셨는데요
참외 딸기 수박 오이 토마토 등등
암튼 어린저는 속도 모르고 원없이 과일은 먹었던것 같아요 지금도 무척이나 좋아하구요

과일서리하는사람 잡는다고
비오는 여름날, 원두막위 아빠곁에서
아빠 부채바람 맞으며 별을보며 잠도 들었던 기억 있어요

엄마가 밭에 갈때면 따라다니곤 했는데
심심하지않아서 참 좋다고 하셨어요
장에 갈때면 앵두를 좋아하는 제게
넉넉치않은 살림인데도
꼭 한봉지씩 사주셨어요

밭에서 난 콩이나 채소들을 팔러
장에 다녀오실땐 잊지않고 꼭
자두 한봉지씩도 사다주시곤 하셨지요
제가 자두도 좋아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얻어먹기만 한건 아니예요
국민학교 3학년때부터
엄마아빠가 늦으실때면
어깨너머 배운솜씨로 된장짜개를 끓여놓고
숙제하면서 어서 오시기를 기다렸거든요
그럼 감탄하면서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칭찬이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맛있다 해주시니 또 끓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가고 사춘기가 왔어요
어느날 브래지어가 필요한데
생리대도 필요한데
엄마한테 말해서 사달라하고 싶은데
입이 안떨어지는거예요
그땐 그말이 왜그렇게 쓕스럽고 창피한지요

언니들 셋이 있었지만 외지에서 학교다니고
오빠는 또 남자고 시내에서 하숙했거든요

그래서 용기내서 엄마한테
"엄마 그거 나 필요한데.."
"그게 뭔데"
"그거 있잖아.."
"긍게 그거이 뭐냐고"
"아 진짜..그거어.."

엄마는 시골분이시고 저와 나이차가 40세거든요. 아빠와는 50세 차이구요..
그때는 그 나이차가 왜케 원망스러운지..
어쨌든 나중에 쭈뼛쭈뼛 얘기하고
막내언니에게 엄마가 잘 부탁해서 해결은 했네요

또 하나는 그당시엔 저녁야자때 담임선생님 도시락을 학생들이 돌아가며 준비했거든요
드디어 제차례가 왔는데 제가 엄마한테 신신당부를 했어요
엄마 반찬은 뭐뭐로 이렇게 만들어서 담아와야 해. 그리고 꼭 예쁘게 하고오고..

그날 저녁때 수업을 듣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복도쪽 창문쪽을 보면서
갑자기 웅성웅성 하는거예요
뭐지? 하고 저도 바라봤는데
강시분장을 한 엄마가 창문가에 얼굴을 붙이시고 교실안을 바라보시고 계셨던 거예요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예쁘게 하고 오시라하니
얼굴에 분을 덕지덕지 바르시고
한복을 차려 입으시고 여기가 우리 막내가 공부하는곳이 맞나 하고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손에 들고 기웃거리며 바라보고 계셨던 거죠..

생각해보면 엄마는 저를 위해 최대한 멋을 내고 오신건데 그땐 얼마나 창피했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암튼 엄마도시락만 받고 빨랑 가시라고 서둘러 쫓아보냈죠
나중에 담임샘이 인사도 없이 왜 그렇게 보내드렸냐고 도시락 잘 먹었다고 전해드리라 하시더라구요
도시락은 말끔히 비워져있었고 기분은 좋아서 교무실을 나오는데 문옆 휴지통에 그 제가 만들어오라했던 그 반찬들이 아낌없이 버려져있는거예요
순간 " 나쁜.." 방언처럼 나오는데 버리시려면 안보이는곳에 버려주시지..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데요
땀을 흘리며 그 반찬을 만드셨을 엄마얼굴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도 사춘기라 엄마한테 괜히 짜증도 많이 냈어요
어떤날은 오빠하고 차별대우한다고 나같은건 물에 가서 죽어버리겠다고 뛰쳐나가서 밤늦도록 엄마가 애타게 찾게 만들고요
또 어떤날은 맨날 같은 반찬이라고 "나 도시락 안갖고가!"하고 뛰어갔는데 저만치서 엄마가 도시락을 가지고 아픈 다리로 뒤따라 뛰어오시더라구요
그걸 모른체하고 버스에 걍 타버렸어요 엄마 더 가슴 아프라구요 그날 점심때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암튼 그날 이후로 얼마동안은 반찬이 남부럽지 않았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던 행동들이었는지..

학교mt도 남녀섞여 같이 자고온다고 못가게해서 가보지도 못했어요 그때 엄마한테 냈던 짜증은 이루말할 수 없었죠
회사다닐땐 지금 애아빠와 밤늦도록,
혹은 같이 일을 하다 새벽 2,3시에도 들어갔는데(언론사 다녔는데 조간이라요)
항상 엄만 동구밖 기다리시던 그 자리에 앉아
제가 올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시곤 하셨어요
그곳도 무사히 오기만 기도하면서..
그 까만 어둠속에서 저를 볼때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되뇌이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울 엄만 돈은 넉넉치 않으셨어도 정이 참 많으셨던것 같아요 가슴이 뜨끈뜨끈하셨죠..
제가 책 산다고 돈 팔요하다하면 옆집서 꿔다가라도 주셨던, 그리고 날일로 품앗이하셨던..
밥할때도,
잘때도,
새벽에도,
밖에 외출할때도,
늘 자식들 위해 기도해주시던 엄마는
어느덧 88세가 되셨네요..

지금도 엄만 정이 많으셔서
언니오빠들이 용돈울 드랄때마다 저를 불러서는 꼭 절반을 떼서 그러지말라셔도 제게 주세요
우리 막내딸과 같이 쓰자면서요..

(사실 저만 유산을 못받았거든요 아빠오빠가 저 가지라고 한 집을 큰언니가 가져가버렸어요 그것만 아니면 완벽한 언닌데..절 무척 예뻐하던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난리날 일이었죠.. 엄만 늘 그걸 맘에 걸려하세요..
저는 상관없다고,
그래도 전 언니오빠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셔도 제가 눈에 밟히나봐요.)

어쩔땐 제가 엄마껄 삥 뜯는것 같은 이상야릇한 기분까지 드는것 모르시죠..ㅎ





어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해뜨면 출근해야는데 눈좀 붙여야겠네요..

(꼭 돈으로가 아니어도
엄마에게 따뜻한 가슴이 있으면
자식들은 그 따뜻함을 먹고 자라지않을까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서요..
사설이 길어서 미안해요..)


IP : 113.61.xxx.99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니 너무 사랑스러우시네요
    '16.6.24 4:56 AM (115.93.xxx.58)

    자식한테는 아까운게 없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귀하게 여겨주는 그런 따뜻한 사랑을 받으셨네요

  • 2. 부러워요
    '16.6.24 4:57 AM (110.10.xxx.3)

    저는 이런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무조건적인 사랑이 뭔지 잘모르겠어요 ㅜㅜ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려고 하지만 계산(노력?)하는것 같아요..
    '뭐 좀 드릴때가 됬네...', '이렇게하면 좋은딸이라고 생각하시겠지' 뭐 이런 계산...
    반면 사랑받고 자란 막내는 부모님께 하는 모든 행동이 꺼리낌이 없어요.
    서운하실 법한 짓을 하기도 하고... 또 의외의 순간에 물질적,정신적으로 잘하기도 하죠.
    베스트 원글은 상처받을까봐 못읽었는데
    님 글도 이런 내용인줄 알았으면 안읽었을지도....^^
    그래도 내 자식에게겐 이런 추억 만들어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 3. 부러워요
    '16.6.24 4:58 AM (110.10.xxx.3)

    제 댓글에 이상한 기호가 붙었네요^^
    하필 원 표시라니 ㅋㅋㅋㅋ
    의무로 하는 효도는 돈으로 하는게 제일 쉽더라구요.
    ㅎㅎㅎㅎㅎ

  • 4. 어머니 너무 사랑스러우시네요
    '16.6.24 4:58 AM (115.93.xxx.58) - 삭제된댓글

    어른에게 사랑스럽다는 말 버릇없을수 있는데...
    화장하고 학교 온 모습에 딱 그 표현이 떠올랐어요.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원글님 이해하시길
    휴지통에 보이게 반찬 버린 그 선생님은 정말 정말 나쁘고요

  • 5. 어머니 너무 사랑스러우시네요
    '16.6.24 4:59 AM (115.93.xxx.58)

    어른에게 사랑스럽다는 말 버릇없을수 있는데...
    화장하고 학교 온 모습에 딱 그 표현이 떠올랐어요.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원글님 이해하시길 ^^;;;

    휴지통에 보이게 반찬 버린 그 선생님은 정말 정말 나쁘고요

  • 6. 할머니
    '16.6.24 5:24 AM (142.205.xxx.254) - 삭제된댓글

    저희 할머니 생각나네요.
    물질적인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이런 따뜻함은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요.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 7. 펌글아닌가요?
    '16.6.24 6:07 AM (14.32.xxx.223)

    어디서 읽었던글이네요

  • 8. 좋은글 감사합니다
    '16.6.24 6:46 AM (182.209.xxx.107) - 삭제된댓글

    읽어 내려가다보니 눈에 눈물이 고이네요.
    그런 따뜻한 부모님을 둔 원글님이 부러워요.

  • 9. 아침부터 눈물이
    '16.6.24 7:19 AM (49.165.xxx.247)

    언론사 조간이라니 기자님이 쓰셨나봐요 선생님 나쁘네요...

  • 10. 자연을
    '16.6.24 7:20 AM (113.61.xxx.99)

    오롯이 제 얘기예요..

    아마 그 기억이 맞으시다면
    지난해에 울엄마가 저희집에 다니러 오셨을때 소회를 이곳에 잠깐 글 올린적이 있었어요.. 위 몇부분이 들어갔었는데 그때쯤 82가 테러당해 몇개월간의 글이 다 사라졌는데 제글도 흐흑 아쉽죠 ..
    암튼 아침준비땜에 일어나긴 했는데
    조금밖에 못잤더니 무쟈게 피곤하네요
    그렇지만 후회스럽지않은건 덕분에 기억들을 되짚어보는 귀한 새벽사간이었어요
    님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 11. 자연을
    '16.6.24 7:22 AM (113.61.xxx.99)

    아참, 지금은 다른직업입니당^

  • 12. ㅇㅇ
    '16.6.24 7:32 AM (49.142.xxx.181)

    작년에 어머니가 원글님 댁에 다니러 오셨을때 소회쓴글 읽은듯 해요. 기억이 날듯 말듯..
    어쩐지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글을 읽어서인가보네요. 좋은글 잘 읽었어요.

  • 13. 이글은
    '16.6.24 7:33 AM (221.138.xxx.184)

    지워지지 않기를...

  • 14. 훈훈
    '16.6.24 7:46 AM (180.224.xxx.123)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아마도 인색 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을 뜻함이 아닐까합니다. 정서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기억은 계속 마음에 남아서 부모에 대한 애틋함이 저절로 생기는데,
    아무리 과분한 물질적 도움을 받아도. 그안에 희생이나 따뜻함이 없이 생색과 의무 방치와 과시성으로 받은 물질적 혜택은. 고마운 마음이 자꾸만 옅어지더군요.
    제주변을 보아도 물질적인 혜택을 넘어
    정서적인 사랑을 많이 받고, 늘 부모에걱 관심 많이 받은 친구들은 나이 40넘어서도 늘 부모님 생각하더라고요.
    사랑은 주고받고 돌고 도는.

  • 15. 막내라 그래요
    '16.6.24 7:51 AM (39.119.xxx.21)

    저도 늦둥이 막내인데 엄마한텐 아직 애예요
    낼모레가 지천명인데
    막내는 엄마보는 시간이 젤 짧잖아요 그래서 그렇다네요 울엄마가
    막내 우는 소리는 저승에서도 들린다고 나중에 엄마 없어도 힘들면 큰소리로 울라고 그럼 엄마가 와서 다 혼내준다고 하시길래
    엄마 내가 더 무서워
    하면서 웃었네요

  • 16. 부럽네요
    '16.6.24 8:02 AM (108.63.xxx.136)

    훈훈해지는 글이라 댓글 남겨 보아요, 저도 막내지만 그런 사랑을 못 받아서 지금도 가슴이 시릴때가 있어서요.
    생각나면 다시 읽어 보고 우리 딸들한테 어떤 엄마가 될 지 생각 하려고 해요.
    원글님 이런 글 적어 주셔서 감사해요.

  • 17. 사랑
    '16.6.24 8:07 AM (221.151.xxx.250)

    눈물나도록 부럽네요.
    부럽고 부러워요...

  • 18.
    '16.6.24 8:15 AM (203.226.xxx.96) - 삭제된댓글

    저도 저희엄마가 40에 낳은 늦둥이 였는데
    늦둥이는 늦둥대로 애환이 있죠
    엄마아빠가 나이가 많으니 엄마아빠 늙은게 참 싫더라구요
    원글님 어머니는 그래도..
    저희 엄마는 예전에 제가 결혼하기도 전에
    돌아가셨어요

  • 19. 눈사람
    '16.6.24 8:21 AM (223.33.xxx.95) - 삭제된댓글

    눈물이ㅜㅜ 부모님이 정말 좋으신분이네요
    뭐가 중요한지 책임이란게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계셨네요
    경제적인것보다 이런 마음이 자식들에게는 가장 큰 자양분이죠

  • 20. 이런 추억이 있는
    '16.6.24 8:35 AM (175.223.xxx.69)

    사람이라면 절대 잘못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21. 눈물이
    '16.6.24 9:42 AM (220.86.xxx.244)

    눈물이 핑 도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2. ..
    '16.6.24 9:49 AM (211.110.xxx.107) - 삭제된댓글

    눈물이 펑펑....
    저도 다음 생애는 저런 엄마 만날 수 있기를....
    저희 엄만 뱀 같거든요.
    혈관에 피 한방울 흐르지 않을 거 같은....
    그나마 딸복은 있는 거 같아 위안 받고 삽니다.

    원글님도 어머니 만큼이나 맘 따순 분이실듯...

  • 23. ..
    '16.6.24 9:50 AM (211.110.xxx.107)

    눈물이 펑펑....
    저도 다음 생애는 저런 엄마 만날 수 있기를....
    저희 엄만 뱀 같거든요.
    혈관에 피 한방울 흐르지 않을 거 같은....냉혈한
    그나마 딸복은 있는 거 같아 위안 받고 삽니다.

    원글님도 어머니 만큼이나 맘 따순 분이실듯...

  • 24. 눈물났어요
    '16.6.24 10:10 AM (118.131.xxx.156)

    눈물 나네요
    저도 가슴 깊이 자식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계세요
    이게 복이었는지 몰랐는데
    모든 부모가 같지 않구나라고
    친구들과 82를 통해서 배워요
    흠뻑 사랑에 담긴 기분이예요

  • 25. 저도 눈물이
    '16.6.24 10:19 AM (121.131.xxx.220)

    한편의 수필을 읽은 느낌이예요
    진짜 마음이 따듯해지는게 나도 이런 마음을 가진 엄마가 되고싶어요

  • 26. ㅠㅠ
    '16.6.24 10:40 AM (58.224.xxx.195)

    저도 맘이 따뜻해지는데 눈물이 자꾸 나려하네요
    넘 잘 읽었어요

  • 27. ㅠㅠ
    '16.6.24 11:31 AM (118.32.xxx.86)

    다들 우셨네요. 저도 수업중에 읽다가 눈물이 핑돌아서..참느라 애썼..

    어머님이 강시분장하고 창문으로 들여다보셨다는 그 장면도 아름답구요 (원글님은 창피하셨다고 했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이런 따뜻한 기억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 28. 나이많은
    '16.6.24 5:24 PM (220.76.xxx.198)

    아줌마가 정말 부럽네요 그런엄마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다시태어난다면
    그런엄마를 만나고싶어요 나는우리아들들에게 그런엄마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들들에게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려나요?세상에서 제일부러워요 그런엄마가
    우리친정엄마는 그런엄마가 아니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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