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 어디로 결정되든 승복하자
2016.06.21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 선정 결정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관계자들이 어제 입국했다고 하니 빠르면 금 주 중에도 발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입지 선정 결과 발표가 있고 난 뒤가 걱정되는군요. 부산 가덕도, 밀양, 어디로 결정 나든 탈락한 지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반발에 동의하기 힘들고,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특혜를 제공하는 것에도 절대 반대합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특정 지역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국가 이익에 가장 유리한 입지가 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선정 과정이나 결과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누구든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선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의뢰했고, 해당 지자체(장)들도 용역결과를 수용하기로 약속한 이상, 딴소리를 하면 안 되고, 지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탈락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면 신공항 후보지도 못 오르거나 신공항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지역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되어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 인터넷 여론을 둘러보면, 밀양(대구, 경북, 울산, 경남)보다는 부산 지역민들이 가덕도로 결정되지 않으면 반발이 더 드셀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 가덕도의 유리한 점만 강조하고, 김해 공항이 부산시에 속해 있음으로 대체 공항 역시 부산시에 있어야 한다는 기득권을 주장합니다만, 그렇게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제 고향 기준으로 보면 부산 가덕도가 더 가까워 가덕도로 결정되면 개인적으로 유리하겠지만, 이 사안은 개인이나 개별 지역의 유불리만으로 결정될 사항이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명제 하에서는 솔직히 밀양이 조금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밀양이 조금 더 나아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문적인 분석이 아니라 부산 쪽의 몇 몇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1) 부산 측은 밀양은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생태계 파괴가 심한데다 소음 문제와 안전문제가 부산 가덕도보다 심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체적으로 보아 오히려 부산 쪽이 불리한 주장임에도 이런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밀양 신공항이 건설되면 김해 공항과 대구 공항이 폐쇄되는 반면에,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도 김해 공항과 병행해 운영되어야 하고 대구 공항도 그대로 운영해야 합니다. 즉, 밀양 공항이 환경, 소음문제를 발생시키지만, 김해와 대구의 환경, 소음문제는 해결되게 되지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현재보다 가덕도 공항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소음, 안전문제가 더 늘어날 뿐입니다.
2) 밀양으로 결정되면 김해 국제공항의 대부분의 고객이 부산 사람들이라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 역시 부산 사람만 생각한 일방적인 논리라고 생각됩니다.
현재의 김해 공항의 이용객이 부산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불성설인데다, 밀양에 입지하면 새로운 이용객이 늘어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부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김해 공항이나 가덕도보다는 밀양이 조금 더 멀 것(그래 보았자 10~20분 차이)이라 불편하다고 느끼겠지만, 대구, 울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밀양과 가덕도는 부산 사람들이 밀양과 가덕도에서 느끼는 차이보다 훨씬 더 큰 불편이 생긴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부산은 밀양과 가덕도가 10~20분 차이지만, 대구와 울산은 가덕도와 밀양은 30~40분 차이가 나지요.
3) 교통 입지상의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네이버나 구글의 지도에서 밀양의 신공항 예정부지(밀양 하남읍)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밀양 신공항 부지는 경전선 낙동강역, 경부선 삼랑진역에 인접해 있고,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 고속도로) 삼랑진 IC에서 5km, 남해고속도로 동창원 IC에서 10km, 중부내륙 고속도로 영산 IC에서 22km에 위치해 경남, 대구, 경북, 울산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심지어 부산 해운대에서 밀양까지와 가덕도간의 거리는 비슷해 부산권 사람들이 가덕도와 차이를 크게 못 느낍니다.
밀양은 사통팔달로 어느 지역에서든 접근이 용이한 것과 더불어 가덕도와의 결정적 차이는 교통 혼잡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덕도 부근을 크게 확대해 보고, 신공항이 들어섰을 때 그 지역의 교통 흐름을 예상해 보십시오. 가덕도 공항을 들어가려면 가덕대교를 거쳐야만 합니다. 부산, 경남 중북부, 대구, 경북, 울산의 가덕도 공항 이용객들이 모두 이 가덕대교를 거쳐야만 가덕도 공항을 입출입할 수 있습니다. 가덕대교가 가덕도 신공항을 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현재 가덕대교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덕도 공항이 운행에 들어가면 이 지역의 교통 혼잡으로 부사신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을 통하는 도로나 다리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해도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도 않고, 설사 도로나 다리를 추가 건설하여도 교통 혼잡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각 지역에서 신공항간의 거리도 문제지만 실제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다면 밀양이 가덕도에 비해 훨씬 유리한 근접성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4)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사업비와 유지비입니다.
가덕도가 밀양보다 건설 사업비가 2조 가량 더 들어간다는 것에는 부산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건설비용도 문제이지만 가덕도는 바다를 매립해 건설함으로써 유지비용이 내륙의 밀양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일본의 간사이 공항도 바다를 매립해 건설했는데, 지반 침하로 인해 유지보수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가덕도는 더구나 활주로가 육지부분과 매립부분이 함께 있어 침하의 차이도 발생할 우려가 있어 유지보수비가 얼마가 들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업비와 유지보수비는 이 사업이 대부분 국비로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항의 수익성(경제성)도 문제지만 동남권 신공항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민들을 생각한다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위에서는 가덕도의 약점을 이야기했지만 밀양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음 문제로 24시간 운영 못한다는 점은 가덕도에 밀리는 점이고, 내륙에 건설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한 건설 지연도 우려됩니다. 가장 큰 문제가 안전성인데 만약 이 문제를 밀양이 원만히 풀 수 있는 해결책만 제시하면 저는 밀양에 한 표를 주고 싶습니다.
입지 선정은 진짜 전문가와 전문 집단이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할 문제로 저와 같은 일반인의 의견으로 결정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ADPi가 부산 가덕도로 결정하면 당연히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하겠지요. 저보다는 APDi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더 옳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S : 동남권 신공항이 왜 필요한가, 영남 정권이 영남에 경제성도 검토하지 않고 영남에 선물을 주려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김해 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른지 이미 오래되었고 김해 국제공항의 입지상 확장이 불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은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필요한 사업임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노무현 정권 시절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문법)“을 제정해서 광주에 5조를 투입하게 한 것보다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100배 이상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고 국가적으로 유익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