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과연 문제인가? - 문제는 불필요하게 난립한 어린이집
2016.06.20
연초에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감 간에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뒷전이고 야당이나 진보진영의 막무가내식 반정부 공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오해를 풀지 못하고 여전히 논쟁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초중고생의 대폭적인 감소인데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누리과정 보육비를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진영과 시도 교육청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사용하기로(그것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더 늘려 지원함) 이미 야당이 합의해 놓고도 이제 와서 딴 소리하는 야당도 낯짝 두껍다고 생각했습니다.
엄연히 초중고생이 대폭 감소했으면 그 만큼 초중고 교육비가 줄어들 것이고, 줄어든 비용만큼 영유아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하면 충분한데도 중앙정부 보고 누리과정 보육비를 책임지라고 하는 교육감들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맞춤형 보육문제도 누리과정 예산 부담 논쟁 때와 유사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야당은 이번에도 또 맞춤형 보육 시행에 딴지를 놓고 있네요.
자신들이 이미 맞춤형 보육에 합의하고 예산 편성에도 동의해 줘 놓고는 시행하려 하니 반대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합의하거나 동의하지 말고 그 때 반대를 하던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맞춤형 보육에 대해 정부(보건복지부)도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아서인지 국민들이 많이 오해를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목소리 높은 일부 맘들과 어린이집 원장들의 궤변과 하소연들만 들리고 있어 좋은 취지로 출발한 맞춤형 보육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맞춤형 보육이란 0~2세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현재의 종일반(07:30~19:30, 12시간)만 운영하는 것을 전업주부들의 아이들에게 맞는 맞춤반(09:00~15:00, 6시간)을 신설해 보육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영아에게 실제 더 도움이 되는 부모 보육을 유도하려 함입니다. 맞춤반 운영으로 절감되는 예산으로 맞벌이 부부의 종일반의 보육비를 높여 더 좋은 보육을 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그 동안 워킹맘들이 아이를 종일반에 맡겨 놓고 늦게 아이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 어린이집의 눈치를 보던 것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어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이번 맞춤형 보육이 많은 득이 됩니다.
전업주부들은 종일반에 맡기지만 실제는 오후 3~4시에 찾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라 워킹맘들은 오후 7시경, 종일반 시간 내에 아이를 찾아가면서도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의 눈치를 봐야 했었죠.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 워킹맘들이 따로 하원 도우미를 써 오후 3~4시에 아이를 찾아오게 해 추가 보육비를 부담해야 일도 비일비재하죠. 이번 맞춤형이 생김으로 인해서 워킹맘들이 종일반에 보내고 제 시간 내에서 늦게 찾아가도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영아 보육을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직접 집에서 하는 경우는 보육수당으로 20만원을 지급받고 있고, 어린이집에 맡길 경우는 보육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어린이집에 0~12개월 영아는 418,000원/월, 12~24개월 영아는 368,000원/월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나 조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의 정서 함양을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보육수당 20만원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비로 418,000원(12개월), 368,000원(24개월) 지원되고 있으니까 집에서 돌보아도 되는 가정에서 불필요하게 어린이집 종일반으로 아이를 보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불필요한 예산이 지출되는데다 아이들의 보육(특히 정서상 2세까지는 부모가 직접 보육하는 것이 좋고, 사회성이 필요한 3세 이상부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고 함. 선진국의 영아들의 교육기관(어린이집) 보내는 시간은 3~7시간이라고 함)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전업주부들이 어린이집 종일반으로 보내는 이유는 보육수당 20만원 받는 것이 어린이집 보내는 것(418,000원)보다 손해라는 인식이 들어 손해 볼 수 없다는 심리로 인해 불필요하게 종일반에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이런 부모들이 종일반에 보내놓고 아이를 맡기는 시간은 평균 6.4시간으로 조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육을 입안하고 시범사업으로 몇 개 지역에서 시행해 본 결과 좋은 효과가 나와 7/1부로 전면 시행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보육료(보육수당)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보육수당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되, 보육료를 현행대로 418,000원(368,000원)으로 동결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마 종일반에 보내던 전업주부들이 대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보육수당 30만원을 받는 쪽으로 선회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이 방안이 형평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옳은 것이고 보육 예산도 절감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맞벌이 부부들에 대해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고 많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린이집의 반발을 무시하고 이 방법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어린이집이 쓸데없이 난립하여 원아(영아)를 채우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난립하게 된 이유는 무상보육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지요.
무상교육이 시행으로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도 모두 보육비를 정부가 지원해 줌에 따라 종일반 어린이집에 맡길 필요가 없는 부모들도 어린이집에 맡기고, 어린이집은 어차피 정부가 다 지원해주는데 어린이집에 맡기라고 부모들을 부추키면서 이런 사단이 난 것입니다.
애초에 이를 예상하고 보육수당과 보육료의 차이를 크게 벌리지 않았거나 맞춤형을 만들어 시행했더라면 어린이집 난립도 막고, 보육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어린이집 원장들이 맞춤형 보육을 결사 반대하고 있는 것은 1인당 보육비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어린이집에 오는 영아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어 총 보육비 수입이 작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죠.
정부는 1인당 보육비를 6% 인상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수입은 줄지 않고 다소 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맞춤형 보육비는 종일반의 80% 수준이지만 보육비를 6% 인상하면 종일반은 6% 상승, 맞춤반은 3%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실제 맞춤형:종일반이 50:50이 될 때까지는 어린이집 총수입은 줄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예상은 현재의 어린이집 영아 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성립한다는 것이죠.
그 동안 종일반에 보냈던 전업주부들이 맞춤형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보육수당 20만원 받고 직접 보육하는 쪽으로도 선회하는 부모들도 있어 어린이집 영아 수는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맞춤형 보육이 실시가 되면 난립했던 어린이집 중에서 경쟁력이 없는 어린이집은 일부 문을 닫아야 합니다.
무상보육이 실시되기 전 2011년에 전국적으로 39,842개였던 어린이집이 2013년 무상보육 실시 후 2014년에는 43,770만개가 넘게 생겨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영아 수는 줄었는데 오히려 어린이집은 늘어나다 보니 기준 정원의 80%를 채운 어린이집이 52.9%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재 어린이집의 문제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육비의 문제가 아니라 영아 수에 비해 불필요하게 많은 어린이집 때문입니다. 지금 어린이집의 원장들이 항의하고 휴원 하겠다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자신을 먹여 살려달라는 횡포이자 협박입니다. 현재 어린이집의 수가 필요한 숫자만큼 줄어들지 않으면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번 맞춤형 보육 실시로 이런 경쟁력 없고 불필요한 어린이집들이 문을 닫게 되면 남은 어린이집들은 정상적인 운영이 되고, 실질적 보육비 지원도 늘어 보육의 질도 개선될 수 있지요.
이번 맞춤형 보육은 불필요하게 난립한 어린이집의 문제를 충격을 적게 주면서 바로 잡는 것으로 우리나라 영아의 보육을 정상화 하는 조치라고 저는 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린이집을 강제 폐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맞춤형 보육을 도입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수를 필요한 수만큼 줄어들게 하고, 그렇게 됨으로써 보육의 질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폐쇄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이번에 정부의 잘못도 많습니다.
애초에 무상보육을 실시할 때, 이런 폐단을 예상하고 보육수당과 보육비의 차이를 크게 벌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영아의 보육은 부모에 의한 것이 제일인데, 보육수당과 보육비 차이를 크게 벌려 놓는 바람에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으로 보육을 맡기는 부모가 많아져 불필요한 보육 예산만 더 나가게 만들었다는 책임은 면할 수 없죠.
그리고 이번 맞춤형 보육에 대한 홍보도 엉망이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보육 홍보 사이트를 보십시오.
보기도 불편하고 클릭해도 제대로 들어가지지를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홍보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맞춤형 보육을 7/1부로 실시하겠다는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들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죠.
보육 전문가들 대부분이 맞춤형 보육에 찬성하고 있고 어린이집 부모들 76%도 맞춤형 보육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는데, 실시도 하기 전에 이런 사단이 나는 데에는 주관부서의 홍보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