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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 증오와 분노에서 용서와 화해로

길벗1 조회수 : 1,052
작성일 : 2016-06-10 17:14:42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위의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년대 대학시절 시위 현장에서, 뒷동네 막걸리 집에서, 기념 행사장에서 수 천 번을 불렀던 노래였다.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을,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내 청춘이 다 녹아 있는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이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않으며, 주변에서 불러도 따라 부르지 않는다. 이젠 내 청춘을 불러내는 감흥을 이 노래는 내게 더 이상 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나는 알지만, 그것을 남에게 설명하기에는 무척 힘들다. 미묘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특히 오해를 할까봐 설명하기가 저어된다.


1. 제창이냐 합창이냐

36주년 5.18을 맞아 거대 야당이 된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 그리고 진보진영측은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해서 齊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보훈처)는 기념곡으로 지정할 수 없으며 현행대로 合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사회적 갈등을 보였었다.

나는 어느 한 쪽 입장을 정한 바는 없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직은 합창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혹자들은 5.18 유족이나 야당이 요구하니 그냥 들어주면 될 일을 왜 정부가 그걸 수용 못하느냐고 말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하게 보아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보다 이성적으로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보수진영에서는 이 노래가 북한이 만든 ‘님을 위한 교향시’의 주제곡이고, 여기에서 ‘님‘은 김일성을 말하는 것이며,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은 이 노래를 애국가 대신 부른 것이라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하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나는 이런 보수진영의 표면적 이유도 일리가 없다고 보지 않지만, 보다 심층적인 이유에서 제창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 획일적 해석의 강제는 범죄다

국민의 당의 박지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법제화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비방, 왜곡, 날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발의했고, 이에 38명의 국민의 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으며, 조선대, 전남대 교수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박지원의 5.19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

가. 정부는 매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5·18기념식)를 5·18민주유공자와 그 가족 및 유족 등과 협의하여 개최하도록 함(안 제5조 제2항).

나.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5·18기념식에서 제창하도록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안 제5조 제3항).

다. 신문, 방송이나 각종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5·18민주화운동을 비방·왜곡하거나 사실을 날조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안 제8조).

나는 이런 법안 발의와 동조 움직임은 비민주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다면적 역사 해석을 봉쇄하고 획일적 규정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보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나는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이런 나의 해석을 절대화하거나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5.18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폭동으로 보는 견해마저 있다.

5.18과 관련한 사실이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것도 많아, 한 일방의 일방적인 규정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자칫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과장된 상태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굳어질 우려도 있어 국민들이 5.18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5.18의 실체적 사실 규명이나 재해석의 연구마저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이런 법은 반민주적이며 양심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5.18을 성역화, 절대화하거나 다른 시각의 해석을 원천 봉쇄하려는 법제화 움직임 자체가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박지원이나 5.18을 절대화 하려는 세력들은 모르는 것 같다. 

5.18에 대한 국민들의 컨센선스(consensus)나 대한민국 국가 차원에서의 평가와 규정은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알려지고, 이해당사자들이 돌아가신 후에 객관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 전에 섣부르게 한 일방의 평가와 규정을 절대화할 수 있는 법제화는 반대하며,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되고 제창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되고 제창이 법제화되면 초중고 음악시간에 이 노래를 배우야 하고 학생들은 5.18 기념식에서 모두 불러야 한다. 과연 위의 가사들을 어린 학생들이 굳이 배워 부르는 것이 교육적일까? 어린 학생들이 이 노래를 배우고 부르면 이들이 갖게 되는 5.18의 평가는 한 일방의 것으로 주입될 것인데 이게 바람직할까?


3. 진보진영이나 야당의 제창에 대한 이중성

진보진영은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기는커녕 합창도 하지 않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애국가 제창이 국가주의를 주입시킨다는 이유를 대며 제창을 거부하는 야당 의원도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가치관과 철학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가치관과 철학으로서는 존중한다. 그러나 이런 가치관이나 철학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을 때는 그 사람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존중해 줄 수 없다.

애국가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를 보였던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 지정과 합창 아닌 제창을 강제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합창이 좋은지, 제창이 옳은지를 떠나 이런 비일관적 태도가 여러분들은 용납이 되는가? 


4.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역사관의 차이가 있다

혹자들은 제창이나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면 그냥 들어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쌍방이 치열하게 공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제창과 기념곡 지정을 주장하는 측은 야당이나 자칭 진보진영이고, 이들은 대체적으로 역사를, 특히 우리 근현대사를 운동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한다. ‘식민지 半봉건론’, ‘내재적 발전론’, ‘자본주의 맹아론’, ‘민족적 저항주의’들이 저항 운동사 관점 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들은 일제시대의 독립운동(특히 무장 독립운동), 해방 후의 민주화 운동을 높이 평가하지만 다른 사건들이나 외부의 영향에 의한 발전에 대해서는 인색하거나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동학농민운동-의병-3.1운동-항일무장투쟁-6.25 사변(이들은 내전으로 본다)-4.19의거(혁명)-5.18민주화운동-6.10항쟁으로 이어지는 운동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며, 민중들의 저항이 사회변화를 추동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 근현대사를 ‘백년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운동사적 관점은 일면 역사 이해의 한 방편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틀렸다고 말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저항 운동사적 관점에서만 이해하고 서술하여서는 세계 역사상 최단기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현재의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우리의 근현대사를 적합하게 해석한 것은 안병직이나 이영훈이 주장하는 ‘캐치 업(catch up)이론’이라고 본다. 일제 시대의 근대화,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도입, 박정희의 수출 주도 경제와 산업화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따라 잡으려 노력한 결과이고, 이것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저항적 민족주의적 운동사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사적 관점으로는 우리 근현대사를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사실 저항적 민족주의 운동사로 가장 잘 설명이 잘 되는 나라가 북한이고, 북한과는 180도 다른 나라가 남한이라는 것은 운동사적 관점으로는 우리 근현대사를 설명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내가 왜 뜬금없이 진보/보수 진영의 우리 근현대사 역사관을 들먹였는지 의아할 것이다. 내가 역사관의 차이를 설명한 이유는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있어 진보진영이 왜 저렇게 무리하게 자신들의 역사 해석을 획일화하여 단정하고, 심지어 법제화하려고 하는 배경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진보진영의 역사관, 그들이 보는 우리 근현대사의 백년은 저항적 운동사이기 때문에 저렇게 5.18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에 집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를 이들이 4.16이라고 명명하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도 이런 저항 운동사적 역사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5. 객관적 사실대로 인식해야

나는 언제가 이 노래가 제창되어도 좋을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제가 있다. 5.18이 객관적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진 뒤여야 한다.

나는 과거에 알고 있던 5.18 내용과 수사기록이나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물을 통해 본 5.18의 실체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엔 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대학 2학년 어느 날,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나는 5.18 당시 녹음된 시민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가두방송 육성 테이프를 강의실에 틀고 당시 내가 알고 있던 5.18의 잔학성을 폭로하면서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을 향해 격분을 쏟아낸 적이 있다. 교수님이 강의하려 들어와 있는 것도 무시한 채 약 10분을 전두환과 당시 진압군을 성토했던 것 같다. 교수님이나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나의 행동이 정의를 위한 외침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당시 내가 쏟아냈던 말들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안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었고, 나는 이를 알고 심한 충격과 더불어 당시의 내 행동에 대해 알 수 없는 회의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는 당시 5.18에서 수 천 명의 희생자(사망자)가 발생했고, 진압군이 선제적이고 조직적으로  발포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했다고 친구들(학생들)에게 말했다. 계엄군들에게 마약과 술을 먹여 진압에 투입했고, 경상도 출신 진압군을 투입해 전라도 사람들의 씨를 말리려 했다거나 임산부의 배를 총검으로 가르고 아기를 꺼냈고, 여학생의 유방을 도려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이 실체와 동떨어진 유언비어였다는 것을 2002년경 공개된 검찰 수사 보고서와 유네스코에 등록된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 작성된 1995년 검찰 조사보고서, 노무현 정권 시절의 과거사 진상 규명시의 조사 보고서와 1980년(전두환 집권 시절) 당시 검찰이 조사한 내용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것에도 놀랐고, 이런 자료들을 이미 입수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유언비어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방치하는 것에는 약간의 분노도 동반되기도 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5.18 내용과 아래에 링크하는 글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과연 어느 쪽이 5.18에 대한 실체를 객관적으로 전한다고 보이는가?

http://www.mediapen.com/news/view/154236

http://www.mediapen.com/news/view/154700

http://www.mediapen.com/news/view/156463

아마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5.18 내용은 대부분 황석영이 썼다고 알려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나오는 내용과 5.18을 다룬 <화려한 휴가>나 <26년> 영화에 나오는 장면일 것이다. 위에 내가 링크한 글을 다 읽어 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황석영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구라를 쳤는지 알 것이다. 황석영이 괜히 ‘황구라‘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홈피에도 사망자는 154명으로 나오는데 야당 국회의원이 실시간 중계 방송되는 국회 공식석상에서 5.18 희생자가 2천명이라고 과장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증오를 증폭시키는 망동을 해도 누구도 바로 잡는 사람들이 없었다.

혹자는 154명이 희생되었던, 2천명이 사망했던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위의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고 유언비어라고 할지라도 계엄군이 과도하게 진압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5.18에 희생된 광주의 영령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것이 왜 문제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희생자가 얼마이든, 유언비어였던 아니었던 5.18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고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려야 한다는 것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실체적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과 유언비어를 사실로 알고 희생자 수가 2천명이라고 알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5.18 관련한 화합과 용서의 단계에서 역시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의 사건을 예를 들어 조금 더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지난 5/22 신안 흑산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흑산도, 신안을 넘어 전라도 지역에 대한 악성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이 유언비어 때문에 전라도에 대한 인식이 사실과 다르게 나빠지고 호남인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술에 수면제를 타 범행을 했고, 신안 경찰서가 사건을 덮으려 해 목포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며, 현지 경찰이 뭘 이런 것으로 신고하느냐고 묵살했고, 신안군의 남교사 실종이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으며, 신안군 해변에 무연고 시신이 급증했다는 유언비어가 인터넷에 난무했다. 하지만 이 모든 유언비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언비어가 사실처럼 유포되고 실제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런 유언비어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은 천인공노할 일이고, 그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하지만 유언비어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잡아져야 하고, 그 유언비어로 인해 그 지역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사건의 실체에 따라 처벌되고 또 그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 유언비어 사례와 마찬가지로 5.18 역시 그 실체가 정확히 규명되어 국민들에게 알려져 국민들이 그 실체를 기반으로 5.18을 평가하고 진압군으로 투입된 계엄군에 대한 인식도 이에 기반해야 하며, 또 그 실체에 따른 역사적 평가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화려한 휴가>에서 표현된 대로 계엄군이 일렬 도열하여 비무장의 광주시민을 향해 M16을 조직적으로 조준 사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과 장갑차의 뚜껑을 열고 그 안으로 불붙은 짚단을 넣으려는 청년을 향해 자위적 차원에서 대퇴부에 총상을 입히고(이 사람은 대퇴부 부상을 입었으나 사망하지 않았지만, 사망했다는 유언비어 난무했고, 5.18 관련 기념 사이트에서도 사망한 것으로 적어 놓았다고 최근에 수정했음), 시민군에 의한 차량 돌진으로 계엄군 1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수 명이 부상을 입는 생사를 다투는 절박한 상황에서 어떤 발포 명령이 없는데도 자위적 차원에서 사격을 한 것과는 진압군의 당시 행동에 대한 인식에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5월 21일, 총 사망자 61명 중에 M16(계엄군) 총상으로 인한 도청 앞 사망자는 4명뿐이고, 계엄군이 단 1명도 없는 지역에서 사망한 사람이 14명, 어디에서 사망했는지 장소를 알 수 없는 사람이 34명이라고 한다. (M16이 아니라 칼빈에 의한 사망자는 시민군의 오인 사격이나 오발 사고에 의한 사망자라고 보아야 한다. 5.18 당시 계엄군은 M16을 휴대했고 시민군은 캘빈 소총으로 무장했다)

<화려한 휴가>에 나오는 것처럼 계엄군이 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일제 사격했다면 M16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만 나왔겠는가? 계엄군은 시민들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자위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진압군도 학살자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었으며 형제였고 아들이었다는 것, 그들도 얄궂은 시대적 상황과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본의와 무관하게 5.18 현장에 투입된 죄 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 역시 시대의 희생자이지 학살자의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은 억울하지 않겠는가?       


6. 용서와 화해를 향해 - 풀은 역사 위에 어떻게 자라는가

5.18도 올해로 36년이 되었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여전히 한으로 남고 뼈에 사무치는 기억일 테지만,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우리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기 위해 이젠 역사의 바다로 흘려 보내는 것이 어떨까?

말초적 증오와 분노에서 벗어나 용서를 위한 준비를 하고, 5.18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들 모두 새길 수 있도록 차분히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함이 어떨까 생각한다.

1 달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이라는 책에 소개된 ‘카스트너’의 미술 작품을 보고 우리도 5.18을 ‘카스트너’의 방식으로 기억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나찌당의 본거지였던 뮌휀의 쾨히니 광장 자리에는 지금 미술가 ‘카스트너’의 <풀은 역사 위에 어떻게 자라는가>라는 작품이 있다. 1933년 나찌가 퇴폐적이라고 낙인 찍은 작가들의 책들을 불살랐던 광장에 ‘카스트너’가 그 자리를 불 살라 재로 만든 후 어떻게 풀이 자라는지를 관찰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과거를 상기하고 잊지 않도록 하되, 미래 세대가 그 의미를 찬찬히, 그리고 되씹게 하는 것으로 세련되기도 하여 한참을 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그 작품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을 보고 나는 5.18의 실체를 제대로 알았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났던 5.18에 대한 다소 부정적 생각들(본질적인 것이 아닌 부차적인 것이지만 그 반사적 강도가 강해 본질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에서 벗어나 다시 차분히 5.18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PS :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은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본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여행기이면서 미술 작품 해설서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내용과는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시대의 우울>이라고 명명되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그런데 책 중반부에 책명을 <시대의 우울>를 한 의도를 읽을 만한 부분이 나온다. 최영미는 좀 뜬금없게도 책 중반부에 그림이 아니라 보들레르의 <빠리의 우울>이라는 글을 소개한다.

“나의 신이여,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 아니며 내가 경멸하는 자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 줄 아름다운 시 몇 편을 쓰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최영미는 이 보들레르의 <빠리의 우울>을 패러디 해서 책 제목을 <시대의 우울>로 정하고 당시에 자신이 말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보들레르의 이 글로 대신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영미는 이 책을 발간하기 4년 전(1993년)에는 80년대 학생운동권을 과감히 비판하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시의 연장선상에서 보들레르의 <빠리의 우울>로 당시의 심정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물론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최영미의 의도는 확인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최근 최영미가 생활보호대상자라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는데 <시대의 우울>을 신간이 아니라 중고로 샀다는 것이 괜히 미안해진다.

최영미 시인!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내 주시라. 내가 넷상에서 응원한다고 얼마나 도움이 될까마는 시대를, 역사를 보는 시선이 비슷한 것 같아 이렇게라도 응원하고 싶다.



IP : 118.46.xxx.14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넌 누구냐?
    '16.6.10 5:20 PM (223.62.xxx.140) - 삭제된댓글

    누구냐고???

  • 2. 길벗1
    '16.6.10 5:27 PM (118.46.xxx.145)

    넌/
    내가 누군지 관심 갖는 시간에 내 글을 한번 더 읽어 보삼.
    내 글에 문제가 잇으면 비판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내가 누군지에 대한 관심은 사양하겠음.

  • 3. 죽지도 않고 돌아온 각설이
    '16.6.10 5:30 PM (175.211.xxx.185)

    좌익효수는 짤렸다던데...

  • 4. 이게
    '16.6.10 5:35 PM (223.33.xxx.75) - 삭제된댓글

    넘 길어서 앞 서너줄만 봤고..
    근데
    원글이가 하려는 말이 뭐에요?
    하고 싶은 말 있잖아요 그거..
    남이 쓴 글에 군데군데 본인 하고싶은 말을 붙인거 같은데..

  • 5.
    '16.6.10 5:39 PM (222.107.xxx.182)

    3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5.18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생각하시는건가요?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시민을 무력으로 군부가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죽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밝히지 못한건 발포명령을 한 사람이 누군인가, 정도입니다.
    i이게 역사적 사실이에요, 진실이구요.
    여기에 어떤 해석을 붙이고 싶어하시는건가요?
    3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홍어 운운하는 개자식들과
    다면적 해석 운운하면서 점잖은 척하지만 역시나 진실앞에 눈감은 개자식2들 때문에
    밝혀진 진실앞에서 헛소리하는 인간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거죠
    "비민주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다면적 역사 해석을 봉쇄하고 획일적 규정을 강제하는 것"의 대표적 모습은 박근혜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건이라 보는데
    그때도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발 공정한 사고를 하시길 바랍니다.

  • 6. 응???
    '16.6.10 5:43 PM (223.62.xxx.82) - 삭제된댓글

    또 왔네
    어버이 연합이 공치는 날이 많지?

  • 7. 줄거리
    '16.6.10 5:53 PM (223.33.xxx.32) - 삭제된댓글

    간추리고 있삼?

  • 8. 진짜 수천번 불렀어요?
    '16.6.10 6:23 PM (223.33.xxx.10) - 삭제된댓글

    임을 위한 행진곡을요?
    뻥치시네.
    한번도 안 불렀으면서.....
    그리고 저딴 허위날조는 왜 하는 거에요?
    비싼 밥 먹고..

  • 9. ...
    '16.6.10 8:55 PM (223.62.xxx.12) - 삭제된댓글

    이글 원글이 쓰신거죠?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왜 저런 거짓말을 쓰세요?
    내용 읽어보니 거의 허위 사실이네요.
    저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고 계시는건가요?
    일베??

  • 10. 이름없는 사람들
    '16.6.10 11:11 PM (124.53.xxx.131) - 삭제된댓글

    그날 이후 거지들도 휴지줍는 사람들도 다 함께 사라져서 도시가 말끔해져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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