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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생이 되게 허무해요.

ㅍㅍ 조회수 : 8,379
작성일 : 2016-06-10 12:05:27
여기 많은 인생 선배님들이 들으시면 비웃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 겨우 30대 후반인데 그동안 참 열심히 지내왔거든요.

학창시절엔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가고
직장 다닐 때도 참 열심히 일해서 **씨가 한일엔 손댈게 없다고 칭찬받고
결혼하고도 직장 다니며 바쁜 남편 살피고 살림 반짝반짝 열심히 했어요.

아이낳고 친정시댁 도와주실 형편은 안되고
남편은 업무강도 높은 직종에 바쁜 사람이라 집에 거의 없는데
아이가 참 예민하고 많이도 울어서 제가 전업하고 아이 키워 아이가 이제 4살이에요.

저희 엄마가 좋은 엄마는 아니셨거든요. 제가 큰딸이었는데 순한 편이어서 엄마 널뛰는 감정의 쓰레기통?같이 지내와서 엄마로서의 롤모델 같은 게 없었어요.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 모르고 지내왔다고 할까요.

그냥 우리 엄마처럼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투정 많고 많이 우는 애기 두어시간 안고 달래가며 재우고 나면 너무 힘든데...
육아책 읽으면서 마음 다잡고 책에서 하라는 대로 키우고 놀아주고 82에서 좋은 글 보면 캡쳐해 두었다가 읽어가며
부족하지만 참 많이 노력했어요.

아직 아이 다 키우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렇게 별나던 아이 어쩜 이렇게 똘똘하고 마음씨 예쁘게 잘키웠냐고 하고
남편도 좋은 직장에서 자리 잡고 다 좋은데
문득 돌아보니 난 뭔가 싶어요.
나도 참 반짝이고 영리하고 에너지 넘치고 세련된 사람이었는데
하루종일 아이랑만 있다보니 사회성도 떨어지고 별거 아닌것도 헤매고
그 좋았던 머리는 어디 간 건지... 조금 전에 외운 전화 번호 하나 기억 안나고
저를 못돌보니 여기저기 아프고 지치고 얼굴은 어둡고ㅠ
그냥 늙은 아줌마 하나만 남은 것 같아요.

30년간의 저를 한 단어로 압축하라면 열심, 노력 이런 단어일텐데
막상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참 김빠지고...
더 나이들기 전에 다시 일하고 싶지만 저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어찌해야할지..

어찌 보면 딱히 부족해보일 것 없는 것 같아 누구한테 이렇다저렇다 불평불만하기도 그런데 제 가슴은 답답해서 터질 것 같고...
82에 익명을 빌어 털어놓고 갑니다.
IP : 222.232.xxx.27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6.10 12:08 PM (125.128.xxx.10)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니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데...

  • 2. .....
    '16.6.10 12:10 PM (211.178.xxx.68) - 삭제된댓글

    우리 엄마처럼 하지말아야지....하던 딸은 어느덧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
    엄마를 이해할 나이가 되니 엄마는 돌아가시더라..

  • 3. 원글
    '16.6.10 12:14 PM (222.232.xxx.27)

    엄마는 이해가 되기도 해요. 우리 엄마도 삶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매일같이 화내고 때리고 그랬을까...하는 마음도 들거든요.
    그래서 아마 엄마는 제가 이런 마음 가진 것 모르실 거에요.
    그치만 제 아이에겐 엄마처럼 폭언하고 이유없이 때리고 그렇게 키우고 싶진 않아서..
    그런데 제 모습속에 엄마의 모습이 조금씩 비춰질 때가 있을 것 같아 더 의식하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4. 동네에서
    '16.6.10 12:14 PM (119.194.xxx.182)

    엄마들 보니 원글님처럼 엘리트인 엄마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요. 좋은 머리로 살림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니 주위에 엄미들이 친구하고 싶어서 인기많은 부류, 아니면 본인은 전업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으며 자존심 건드리면 부르르 떠는 부류. (서울대 나와서 전업? 이럴때 부르르 떨죠. 전자는 농담으로 같이 웃는데 가끔 명석함으로 일처리 잘하니 다른 엄마들이 좋아하죠)

    열심히 사셨고 계속 멋지게 사시면 됩니다. 서울대 아무나 가나요? 틈틈히 자격증도 따시고 명석함을 잊지마세요.

    몬난 여자들이 가끔 '그 시절에 서울대는 지금보다 쉬웠다고 x소리 하는 경우도 봤어요. 못난 찌질이들만 조심하시구요. 아이가 뭐 물어보면 척척 대답도 가능하시고 얼마나 멋져요 ? ^^

  • 5. ...
    '16.6.10 12:15 PM (108.63.xxx.178) - 삭제된댓글

    벌써부터 그러면은 안되요
    님이 너무 똑똑해서 그런거 같아요
    게다가 서울대 좋은 직장.. 욕심 없이는 절대로 못 해내죠
    될수 있으면 직장 생활 다시 연구해 보세요...

  • 6. ...
    '16.6.10 12:15 PM (108.63.xxx.178) - 삭제된댓글

    벌써부터 그러면은 안되요
    님이 너무 똑똑해서 그런것 같아요
    게다가 서울대 좋은 직장.. 욕심 없이는 절대로 못 해내죠
    될수 있으면 직장 생활 다시 연구해 보세요...

  • 7. ㅁㅁ
    '16.6.10 12:17 PM (175.193.xxx.52) - 삭제된댓글



    아가는 다른능력안되고 맘만 반듯한 ? 저같은이가 키우고
    님같은 재능인은 그 능력 발휘하며 살아야하는데
    아까워요

    그런길있지않나요?

  • 8. ..
    '16.6.10 12:18 PM (118.37.xxx.15)

    지금은 아이가 어리니 엄마가 온 우주이지만 사춘기되어 엄마가 필요없어지면

    정말 전 배신감도 느껴지더군요

    내가 널 위해 포기하게 얼마나 많은데 ......
    정신차리고보면 40대 중년이고 거울속의 나는 모르는 사람이예요.

    아이에게 너무 올인하지마시고 자기자신의 삶도 반짝반짝 가꾸며 사시길.

  • 9. sa
    '16.6.10 12:26 PM (32.212.xxx.21)

    리플 잘 안다는데요 저는 님이 넘 부러워요
    예쁜 아가 좋은 남편
    일 해봐도 뭐 별거 있나요
    요즘 경쟁도 넘 힘들고 성차별 성희롱에 자기시간없고
    대통령할 것도 아니고 노벨상 탈 것도 아니고 인생 별거 있나요
    예쁜 가정에 감사함을 가져보세요 선배님

  • 10. ;;;;;;;;;;;;
    '16.6.10 12:28 PM (121.139.xxx.71)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가진거 이루어 놓은거 보세요
    저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참 안타깝네요

  • 11. ^^
    '16.6.10 12:32 PM (112.186.xxx.150)

    예쁜 가정 일구셨네요 그게 가장 중요하죠. 그리고 머리도 좋으시니까 지금 그리고 앞으로 환경에서 내가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서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 보시면 어떨까요

  • 12.
    '16.6.10 12:39 PM (114.200.xxx.14)

    아니 서울대씩이나 나온 사람이 집에만 있다니요
    넘 억울해요...인생은 내가 중요해요 님 잘 알지요
    남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아니에요
    결국은 내가 행복해야 해요
    넘 안됐어요 셜대까지 나오고 똑똑한 사람이 집에 있는게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위해 살면 님은 분명 좋은결과가 있을 겁니다

  • 13. 또다른 기회
    '16.6.10 12:48 PM (211.200.xxx.105) - 삭제된댓글

    저는 님만큼 잘나가지는 못했지만
    암튼 둘째 낳고 건강이 완전 망가져서 결국 전업한 경우인데요
    둘째 여섯살 될때까지. 제자신이 포기가 안되어서 많이
    우울했어요 실제 건강도 안좋았고
    그래도 항상 운동 신문 책 놓지않았고요
    세월흐르니. 월급쟁이직장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이 생겨서. 무지 바쁩니다
    애 좀 키워놓고. 내 사업 비슷하게 뭔가를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아이 가정 남편에 집중하세요
    물론 자기개발은 계속되어야합니다
    아이가 초3만 되어도. 또 다른 기회가 올겁니다

  • 14. ㅎㅎㅎ
    '16.6.10 12:51 PM (126.254.xxx.229)

    사회에 재능 기부하며 열심히 일한 엘리트도
    어느날 문득 거울 보면
    늙은 여자가 서 있을뿐이네요
    본인이 그동안 해낸 대단한 일들을 너무 비하하시는거 같아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본인에게 너무 박하시네요

  • 15. ...
    '16.6.10 12:52 PM (121.140.xxx.15)

    이미 이루어 놓은게 일상이 되어버리면 가치가 없어보이는 거 같아요.
    그래도 막상 그마저 사라져 버리면 좌절과 분노만 남잖아요
    다시 일어서기 힘든 세상이구요
    지금 서있는 그자리에서 나름의 가치를 만드세요
    아이를 키우는거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두는 거라 생각되요,
    원래 힘든 일이 나중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하잖아요.
    다만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 만큼 보상을 원하는 심리를 극복한다면
    그이상 가치있는 일이 없을 거 같아요.
    지금의 결혼의 의미가 몇십년전 까지만 이렇게 변할 줄 알았을까요?
    지금은 너무도 그 의미가 바뀌었잖아요.
    아이를 키우면 나자신도 같이 크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나자신을 키우는.. 내 스스로가 나를키우는 거...
    크면서 보지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고...
    모든 행위가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없지만 내 스스로가 동기 부여하면서
    긍정을 향해 노력하는 거 아이에게 꼭 필요한 부분인 거 같아요.

    나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들을 함부로 하지 마시길 바래요.

    님같은 똑똑한 분들이 흔들리면 안돼죠..!

  • 16. 승승
    '16.6.10 12:55 PM (125.140.xxx.45) - 삭제된댓글

    힘드시죠?
    그러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전업을 하게 되고 등등
    이런 것들은 스스로 택한 것이므로
    자신에게 무언의 약속을 한 것 아닐까요?
    그 일련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어려움등은
    다 감당하겠다는 약소 말이죠.


    그래도 돌이켜 보면
    아이가 준 행복도 순간순간 많지 않았나요?
    엄마가 되어 보기 전엔 죽어도 못 느낄 그런 행복감요.

    차차 노련해지고 편해집니다.
    잘 될 거예요.

  • 17. 승승
    '16.6.10 12:56 PM (125.140.xxx.45)

    힘드시죠?
    그러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전업을 하게 되고 등등
    이런 것들은 스스로 택한 것이므로
    자신에게 무언의 약속을 한 것 아닐까요?
    그 일련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어려움등은
    다 감당하겠다는 약속 말이죠.


    그래도 돌이켜 보면
    아이가 준 행복도 순간순간 많지 않았나요?
    엄마가 되어 보기 전엔 죽어도 못 느낄 그런 행복감요.

    차차 노련해지고 편해집니다.
    잘 될 거예요.

  • 18. 원글
    '16.6.10 1:06 PM (222.232.xxx.27)

    좋은 말씀들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몇번이고 읽어보았어요.
    남편과 아이는 나날이 커가고 성장해나가는데
    저 자신만 퇴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좀 울적했어요.
    제가 얻은 게 있는만큼 이런 감정들도 제 스스로 감당해야할 것들이겠죠?

    아이가 초등고학년이 될때까진 제 손길이 필요할텐데 그때면 제가 40대 중반이라는 생각에 초조하네요.
    부정적인 감정 털어내고 저 자신도 돌아볼게요.
    감사합니다!

  • 19.
    '16.6.10 1:24 PM (211.114.xxx.71)

    원글님, 이제 그만 나오세요
    아침에 잘 먹여서 어린이집 보내고 저녁때 만나 같이 저녁먹고 씻고 재우면 그게 바로 원글님이 키우는 겁니다
    인생 길고요 30후반 젋은 나이고요 일자리 없다없다 해도 찾아보면 뭐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엄마 외의 대상으로부터도 많이 배웁니다
    더 기다리지 말고 나오세요
    초등고학년? 아이들에게 엄마손이 필요한걸로 치자면 중고생도 마찬가지에요
    이러다간 끝이 없습니다

  • 20. .......
    '16.6.10 1:29 PM (59.8.xxx.122)

    벌써 이루어 놓은걸 찾으심 되나..
    그맘땐 서울대 아닌 별 높은데 있다와도 마구마구 정신없이 바쁘기만하고 결과물이 씨앗도 안열릴때 올시다

    내일일은 아무도 몰라요
    지금처럼 열심히만 사시면 어느날 호박이 넝쿨째 들어앉아 있을겁니다ㅎㅎ

  • 21. ㄴㄴㄴ
    '16.6.10 1:34 PM (42.82.xxx.3) - 삭제된댓글

    7살이면 인생을 깨우칩니다.
    그때 일 다시 시작하세요.
    아기 1살 엄마 지는지수 1살
    아기 2살 엄마 2살
    재성장하는 것 아시죠?

  • 22. ㄴㄴㄴ
    '16.6.10 1:35 PM (42.82.xxx.3)

    7살이면 인생을 깨우칩니다.
    그때 일 다시 시작하세요.
    아기 1살 엄마 지능지수 1살
    아기 2살 엄마 2살
    재성장하는 것 아시죠?

  • 23. qwrrtyuio
    '16.6.10 2:36 PM (112.154.xxx.185)

    동감합니다. 저도 원글님과 같은 대학 출신이고 아이들 둘다 중학생된 40대 중반되었어요
    아이들 때문에 억지로 전업할때 정말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 걸리고 상담받고 다시 직장다녀요
    대신 미혼때 다니던 직장보다는 많이 다운그레이드 되었지만 차라리 그게 더 낫더라구요
    저처럼 상담료로 큰돈 뿌리지 마시고 슬슬 직장 다시 알아보세요

  • 24. 공감되요
    '16.6.10 4:20 PM (116.33.xxx.189)

    내가 선택했던 것 맞지만, 이런 결과까지 다 알고 선택하는게 아니죠.. 저도 같은 생각이 들어 요즘 울적하네요..우리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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