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알리의 추억

쑥과마눌 조회수 : 1,429
작성일 : 2016-06-08 01:45:22

퍼온 글)

어린 시절 집에서 나는무하마드 알리라고 불렸다. 

열혈 복싱팬이었던 아버지께서 아들을 낳고서 바로 무하마드 알리라고 칭하신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걸어 다닐 즈음부터 주먹으로 아버지의 손바닥을 치게 하면서 ‘원투 원투’ 하고 외치게 하셨단다. 

어릴 때부터 배운 타령이니,  제법 내 폼이 그럴 듯 하였나 보다.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며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면,

아버지께서 네다섯살인 내게 복싱폼을 잡고 손바닥을 치게 하셨단다.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길거리 공연을 보고난 관객들처럼, 

내손에 100원짜리 동전이나 500원짜리 지폐를 주기도 했단다. 

대충 나의 군것질 값은 내가 벌었던 것이다. 

스텝이 특히 좋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팔을 뻗는 동작이 알리 같다는 관객들의 평이었다고 한다. 

알리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하셨던 아버지가 내게 매일 연습시킨 동작들이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아버지는 복싱하면 알리였고. 알리 하면 챔피언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에게 그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큰소리로 ‘우리 알리’라고 불러오셨다.


내가 아들을 낳았을 때는 그 아들에게 조 프레이저라는 별명을 붙이고,   

늘 조 프레이저, 조 프레이저하고 손자를 불렀다. 

왜 조 프레이저냐고 어머니가 물었을 때, 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했다. 

무하마드 알리를 이긴 놈이라고. 손자를 안고 이놈이 무하마드 알리를 이긴 놈이라고 그리 하셨다.


지금도 한물간 복싱의 열혈 팬이신 아버지는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찌그러진 냄비 꼴을 해가지고 다니면 한밤중에 전화를 하신다. 

술이 불콰해서 아들을 위로하시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전혀 위로가 안되는 말로 속을 긁어주신다. 

그리고는 “우리 무하마드 알리... 포먼을 한방에 때려눕힌 것처럼, 

사나이 중에 사나이 알리처럼...한방에 말이야...아빠 맘 알지.. 무하마드 알리” 

당신생각에 아들에게 가장 힘이 된다고 믿는 멘트다.

계속 얻어맞고, 몰리고, 구석에 처박혀도 쓰러지지 않다가,    

경기 막판 한방에 포먼을 때려 눕혀 영원한 아버지의 영웅이 된 알리처럼.. 그렇게 기운 내라는 것.

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 무하마드 알리는 아주 친숙한 인물이었다. 

그 무하마드 알리가 사망했다고 한다. 

인종차별과 싸우고, 참전을 거부하고 병마에 좌절하지 않은 알리의 삶을 돌아보며, 

멋진 인간의 삶을 추모하는 많은 말들이 오간다.

나또한 아버지의 영웅이자 나의 애칭이었던, 

우리 부자에게 아주 조금은 특별한 이름...무하마드 알리의 명복을 빌어본다. 

찌그러진 삶에 풀죽어 있을 때 커다란 목소리로 아버지가 나를 부르던 이름 ‘우리 무하마드 알리’를 생각하며...


>>>>>>>>>>>>>>>>>>>>>>>>>>>>>>>>>>>>>>>>>>>>
동생놈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나 역시 아빠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사나이 한 평생..가는 길이, 알리만큼 뜨거웠으랴.

혈연으로 맺혔으나, 이제는 페친으로 서로의 소식을 간간히 전하는 우리 남매는
우연히도 공통의 주제를 발견하고는 백만년만에 보이스톡을 때렸다.

써 놓고 보니, 아빠가 필요이상으로 멋져 보여서 난감한 느낌이라고 해서
나 역시 읽고 보니, 실제이상으로 따스하고 자상한 아빠느낌이라 
이거 뭥미..하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빠가 페북 안해서 다행이지
좋아요 숫자보면 기고만장해져
당장에 송금할 용돈액수를 부풀려 수금들어 갈 기세이니
우리끼리 공유하고 묻어 버리자 했다.

전방위 백미터 밖에서 봐야 그립고 다정한 우리 아빠.
사정권 안에 들어 가믄, 옆에 사람 열라 피곤하게 만드는 우리 아빠.
그래서, 슬프기만 할 엄마와 달리
떠나면 자식 가슴에 회한을 남길..끝까지 자식 마음편한 꼴 못 보는 우리 아빠.

알리와 나이도 비슷하고
평생을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들보다도 훨씬 튼튼한 체력의 소유자이며
한번도 살 쪄본적도, 아파본 적도 없는 욕쟁이 복싱팬 우리 아빠.
끝까지 가오잡는 거 좋아하면서 철없이 건강하길..
멀리 살아서 좋은 점만 기억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딸이 퍼와 본다.
IP : 72.219.xxx.6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16.6.8 1:55 AM (72.219.xxx.68)

    오해영은 당분간 쉬었다 올랍니다.
    저질 체력인 중년의 노구가 계속해서 보고 리뷰 올리기엔 벅차더군요.
    11회까지 보고, 12회는 중계방 댓글로만 보고 패쓰합니다.
    제 몸에 당떨어지는 소리가 만연하더군요.

    좋고, 재미있고, 다양한 인간군상과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사랑의 맨얼굴
    모두 공감하지만, 조금 덜 폭력적이고, 조금 덜 주사적이고, 조금 덜 감정적이였음 해서요.

    지난 주까지 찬양일변도였다가 헷까닥하고 마음바뀐거 같아 미안한데..
    보는 시청자가 지친건 사실이니까..당분간 접을라고요

  • 2. 쑥과마눌
    '16.6.8 1:57 AM (72.219.xxx.68)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82074

    이건 예전에 아빠에 대해서 제가 쓴 글 링크입니다.

  • 3. 알리
    '16.6.8 2:05 AM (211.245.xxx.17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어떤 만화책에서 본 구절이지요.
    저한테 알리는 벌과 나비네요.
    나이가 드니, 알리같은 저 바다 건너 외국인도 아는 사람같고, 그 아는 사람이 하나둘씩 떠난다는것은 또 다른 의미로 슬프네요.

  • 4. 쑥과마눌
    '16.6.8 2:14 AM (72.219.xxx.6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멘트도 울 아빠께서 자주 인용하셨던 멘트죠.
    맞아요.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들 떠나시네요.

  • 5.
    '16.6.8 4:21 AM (110.70.xxx.101) - 삭제된댓글

    갱스부르...?

  • 6. 존심
    '16.6.8 7:45 AM (110.47.xxx.57)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년 1월 17일 ~ 2016년 6월 3일)는 미국의 전직 권투 선수다.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태어났으며, 1964년 맬컴 엑스 등이 이끄는 이슬람운동에 가담하기 전까지 이름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Cassius Marcellus Clay, Jr.)였다. 알리는 1975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2016년 6월 3일 ,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전 세계의 많은 유명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1]

  • 7. 존심
    '16.6.8 7:47 AM (110.47.xxx.57)

    클레이에서 알리가 되면서 권투선수만이 아닌 사람으로 바뀐 거지요...
    지금 전세계가 애도 하는 것도 단지 유명한 권투선수여서만은 아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8192 올해도 날씨가 가뭄인가요? 2 ;;;;;;.. 2016/06/19 975
568191 지금날씨에 고기사서 30분거리걸으면 상할까요 5 ㅇㅇ 2016/06/19 1,530
568190 공부하란 잔소리로 아이와 싸우는게 일반적인가요? 11 .... 2016/06/19 3,431
568189 나와 일로 얽힌 친정엄마(깁니다) 3 . . ... 2016/06/19 2,622
568188 깜빡이켜니 더 달려들던 뒷차 21 2016/06/19 4,109
568187 에어컨 설치시 5 .. 2016/06/19 1,251
568186 자수성가특징. 16 .. 2016/06/19 6,872
568185 39세..간호대 가도될까요? 23 ㅜㅜ 2016/06/19 5,791
568184 옷에 향기나는집 뭐 어찌해서 그럽니까? 27 옷에 향기 2016/06/19 11,086
568183 음악 전공생 뒷바라지가 특별히 더 힘든 점이 있나요? 11 부모로서 2016/06/19 2,525
568182 견미리 실제로 봤는데 53 대애박 2016/06/19 35,203
568181 이런건 가짜 배고픔인가요? 식이장애가있긴한데 6 Rmmdkd.. 2016/06/19 1,569
568180 친구 돌잔치 선물 2 R 2016/06/19 1,278
568179 시부모로인한 화.... 6 .... 2016/06/19 2,428
568178 소개팅 복장 조언 좀... 9 ㅣㅣㅣ 2016/06/19 2,294
568177 사소한 갑질일까요? 3 사소한 2016/06/19 861
568176 대화가 안 되는 사람 6 고민 2016/06/19 2,322
568175 맏이로 자라면서 엄마에게 가장 불만인 점이 뭐였나요? 20 궁금 2016/06/19 3,494
568174 축의조의금 준만큼 말고 덜 주시나요? 10 축의금조의금.. 2016/06/19 2,330
568173 요가 (양말 안신어야 되나요 ?) 3 ggpx 2016/06/19 2,288
568172 고딩 학부모님들.. 선생님 고르는 기준 있으세요? 5 질문 2016/06/19 1,306
568171 그레이쇼파 심플하고 천 좋은곳 추천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3 ddd 2016/06/19 1,111
568170 이 조건에 시어머니와 합가하시겠습니까? 98 잉구 2016/06/19 15,253
568169 남성위주의 조직사회로 유지되는데 여자의 잘못은 없나요? 20 사회생활 2016/06/19 1,834
568168 6살 아이가 아픈데 뭔지 모르겠어요 4 .... 2016/06/19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