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공감가는 리뷰라서 오늘자 오해영 진상짓에 지친분들이 같이 읽었음 해서 퍼왔어요.
베티 feelgood님 리뷰예요.
----------------------------------
오늘 해영이 라디오 사연 말하다 전국적으로
사연이 공개되는 씬을 보니
이 두가지 속담이 섞여 버리네요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판도라상자를 쳐서 열어버린 격
이 드라마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어요
절대 해영이 편을 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만약 해영이가 솔직하게 한태진이 결혼을 깬 이유를 부모님께, 주위에 털어 놓았다면
그러면 해영이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을테고
그저 동네와 친인척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 당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거예요
이 지점이 해영이가 선택해서 돌이킬 수 없었던 첫번째 길
만약 해영이가 박도경과 전해영의 과거를 알았을 때 마음을 접었다면 지금은 악연이라 부르는 이 인연이 더 이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면 해영이는 자기 결혼이 깨진 진실을 모른채 그저 지내다가 나중에 한태진과 재회해서 다시 잘 되었을 지도 몰라요
이 지점이 해영이가 돌이킬 수 없을 또 다른 갈림길을 선택한 두번째
그런데 만약이라는 건 없다는 걸 저질러진 일을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고
열려진 판도라의 상자 밖으로 퍼져버린 것들을 다시 담아서 닫아버릴 수가 없다는 걸 오늘편을 보면서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해영이와 도경이와 한태진과 그밖의 다른 주변인들을 생각해봤죠
그들에게도 만약의 순간이 있었어요
만약 전해영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지 않고 도경이에게 이유를 설명해주었더라면
만약 전해영이 보란듯이 그렇게 사진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만약 도경이가 복수하겠다고 한태진에 관한 말을 회장에게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도경이가 서해영을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한태진이 결혼 전날 솔직하게 자기 상황을 해영이에게 말했더라면
만약 한태진이 자기 사업이 망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아보았더라면...
이 모두에게 만약이라는 건 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일이 일어났고 후회해도 돌릴 수가 없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가다가 방귀를 꼈든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든 얼굴에 뭘 묻힌 채로 밖을 나와 걸어왔든
버스 뒷좌석에서 졸다가 쓰러져 앞으로 튀어나갔든
이미 쪽팔리고 이미 저질러진 일을 주워담을 수 없다면
오늘 버스 안의 수경이처럼 앞 구르기 세 번해서 발차기 하고 남이야 어떻든 너만은 날 쪽팔려하지 말라고 가장 기댈 수 있는 사람에게 치대기도 하면서 그렇게 이겨보려고 해볼 수밖에 없겠다...
뭐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세상 살아가는 동안 사람으로 쪽팔리지 않을 일 한 번도 하지 않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비단 연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실패도 맛보고 어려움도 겪지만 그 중
나중에 자다가도 하이킥하는 가장 힘든 일은
사실 쪽팔렸던 순간이 떠오를때죠
아픈건 세월 지나면 고통이 덜한데
이상하게 쪽팔린건 또렷하게 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났어요 저는
또 오해영!
이 드라마는 인생사 쪽팔림 중에 가장 쪽팔리는 순간이 많은 연애를 가지고 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유치하고 가장 오글거리는 행동도 많이 하는 그 순간
지나고 나서 혹시 그 실패하면 나중에 가장 쪽팔리게 될 순간들이 꼭 있게 되는 한 편의 연애사를 통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쪽팔려도 괜찮다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쪽팔려도 괜찮은 일이라고 그러니 용기내라고
겁내지 말라고
넌 남보기 쪽팔려보여도 사실
멋진 순간을 보낸 거라고
전 왠지 오늘편이 가장 좋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쪽팔림의 역사를 같이 쓰면서
방귀 트고 아주 친해진 기분입니다.
참, 그리고 오늘 마지막까지 끝까지 폼잡고 있던 도경이가 차 안에서 엉엉 아이처럼 울고
해영이에게로 가는 순간
전 도경이도 이제 진짜로 쪽팔리는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판도라 상자 속 마지막 남은 희망을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