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선진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의 21번째 정회원국으로 이르면 올해 안에 가입하게 됐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도 안돼 선진 채권국 반열에 올랐다고 정부는 자화자찬이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권 총액은 7307억달러지만 절반 이상이 외환보유액이다. 위험성이 있는 공적 대외채권은 100억달러 남짓이다. 소규모 채권국인 한국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한국은 과거 선진국으로부터 빌려 갚아야 할 공적개발원조(ODA) 4800만달러가 남아 있다. 파리클럽 회원국 중 ODA를 갚아야 할 나라는 없다.
내부 사정은 더 심각하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기업부채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해외 경제전문가들은 과도한 부채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도 지난해 말 1285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파리클럽 가입을 박근혜 대통령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해외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1996년 ‘선진국 사교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년여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