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7·8월호에 실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공격기사는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이 글의 필자는 보수성향의 ‘내셔널 인터리스트’ 선임 에디터인 제이콥 헤일브룬이다. 제목도 상당히 선정적이다. ‘어디에도 없는 자(Nowhere man), 왜 반기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 이 기사는 직후 일어판 ‘뉴스위크’에도 전재되었다.
알다시피 노무현 정부 시절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아시아 차례가 되었고, 이에 범정부적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당시 부시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 단단히 했다. 반 총장의 전임인 코피 아난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부시로서는 이왕 아시아에서 할 거라면 좀더 말랑말랑하고 친미적이며 무색무취한 인물을 원했던 것이다. 헤일브룬이 지적하듯 반 총장의 별명은 ‘더 뷰로크라트(The Bureaucrat)’다. 굳이 옮기자면 ‘관료주의자’ ‘왕관료’쯤 될 성싶다. 곧 그저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마는, 그렇고 그런 전형 중에서도 대장격이라는 의미일 게다. 반기문 장관이 총장으로 당선되자, 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싫증을 느끼던 국민들의 환호는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반기문은 일거에 강남의 롤모델로,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어떻게 하면 자식들을 반기문처럼 만들까 하는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