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택시에서 만난 기사분

... 조회수 : 1,191
작성일 : 2016-05-30 16:27:31

그냥 수다에요.

얼마 전 이른 오후 어디 가야하는데 비가 왔어요.

버스 10분쯤 타고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중간에 또 환승하고 내려서 한참걷고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택시를 탔어요.


60대 정도로 보이는 기사분께

"##동 %% 아파트 정문에 가주세요"

행선지를 말하고 가만히 있는데 5분쯤 지나자

말을 거시더군요.


"애기 몇명있어요?"


"둘이에요"

 (사실 전 아이가 없는데 ...애없다고 말하면

 피곤하게 이야기가 흘러가서 1회성 만남일 때는

 그냥 애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ㅠㅠ

 하나라고 대답하면 ㅎㅎㅎ ....하나 더 있어야한다고

 일장연설이 시작되기 쉽상이라서 둘이라고 해요)



손자들이 초딩인데 학원을 꼭 여러군데 보내야할까요?

라고 상의하듯이 질문을 하셨어요.

초등학생 남자 손자가 두명있는데 애들 학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본인이 매달 원조하고 있다고...


그런데 저는 어르신들 말을 액면 그대로 안 들어요.

언제나 자랑하기 위해서 질문하는 척 판까는 것일 뿐...ㅎㅎ


본인 자랑에 손자 자랑으로 이어지겠다는 촉이 왔는데

저는 남의 자랑 듣는거 싫어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재밌게 들어줍니다.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더군요.

택시는 취미로 할 뿐이고 임대료가 많이 들어와서

그것믿고 며느리가 손자들 학원을 여러군데 보낸다.

그리고 손자들이 공부를 잘 해서 학원을 끊을 수도 없다.

애들이 어디어디서 상받고 영재소리듣고 등등...


이까지는 흐뭇하게 들었어요.


그러더니 기사분이 갑자기 정치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서요"라고

말을 끊었어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않아요.


625 전쟁이 어쩌고 빨갱이가 어쩌고 하시는데

 멍~~ 전화벨 어플 이용해서 전화가 걸려온 척

하면서 대화를 끊었어요.


방금 전까지 귀한 아들 둘에 공부 잘하는 손자들

자랑을 행복한 표정으로 하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우리나라 인구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전쟁을 안 겪어봤으니까 빨갱이들 찍고 난리지...

인구가 절반은 줄어야하니까

다시 625같은 전쟁이 꼭 일어나야한다고

농담조도 아니고 진지하게 반복반복....


다행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얼른 내렸어요.


아들 며느리 손자들 사랑이 지극한 어르신이

도대체 왜 전쟁나서 인구 절반이 사라져야한다고

열변을 토하시는건지...

그러면 당장 자기 자식들도 반은 사라질텐데...




IP : 219.240.xxx.24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손주 내 자식이 탄배는
    '16.5.30 4:46 PM (211.245.xxx.178)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거라고 믿으니까요.
    전쟁이 나도 내 손주 내 자식은 절대로 안 죽을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렇겠지요? ㅎㅎ

  • 2. 만고의
    '16.5.30 5:09 PM (211.36.xxx.16)

    진리는 늙으나 젊으나 엥간하면
    닥치고 살아야함

  • 3. 미친노인네;;
    '16.5.30 5:59 PM (210.101.xxx.112)

    자기 자식들이랑 손자들부터 죽으면 되겠네요....어휴.. 전 택시에서 말대꾸도 안해요

  • 4. 찡어
    '16.5.30 8:44 PM (221.165.xxx.156)

    훈훈한 이야기 일줄 알았는데 반전이에요..
    소름... 전쟁을 원하다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2324 7살 여자아이들은 자기꺼 잘 챙기고 야무지지 않나요? 6 2016/05/31 1,105
562323 깻잎찜 괜히 했어요 7 옴마 2016/05/31 2,853
562322 재개봉영화들(바그다드카페, 연인등) 8 바그다드카페.. 2016/05/31 1,174
562321 자게 베스트 글 읽다 김지석 가족 찾아보니 진짜 화목하네요 19 0 2016/05/31 8,141
562320 전자여권 파손여부는 시청 여권과에 가면 확인 가능한가요? 2 전자여권 2016/05/31 852
562319 심장사상충 걸린 강아지가 약먹고 토해요 4 강아지 2016/05/31 1,845
562318 오해영에서 서현진이 입은 옷들 이쁘네요 25 ... 2016/05/31 5,461
562317 생리를 몇 달간 지속적으로 안하면 확실한 폐경인건가요? 2 폐경 2016/05/31 2,401
562316 비둘기가 귀가 없어요 22 치킨 2016/05/31 3,210
562315 산타페에 더블침대들어갈까요 4 2016/05/31 1,670
562314 미세 먼지가 언제부터 생겼어요? 12 .... 2016/05/31 2,024
562313 로또는 정녕 당첨이 안되는 건가요?? 4 로또는 2016/05/31 2,590
562312 교회 청년부요. 원래 좀 오글거리나요? 17 ㅇㅇ 2016/05/31 10,290
562311 오늘아침메뉴는 우렁이된장찌개랑오이무침 2 아침밥은꼭먹.. 2016/05/31 1,072
562310 인분교수 피해자가 합의해준 거라네요. 13 에구 2016/05/31 4,467
562309 공기청정기 대신 할 수 있는 식물 추천 해주세요 8 식물 2016/05/31 1,632
562308 도자기그릇 밥솥보관 되나요? 3 보온 2016/05/31 663
562307 또!오해영 9회리뷰) 그래도 지금은 그 놈이라도 필요하다고.. 5 쑥과마눌 2016/05/31 4,611
562306 오해영 재방까지 어케기다리나 1 미추리 2016/05/31 735
562305 이쁜 오해영이 이해되면서 안스럽네요 11 희망 2016/05/31 4,043
562304 우체부 인도위 오토바이 2 제목없음 2016/05/31 781
562303 공기청정기 1대면 충분할까요? 6 궁금 2016/05/31 1,743
562302 남편에게 안아 달라고 했는데.. 7 남편에게 2016/05/31 7,338
562301 사장이 출장중인데 아이가 아파서 좀 늦을떈 어떻게 하나요? 3 에고 2016/05/31 1,103
562300 2016년 5월 3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6/05/31 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