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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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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꾀에 넘어가는 남자들

밍크 조회수 : 3,038
작성일 : 2016-05-24 13:17:38
저 결혼 8년 차에요. 

남편은 기본적으로 좋은 남자이고,
저희 부부 사이도 아직 망가진 데가 별로 없는 괜찮은 관계에요.

남편 많이 사랑해서 결혼했고,
신혼 초부터 내가 시부모님 잘 챙기면 남편이 행복해하는 게 좋아서 시댁에 잘 했구요.
또 남편을 떠나서도, 시부모님께 진심으로 대하고, 좋은 마음으로 대했어요. 
초기에는 이 남자의 부모도 내 부모와 같다는 마음으로, 
얼마 후부터는 동네 아는 어른한테 맘열고 친해져보자는 태도로요.

그런데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부터는,,

시부모님 이하 시댁에 쏟는 정성과 에너지와 시간이..... 얼마나 열매없고 의미없는가 싶고,
그냥 좋은 얼굴로 기본 도리만 확실히 챙기고, 내 인생을 그런 쓸데없는 일에 소모하진 말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죠.

남편한테는 아직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긴 한데, 
처음처럼 너무 정성들여 잘 할 필요는 없고, 일단 나 자신(과 애들)을 먼저 챙겨보자... 싶고요.


남편은 제가 여성스럽고 온순하고 참해보이고, 
그래서 이 여자랑은 내가 따스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겠다 싶어서 결혼한 게 거의 분명한데요..
(자기 입으로 이렇게 이야기 한 적 있음.)

요즘엔, 
이 여자가 생각보다 차갑고 세고 무서운 구석이 있구나, 
여자란 무섭구나 결혼 전에는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들을 남편이 하는 듯 해요.

언젠가부터 가정 내에서 저랑 아이들 vs 남편(과 시댁) 이런 식으로 구도가 짜여져서, 
외롭고 힘든 느낌이라는 말도 하고요.

뭐, 제가 냉정한 사람인 거일 수도 있는데요...
사랑 넘치는 따뜻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저는, 조금 억울하고 씁쓸하네요.

시부모님이 가치관이 70년대에 머물러 있으며, 자기 자식 소중한 것만 아시는 혈연이기주의자인 것은...
그래서 며느리에게 시종일관 무례하고 때때로 가혹한 것은..
용서해주고 못 본 척 해주고 이해해 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남편이 자기의 가장 소중한 1차적 진짜 가족으로 아내를 대했다면,
원가족(시부모님 형제들)이 먼저고 아내는 그것을 위한 2차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면,
아이 둘이 태어나고 나서야, 그것도 겨우 '부모냐 아내 아이들이냐' 사이에서 중간에 선 어정쩡한 태도만 보이지 않았다면,

이렇게는 안 됐을 텐데요.

누구든 남을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요.
남을 이용해서 자기랑 자기 원가족이 행복해지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행복해질 수가 없는게 당연한 거에요.
 
저는 아들 결혼시키면, 마음으로든 몸으로든 반드시 아내와 한 배에 타라고 늘 가르칠 꺼에요.
그게 아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확실히 아니까요.

=====

이 말을 남편한테 찬찬히 하고 싶은데, 좀처럼 잘 되질 않네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시종일관 방어적으로 굴어서요.
왜일까요? 제 생각이 현실적으로 좀 무리인 걸까요?
남자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추가)
사실 유치하지만 이런 궁금함도 있어요. 남편이 저런 태도밖에 못 보이는 건...
혹시 자기 눈에 정말 예쁜,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다소 만만하게(?) 느껴졌던 여자랑 결혼해서 그런 걸까요? 
저는 조건으로는 훌륭하게 평가받았던 편이지만, 제 외모가 남편 눈에 안 찬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ㅠㅠ(이런 걸 느끼게 하는 자체가 나쁜 놈이긴 하네요.)

안타깝네요.. 아직 젊고 아름다운 시절,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간들이 이렇게 냉냉하게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요. 
IP : 218.38.xxx.21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5.24 1:30 PM (118.33.xxx.46) - 삭제된댓글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결혼하면 효자 노릇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 2. ...
    '16.5.24 1:31 PM (118.33.xxx.46)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결혼하면 효자 노릇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부인 친정에는 자기 집에 하는 거 반에 반도 못하는 축들이. 돈도 잘벌고 애도 잘 키우고 애인 아내 노릇까지 원하는듯.

  • 3. 잘생각하셨어요
    '16.5.24 1:35 PM (14.35.xxx.1)

    저도 10년 그리 살았던 내 젊음이 아까워요
    저는 지금 40대 후반인데 참 바보 같았구나 합니다
    나를 위해 살걸 하고요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고 그집 남편 나쁜넘이네요
    그정도 했으면 이젠 부인말도 들어야지 ....

  • 4. 아아
    '16.5.24 1:57 PM (180.224.xxx.177)

    타인의 글에 내가 아프다.

  • 5. ............
    '16.5.24 1:58 PM (124.50.xxx.70)

    ㅉㅉㅉ 남편이 제 복을 발로 차네요. 이 글 그대로 남편에게 전해주세요.
    품성도 바르고 똑똑하신 분 같은데...

    외모 그건 자격지심일 뿐이에요. 갈등을 찾다 님 외모에서 찾고 있나본데
    차라리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거나 싸우세요.

    그리고
    내가 더 예뻤다면 남편이 내게 잘했을거야가 아니라
    내가 더 예뻤다면 너 같은 남편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났겠지...가 맞을 겁니다.
    네가 바라는 완벽한 여자였다면 왜 내가 너랑 결혼해서 이 마음고생을 하겠니?
    라고 대신 내가 전해주고 싶네요.

  • 6. ..
    '16.5.24 2:02 PM (118.131.xxx.156)

    남편이 내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필요있나요
    필요한 부분말 알면되지..
    멍청한 사람은 살면서 꼭 겪어보고 느끼겠죠

  • 7. ............
    '16.5.24 2:13 PM (121.150.xxx.86)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님 남편 어리석어요.
    물론 대부분의 남편들은 이렇지만요.
    내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려고 결혼한거 아닌가요.
    그럼 최대한 내가 속한 곳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려고 노력해야되는데
    뒤늦게 부모의 사랑을 깨달고 거기에 목매고 잘하려고 노력하죠.
    부모는 이제 부모끼리 알콩달콩 행복한게 좋은데 뒤늦게 혼자 난리죠.
    물론 부모야 고맙다. 자주 와라. 보고싶다.. 어쩌고 해도 제일 큰 마음은 그래요.

    어리석은 남자들이 그 말에 낚여 뒤늦은 효도랍시고 하는데
    자기 가정을 불편하게 만들고 하는 효도가 얼마나 될것이며
    시간이 많이 지나 부모가 아프던지, 자기가 힘이 없어지면 그때서야 자기 위치를 아는거죠.

    알아봤자 뭐합니까..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굴레속의 노예였으니
    자기 말만 옳은 노인으로 전락할건데 누가 위로해주고 보살펴줄까요.
    지금 커가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 더 이상 이 굴레에는 들어가지 않을겁니다.

  • 8. ..
    '16.5.24 2:15 PM (211.36.xxx.110)

    어리석었음 하는 거겠죠.

  • 9. ㅠㅠ
    '16.5.24 2:23 PM (122.128.xxx.55)

    혹시 자기 눈에 정말 예쁜,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다소 만만하게(?) 느껴졌던 여자랑 결혼해서 그런 걸까요?

    -------
    원글님의 이런 생각은 저도 평소에 늘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내가 정말로 자신의 눈에 예뻐 보이고 사랑하는 여자였더라도 남편이 지금 저 모양이 됐을까 하는...
    그런데...

    내가 더 예뻤다면 남편이 내게 잘했을거야가 아니라
    내가 더 예뻤다면 너 같은 남편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났겠지...가 맞을 겁니다.
    네가 바라는 완벽한 여자였다면 왜 내가 너랑 결혼해서 이 마음고생을 하겠니?
    --------
    라는 124.50님의 댓글에서 서글픈 정답과 위안을 찾았네요.
    그렇겠지요. ㅠㅠ

  • 10. 표현이 정말
    '16.5.24 2:43 PM (175.211.xxx.74) - 삭제된댓글

    적절합니다.
    자기 꾀에 넘어가는 남자들.

    아마도 남편분은 온순하고 참해보여서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그래서 내가 편하겠구나 싶었을 수도 있겠죠.

    원글님 상황이 마음이 아프네요.
    오래 전의 제 마음 같아서.
    전 햇수로 5년차에 착한 며느리 라는 칭찬 듣기를 거부해 버렸습니다.

    곧 결혼 20년차가 되고
    아들 하나 있어요.
    저도 항상 아이에게 말합니다.
    부인하고 사이좋게 잘 사는 게 엄마한테 효도하는 거다.
    엄마는 좋은 취미도 있고
    지금 엄마가 행복한 것처럼 더 나이 들어서도 난 잘 지낼 수 있으니까
    엄마때문에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 등등.

    지금은 남편이 제 눈치를 많이 봅니다.
    전 그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봐요.
    부부가 왜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지..
    가끔은 그사람도 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상대를 자유롭게 놓아 주고,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예전에는 그런 남편이 이기적이고
    그 어떤 여자와도 사랑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라고 봤었는데
    (아 물론 미모와 지성을 모두 갖춘 대단한 여자라면 가능하겠지만
    남편이 그런 수준이 아니어서;;;; ^^)
    요즘은 그럼 나는 사랑이 가능한 존재인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원글님 토닥토닥
    부디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11. ..
    '16.5.24 3:30 PM (211.36.xxx.59)

    저는 한 오년전 쯤 시아버지 제사다녀 와서 엄청 싸우고
    메세지로 그런말 다 했어요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으면 당신 가족은 와이프랑 아내라고
    당신이 보호하고 지켜야할 대상은 우리 가족이라고
    나도 착해터져서,또 좋은게 좋은거라 별말 없이 다 해왔지만
    나도 이제 늙는지 너무 몸이 힘들다고..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이혼하고프면 이혼하자고 했어요
    그때 남편이 느낀게 있는지 많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 12.
    '16.5.24 4:53 PM (119.149.xxx.38) - 삭제된댓글

    원글과 덧글 다 좋네요
    본인도 자유롭고 상대도 자유롭게 하는게 좋다는 글
    공감합니다

  • 13. 아이들을
    '16.5.24 5:40 PM (223.62.xxx.77)

    위한 일엔 게으르고 부모님을 위한 일엔 넘 부지런한 남편... 아이들이 사랑받지못한다는 느낌이 넘 강해요 ㅠ ㅠ 이런 남편 버리고 싶은데 그마저도 아이들에게 상처될까 못버리고 있다는 ㅠ

  • 14. 밍크
    '16.5.24 7:13 PM (218.38.xxx.211)

    사실 제 남편도 요즘은 제 눈치 엄청 보는데, 저도 정말 그게 싫어요.
    차라리 눈치없이 그 모든 것을 당연시하던 해맑은 모습이 그리울 정도에요.

    "너만 괜찮다면 옛날처럼 고맙게 해줘. 그렇지만 (나중에 힘들다며 날 괴롭힐꺼면 그러지 말고) 네가 결정해"하는 마음으로 모든 결정을 다 제게 미루는 요즘의 모습, 그러다가 자기 원하는대로 결정이 안 되면 어딘가 활력이 없어지는 남편의 모습은...가장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정말 매력없네요. 이런 식으로 눈치보는 건 배려해주는 것도 아껴주는 것도 아니므로, 전 전혀 고맙지가 않고. 남편은 자기가 와이프에게 맞춰주며 산다고 생각하고.

    너무 싫은 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해야할까요?

  • 15. 밍크
    '16.5.24 7:23 PM (218.38.xxx.211)

    지금 생각해보면, 옛날에 저에게 접근했던 다른 남자들도 이랬던 것 같아요. 순진하고 순종적이라고 절 생각하며 데려다가 부모님에게 적당히 봉사시키고, 자기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그러려고 했을 거란 걸 이제 알 것 같아요. 퀸카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으나,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제가 꽤 매력있는가보다 생각했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나라에서 이런 스타일의 여자는 주변 사람들한테 자칫 소모되기 쉬운 것 같아요.

    제 딸은 앙칼지고 도도한 매력적인 여성으로 자랐으면 좋겠네요.
    이런 남자들 얼씬도 못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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