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이사간 후에도 부모님들은 꼬박꼬박 달에 한 번은 만나고 사셨구요.
저야 초등학교 때 모습 외에는 모르는 그 집안 아들이죠. 초등학교 때 얼마간 같은 반이었구요.
별 말 없이 얌전하고 착한 공부만 하는 남자아이라는 인식이 남았죠.
저나 그리고 저 남자애나 어느덧 30이 가까운 결혼적령기가 되었는데
어느날 엄마가 대뜸, 전화 받아보라는 거예요.
누군데? 라고 해도 엄마는 눈짓만 했고, 저는 떨떠름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저 남자애 엄마였어요.
저를 다정하게 XX아~하고 부르시면서 우리 OO이가 이제 초딩이 아니다. 키도 크고 직장도 잘 다녀,
혹시 통화해볼래?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거기다 대고 싫은데요!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예...라고 대답하는데
어느덧 상대방이 전화를 바꿨더라구요.
그런데 이 남자애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갑자기 속사포처럼 쏴 대는데 허!
야, 너 대학 갔다며? 그래서 우리 엄마가 너 좋다고 며느리 한다고 난리난 모양인데
나는 여자를 학벌로 보지 않아. 야, 꿈도 꾸지 말고 끊어라. 난 너같은 여자한테 관심도 없다.
그러고 전화가 끊기더라구요.
제 일생 살면서 기가 막혀 아무 말도 안 나왔던 순간 1,2위를 다투는 사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