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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이 정말 미웠던 날

.. 조회수 : 7,600
작성일 : 2016-05-03 21:48:14
맞벌인데 방향이 같아서 남편과 같이 출근해요 
아침에 바빠서 제가 이리저리 부산할때 남편은 항상 느긋하게 샤워하고 건조해서 가려운 피부를 위해 꼼꼼하게 바디로션을 바르는게 일상이였죠
아토피 기운이 살짝 있거든요
빨리 좀 하지 늦는다는데도 그러고 있는거 보면 속이 훌떡 뒤집히는 느낌이 들곤했죠 
참고 또 참고 좋게좋게 내일은 서두르자 얘기해 보지만 다음날이면 말짱 도루묵이고 조금만 일찍 일어나지 조금만 빨리하지 밉기만하고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이 많이 왔어요 
일분이라도 일찍 나서려고 가방메고 외투까지 챙겨들고 뭐하냐고 안방에 들어가보니 바디로션 바르고 있더라구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올라와서 가방이랑 코트를 패대기쳤어요 모든 화를 끌어담아서 패대기
그리고 어떻게 했냐구요?
속마음 대로 라면 쌍욕이 튀어나갔겠지만

지각 좀 하면 어때 짜르라 그래
추워서 더 가렵지 내가 발라줄께 하며 로션을 뺏어서 놀란 남편등에 다리에 팔에 발라줬어요
맘에 없는 말인데 하다보니 진심이 되는 경험해보셨나요
우리 서방이 얼마나 소중한데 너스레를 떨며 발라주는데 남편이 제 눈을 말없이 처다보더라구요
왜? 하는 제 말에 남편이 생전 처음 보는 표정으로 고마워서 ...
순간 미워했던 제가 너무 부끄럽고 얼마나 가려웠으면 그랬을까싶어서 아니라고 등이랑 내가 발라줘야하는데 내가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날은 현관부터 차에서 내릴때까지 둘이 손 꼭잡고 출근했죠
그 뒤로는요
일찍 일어나구요 같이 로션 발라요 저도 발라주더라구요
서로 발라주다보니 여기 뭐났네 여기 긁혔나봐 배나온거 보소 뭐여 짝궁댕이였네 이런 사이가 됐답니다
화날때 맘에 없는 소리 한번 해보세요



IP : 211.36.xxx.168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에
    '16.5.3 9:49 PM (115.21.xxx.61)

    넘 훌륭한 분이시네요.

  • 2. 우와
    '16.5.3 9:50 PM (58.227.xxx.77)

    님 좀 짱이신듯!!!

  • 3. 나는
    '16.5.3 9:51 PM (211.36.xxx.7)

    읽다가 왜 우는거냐...

  • 4. ㅠㅠ
    '16.5.3 9:53 PM (211.215.xxx.227)

    짧은 꽁트 보는 것 같아요...

  • 5. 저요저요
    '16.5.3 9:55 PM (118.32.xxx.206) - 삭제된댓글

    전 애들까지 다 그렇게해요.
    미운 놈 떡하나 더준다는 마음으로...

  • 6. rrr
    '16.5.3 9:57 PM (121.137.xxx.96)

    어머..님아~
    저 귀찮아서 로그인 안하는데 로그인 했잖아요~
    님 좀 짱인듯 2222222

  • 7. ...
    '16.5.3 9:59 PM (223.62.xxx.109)

    애 없죠? 애 낳으면 저리 눈치 빵점 남편은 바디로션 바르고 있고 혼자 치다꺼리 다 맡게 될 듯. 그때마다 맘에 없는 소리 하셔얄듯

  • 8. uu
    '16.5.3 9:59 PM (116.39.xxx.210)

    아! 저도 이런 경험이 있어요.
    아이에게 남편에게.
    순간 욱하고 터지는 줄 알았는데
    다음 순간 방향을 틀어 상대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그러는 저도 놀라고 상대도 놀라요.
    이 아이가 아니었으면 이 남자가 아니었으면
    빡치게 돌 일도 없었겠지만‥
    이들이 아니었음 이런 전환도 없었겠죠.
    전 원글님같이 그후로 죽 행복하게‥가 아닌,
    그후로도 티격태격이지만요.ㅎㅎㅎ
    그래도 뭔가 좀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내 안의 버럭증도 덜 싫구요.
    글 정말 감사해요. 참 좋은 글입니다.

  • 9. 나무안녕
    '16.5.3 10:00 PM (39.118.xxx.156)

    극적이네요

  • 10.
    '16.5.3 10:02 PM (110.9.xxx.236)

    짱예요!!

  • 11. 그런데
    '16.5.3 10:03 PM (112.148.xxx.72)

    어떻게 주체할수 없는 화가 나는데 참을수 있나요?
    원글님이 화내지말고 로션 발라줄 맘을 그전에 먹은건가요?
    아니면 가방은 패댕기쳤는데 즉흥적으로 로션 발라주신건가요?
    그게 미리 생각을 한건지, 아님 즉흥적이었는지 궁금한 일인입니다

  • 12. 님 짱인듯
    '16.5.3 10:04 PM (100.37.xxx.20)

    정말 멋지실듯

  • 13. ...
    '16.5.3 10:06 PM (211.36.xxx.168) - 삭제된댓글

    즉흥적이였어요
    마지막으로 잡고있던 정신줄?
    그게 싸움이 됐으면 으윽

  • 14. 샤방샤방
    '16.5.3 10:08 PM (112.148.xxx.72)

    화가나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하신 님이 대단하세요,
    원래 인간관계에서도 화나도 대처잘하시는지요?

  • 15. ...
    '16.5.3 10:09 PM (211.36.xxx.168)

    즉흥적이였어요
    마지막으로 잡고있던 정신줄?
    그게 싸움이 됐으면 으윽
    대단한거 아니예요
    하고 계신 분들 위에 계시잖아요
    그 경험뒤로 한결 너그러워진 제가 느껴져요
    한번 참고 물러나서 보면 다른게 보입니다

  • 16. 그 찰나의 비결좀
    '16.5.3 10:09 PM (125.177.xxx.70) - 삭제된댓글

    패대기 치신후 순간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셨는지요.
    비결좀여~~

  • 17. 아.
    '16.5.3 10:09 PM (112.150.xxx.194)

    감동이네요.^^

  • 18. 실바람
    '16.5.3 10:19 PM (218.55.xxx.130)

    실천을 다짐합니다^^

  • 19. 하오더
    '16.5.3 10:20 PM (183.96.xxx.241)

    와 시트콤 본 듯.. ㅋ 행복을 만들어가시네요 !

  • 20. 헤라
    '16.5.3 10:36 PM (119.204.xxx.27)

    정말 반성하고 배우고 갑니다
    님 최고!!

  • 21. 우와..
    '16.5.3 10:40 PM (1.232.xxx.217)

    알겠습니다. 꼭 해볼께요.
    정말 아름다운 방법이네요ㅠ 으 진짜 소인배 of the world인 저는 정말로 어렵겠지만 죽기전에 꼭 한번
    더 나아가서 사랑하는 가족 말고 진짜 미운 원수같은 인간한테 한번 해볼께요..

  • 22. 깡통
    '16.5.3 10:45 PM (121.170.xxx.178)

    현명한 아내입니돠~^^^^^^
    바쁠수록 돌아가야지요.
    남편과 애들한테 잔소리보다
    한템포 쉬었다 이야기하면 먹힙니다.

  • 23. ㅇㅇ
    '16.5.3 10:52 PM (49.165.xxx.43) - 삭제된댓글

    님좀짱이시네요!

  • 24. 와 대단하세요
    '16.5.3 11:10 PM (1.234.xxx.187) - 삭제된댓글

    철학자의 글을 보는 것 같아요
    뻔한 소리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해보고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 사랑? 이런 거요~! 뭉클해요
    전 항상 감정대로 다 치받아서 모두 만신창이
    되곤 하는데ㅜㅜ

  • 25. ..
    '16.5.4 12:15 AM (107.167.xxx.63)

    저도욱하는 성질 때뭉에 애도 남편도 다 배려놨는데 ㅜㅜ 님글 보고 반성합니다. 배우고 가여

  • 26. 기립박수
    '16.5.4 1:00 AM (73.225.xxx.150)

    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남편분도 그 순간 뭉클하셨을 듯 해요. 너무 멋지네요.

  • 27. 와우
    '16.5.4 2:08 AM (112.165.xxx.5)

    정말 지혜로우십니다
    저도 뭉클~하네요

  • 28. 와~~
    '16.5.4 2:25 AM (1.241.xxx.49)

    감동!!!!
    님 진정 대인배!!!

  • 29. 감동 브레이커.
    '16.5.4 5:13 AM (218.234.xxx.133)

    원글님도 대단하시지만 남편도 고마워서..라고 대답하셨으니까 훈훈한 결말인 것임.

    저 상황에서 남편분이 고마워서라는 말 대신
    "그러게 말이다, 다른 집 마누라들은 알아서 발라준다던데 넌 이제야.." 하고 궁시렁거렸으면...

  • 30. 이야
    '16.5.4 6:35 AM (221.159.xxx.209)

    반전의 멋

  • 31. 아이고
    '16.5.4 8:33 AM (220.76.xxx.44)

    몸이아파 죽겟는데 밥타령하는남편 패주고싶게 미워요

  • 32. ..
    '18.3.15 1:57 PM (221.140.xxx.157)

    사랑이네요 부부싸움 할 때 돌이켜 보려고요.. 이 글이 2년간 계속 생각났었어요.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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