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린시절 아버지의 방치에 대한 미움이 자꾸 올라와요.

슬픈아이 조회수 : 1,534
작성일 : 2016-04-28 11:35:02
이제 50을 바라봅니다.

아버지는 곧 80이 되시고 엄마는 70이 조금 넘었습니다.
두 분은 임대아파트에 사시며 동생이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지내십니다.

지금도 동생이 보내는 생활비가 며칠이라도 늦으면 직접 또는 어머니를 시켜 전화를 합니다. 
어려서 우리 등록금은 커녕 밥도 제 끼니에 먹여주지 않았으면서 며칠이라도 아파트 임대료 관리비
늦게 이체되면 큰일 난줄 아십니다.

제 기억의 아버지는 술마시고 화내고 일 안하고 외박하고 누군가를 때리고 우리도 때리고
고집 피우고 성격 불같고 입찬 소리 잘하고 여자 무시하고... 뻔뻔하고... 그렇습니다.

엄마는 돈 벌이 안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3남매 굶기지 않으려고
우리가 살던집 주인집 파출부에 학교 친구집 파출부, 식당일,
막노동까지 뭐든 했습니다.

그래도 굶기를 밥 먹듯이 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설사를 하고 
밤이면 쌀집으로 뒷박 쌀을 사러
연탄 가게로 연탄 몇 장을 사러 심부름을 다녔습니다.
추운 겨울밤 장갑도 안낀 맨손을 눌렀던 새끼줄에 묶인 연탄의 무게는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도 직장을 다니고 아버지도 잠깐 정신 차리고 일을 하면서
배를 곯는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남의 집 월세살이를 전전했습니다.

중간에 큰동생이 금융사고를 크게 쳐서 다시 어려움이 있었고
그 녀석은 10년이 넘도록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저는 19년의 결혼생활을 접고 별거를 지나 이혼한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부모님이 나름 좋은 분들이었지만 처음부터 시작된 시집살이의 스트레스도 있었고
뭣보다 무능하고 어린아이 같은 남편에게 의지가 되질 않았는다고 생각하면서 부터
남편을 무시하면서 불화는 커졌습니다.

이혼 후 그럭저럭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갱년기와 겹쳐서인지 우울감이 자주 찾아오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자꾸 솟구쳐 힘드네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흐믓한 것이 아니고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나옵니다.
엄마에 대한 애정 갈증은 없는데 아버지는 왜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제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할때도 딱 한마디
'네가 좀 더 잘하지...'였습니다.
나중에 저를 나무라더라도 그냥 그 순간만은 무조건 제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을까 했어요.

최근에 제 안의 저를 들여다 봤어요.
제 안의 아이는 12살 초등생이예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동네 수퍼에서 파는 크리스마스 케익을 사오겠다고 약속한
아버지를 기다리는... 기다리다 지쳐 동네 친구집을 기웃거리던...그러다 추위와 배고픔
서러움에 지쳐 잠들던 아이...

지금도 아버지는 엄마와 다투면 이 집은 자기 집이니 엄마더러 나가라고 한답니다.
제가 임대 아파트 공고를 찾아서 장애인 엄마 혜택으로 들어간 집인데 말입니다.

비슷한 아버지를 뒀던 친구는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그립더라고 하는데
저는 도저히 그럴것 같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 미움 무시... 이런 감정들로 저는 주변의 남자들을 볼때
그 사람의 장점보다 찌질함을 먼저 보고 더 많이 봅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 역시...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남편에게도 이런 감정들이 이입되어 남편으로 아이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시아버지도 가부장적이고 의처증까지 있던 분이라 만원 한장도 당신 손에서 직접 나가는 것이
당연했고 아들 며느리는 물론이고 할수만 있다면 딸까지도 끼고 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저는 남편이 아니고 시부모님의 아들과 20년을 살았습니다.
시아버지에게 굽히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국엔 그 그늘 아래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남편이 점점 더 아이같이 느껴졌고 다른 문제들과 얽혀 남자로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장녀로 나름 독립적으로 자란 저에게는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남편에게는 미움과 미안함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요즘 회사일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일주일에 4-5일씩 술을 마시다가 몸살이 왔고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 안의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다고... 그러려면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이해까지는 못하겠지만
더 키우지는 말아야 겠다고요.

솔직히 아버지를 이해는 못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다른 사람이 된것도 아니고 진행형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엄마때문에 아버지를 안보고 살수는 없고 그냥 여기서만 멈추고 싶습니다.

종교는 불교든 기독교든 그 말씀들이 와 닿질 않고
여행은 멀리는 아니어도 혼자도 다니고 친구들과도 다니고
주말마다 가까운 개천이라도 나갑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조언 부탁 드립니다.








IP : 125.7.xxx.1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사완
    '16.4.28 12:14 PM (14.63.xxx.146)

    과거는 엎지러진 물입니다.

    깨끗이 닦고 치우세요.

    그리고 돌아보지 마세요.

    지금 이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시고

    바로 그걸 하세요.

    현재를 제대로 살지 않으면

    미래도 지금처럼 후회만 하며 살게 됩니다.

    힘내세요.

  • 2. 그럴 때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16.4.28 12:15 PM (61.106.xxx.44) - 삭제된댓글

    안 보고 사시면 됩니다.
    다른거 다 소용없습니다.
    인연 끊고 안 보시면 안 듣고 살다보면 미움도 사라지고 원망도 사그라들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종교나 상담으로 마음을 다스려요?
    개뿔.
    그런 노력은 그냥 구정물통(아시죠?)에 쏟아부운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태로 만들 뿐입니다.
    겉보기는 그저 흐린 물밖에 안 보이니 잠시동안은 이제는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갑자기 구정물통이 흔들리게 되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물들이 다시 솟구칩니다.
    마음에 쌓인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내 마음이라는 구정물통이 아닌 밖으로 내다버려야만 사라지는 겁니다.

  • 3. 그럴 때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16.4.28 12:15 PM (61.106.xxx.44)

    안 보고 사시면 됩니다.
    다른거 다 소용없습니다.
    인연 끊은채 안 보고 안 듣고 살다보면 미움도 사라지고 원망도 사그라들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종교나 상담으로 마음을 다스려요?
    개뿔.
    그런 노력은 그냥 구정물통(아시죠?)에 쏟아부운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태로 만들 뿐입니다.
    겉보기는 그저 흐린 물밖에 안 보이니 잠시동안은 이제는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갑자기 구정물통이 흔들리게 되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물들이 다시 솟구칩니다.
    마음에 쌓인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내 마음이라는 구정물통이 아닌 밖으로 내다버려야만 사라지는 겁니다.

  • 4. 나를 위해서
    '16.4.28 12:34 PM (115.41.xxx.181)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019477&page=1&searchType=sear...

  • 5. 아이고
    '16.4.28 5:17 PM (220.76.xxx.44)

    61.106 님의글에 감동합니다 표현이 아주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런가족 안보고 다내려놓고
    포기하고산 세월이 긴대도 가끔씩 그구정물이 나를 괴롭혀요
    원글님은 우리형제들보다는 더나은삶을 살앗어요 여기에한번도 글써보진 않앗지만
    지난어릴때 삶을 생각하면 용캐도 살앗다싶고 왜죽지 살앗나 하는생각이 지금도 세월이지났는데도
    스멀스멀 올라오면 다시잊어버리려고 다른생각을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2829 션 정혜영 6억기부 29 만두 2016/04/28 15,611
552828 안철수 최측근 "새누리당과 대선때 연정할 수도".. 26 샬랄라 2016/04/28 2,583
552827 냉면 맛집 8 2016/04/28 2,759
552826 얼굴이 왜 어두워 질까요? 3 건성 2016/04/28 2,401
552825 시중 닭가슴살 추천해 주세요~~~^^ 1 추천 2016/04/28 897
552824 식당에서 혼자 밥 못 드시는 분 계신가요? 16 사회성 2016/04/28 3,778
552823 방금 TV생생정보에서 찜갈비, 냉면 파는 집이 어딘가요? 2 ... 2016/04/28 1,007
552822 중1 문제집 풀고도 점수 엉망인 아이는 공부를 어떻게 10 멘붕 2016/04/28 2,644
552821 돼지고기 믹서에 갈아보셨나요? 5 궁금 2016/04/28 5,429
552820 에어쿠션 - 무난한 제품 추천 부탁드려요... 8 화장품 2016/04/28 2,466
552819 중1 음악수행평가 악기 뭘로 하면 좋을까요? 13 ^^;;;;.. 2016/04/28 6,058
552818 별 건 없지만... 영어에 관해서.. 그리고 그냥 잡다한 이야기.. 6 영어사랑 2016/04/28 2,068
552817 일본영화 kt 추천합니다 하오더 2016/04/28 849
552816 이대 정문부근에 월주차 가능한 곳 있나요? 1 ㅇㅇ 2016/04/28 1,143
552815 노인 주택모기지론 아시는분 7 여쭤봅니다 .. 2016/04/28 1,795
552814 박근혜 성대모사 유튜브영상 6 Ss 2016/04/28 1,273
552813 브래지어 착용하지 않고 운동복 입고 운동하시는 분들.. 6 2016/04/28 3,012
552812 하마로이드 대체상품 있을까요? 5 ... 2016/04/28 6,034
552811 발신제한 표시 4 전화요 2016/04/28 999
552810 등이 뜨고 얼굴은 물속에..불량구명조끼, 軍장병 목숨 앗아갔다 1 샬랄라 2016/04/28 744
552809 ㅇㅇ 이라는 표현 8 누베앤 2016/04/28 1,723
552808 해피콜블랜더나 바이타믹스 쓰시는 분 조언 꼭 부탁드려요~ 6 블랜더고민 2016/04/28 4,416
552807 세달째 다이어트중이에요... 15 커피사랑 2016/04/28 6,099
552806 집에서 만든 딸기잼에 비타민c가 있을까요? 3 배숙 2016/04/28 1,787
552805 미국사는 친구선물 2 나마야 2016/04/28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