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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스파르타 따라가는 것 같아요.

.. 조회수 : 1,182
작성일 : 2016-04-26 13:26:38

퍼온글이고 공감이 가서 저장해 두었던 글입니다.2010년도 글이네요.

오래된 글이고 좀 긴글이지만 한번 읽어보세요.


해가 바뀜을 틈타 ‘國格’(국격)이니 ‘國運’(국운)이니 하는 정체불명의 옛 단어들이 부쩍 많이 동원되고 있다.국가란 무엇이며, 소위 ‘격’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운이란 특정 계급의 이익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도무지 개념조차 불분명하고, 어떤 가치와 비전을 깔고 있는지 알 수 없는(사실은 의도적으로 뭉개 버리는) 전근대적 어휘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난무한다.

아마도 무조건적ㆍ봉건적 통합을 내걸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공동체 내의 갈등과 해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운수소관으로 돌리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미래가 불안한 상황임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한 지배자들의 언술일 것이다. 하여, 이명박과 조중동이 ‘국운융성’을 들먹거릴 때마다 내겐 오히려 스파르타의 멸망이 연상되곤 한다.

주지하듯이 스파르타는 강국이었다. 몇 해 전 상영된 영화 ‘300’의 과장된 스펙터클에는 못 미치지만,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 10만 대군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혔고, 뒤이어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는 폴리스 중 최강자로 군림했던 아테네를 꺾어 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크에 의해 극찬을 받았던 무적의 스파르타, 비옥한 라코니아 평야에 헤라클레스 직계 후손들이 세운 도시국가의 영광은 아테네를 이긴 지 불과 30년 만에 빠르게 몰락하기 시작했다. 전장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로마의 예속지로 전락해 갔다. 스파르타는 자멸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던 것처럼 스파르타의 급격한 쇠락은 필연적이었다. 아테네 등 여타 폴리스들에서는 지배계급(자유시민)과 노예의 비율이 1 대 3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경우는 그 비율이 무려 1 대 20을 넘었다. 따라서 1만 명 정도였던 지배층들은 항시 20만 피지배층의 반란 위협에 시달렸고, 극도의 수적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혹독한 견제와 감시체제를 운영했다. 지배계급 성원들은 문화와 지적 교양 대신 오직 신체 단련에만 몰두했고, 크륍테이아라고 불리는 비밀경찰 혹은 청년단들이 뛰어난 노예들을 살해했다.

뿐만 아니라 스파르타 지배층은 극도로 탐욕스러웠고 배타적이었다. 자신들만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계급들에게조차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독점한 토지가 분할되는 것을 막으려고 스스로도 출산을 기피했다. 거듭된 전투로 사망자들이 늘어갔음에도 오직 자신들의 계급적 특권을 수호하기 위해 소수정예주의와 이른바 스파르타식 교육에 매달렸다.

부자들은 재산 감소를 염려해, 그리고 가난한 자들은 부양 능력이 없어서 출산을 꺼리고, 그에 따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지배체제가 더욱 경직되는 악순환….

마침내는 당시 전력의 핵심인 중무장보병(그리스 시대에는 모든 병사가 스스로 무장을 해야 했는데, 그 비용이 워낙 커서 평민들은 전사가 될 수 없었다)의 수가 수백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BC 3세기경에는 토지소유자가 불과 1백여 명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사회경제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개혁이 수차례 시도되기는 했지만 기득권층들의 반발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고 만 결과였다.

공동체 생멸의 철칙

1 대 30에 이르는 극소수의 지배, 개혁을 거부하는 배타적 지배계급, 혹독한 교육, 출산율 저하, 강압통치…. 스파르타 멸망의 징후들은 오늘 한국 사회에서 날로 짙어지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 시민사회운동 탄압, 출산율 저하와 자살률 증대, 살벌한 교육경쟁….

한 국가 내지 공동체 생멸의 철칙은 고금을 불문하고 대개 유사하다. 그나마 근대국가가 고대국가와 달리 자체 모순에 의한 사멸을 피할 방도가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토론과 숙의를 거쳐 자기치유기능이 발휘될 때뿐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선 최소한의 공론 기능마저 철저히 압살당하고 있다. 부당해고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KBS 김현석 기자는 느닷없이 지방으로 쫓겨났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리포트를 했다는 이유로 SBS 박수혁 기자는 마이크를 빼앗겼다. “4대강과 민생예산” 편에서 정부 홍보영상에 나왔던 메마른 저수지들이 사실은 4대강 사업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지역임을 폭로한 MBC <PD수첩>팀에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가 예정돼 있다.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세계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원전 수출은 드라마틱하게 극화돼 ‘MB어천가’로 울려 퍼지고, 삼척동자도 알 만한 관제 기업특혜도시 사기극이 뻔뻔스레 미화되고 있다. ‘관영방송’ KBS에 시청료를 올려 주고 거기서 남는 광고료 수천억 원은 조중동 TV채널의 먹잇감으로 바치기 위한 음모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오늘 한국 사회의 형편은 과연 자멸의 문으로 들어섰던 시기의 스파르타보다 나은가? 그나마 스파르타의 지배층들은 검소하고 용감했다. 하지만 오늘 한국의 지배계급은 오직 사이비 민족주의와 헛된 망상을 부추기며 민중을 상대로 사기극 연출에 골몰할 뿐이다. 그처럼 탐욕스럽고, 부패하고, 비겁하고, 무능할진대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들은 스파르타보다도 훨씬 급격한 자멸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 ‘국운’이 융성하려면 저항이, 강력한 사회운동이 조직돼야 한다.

[이강택 칼럼] 스파르타 멸망의 교훈

IP : 115.90.xxx.15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4.26 1:34 PM (121.150.xxx.86)

    스파르타는 에우로타스강 유역에 있는 비옥한 지역에 자리잡은 도시국가였습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터라 폐쇄적인 문화유지가 가능했지요.
    그러나 한국은 스파르타보다 훨씬 못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대상조차 안됨...

  • 2. 그렇군요.
    '16.4.26 1:39 PM (14.63.xxx.57)

    잘 읽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쇠락하는 조직과 융성하는 조직의 차이는
    다양성에의 존중에 있습니다.
    위에 예로 든 스파르타는 배타적인 조직의 대표지요.

    그러나 고대 로마나 오늘날 미국의 예를 보면.
    융성하는 국가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받아 들인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지나치게 경직된 이기주의와
    과열된 경쟁에 매몰되어 성공에만 집착하는 대중이라고 봅니다.

    나만의 성공을 도모하는 조직은 절대로 발전 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성공을 위해 개인이 노력하는 조직이 발전 합니다.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닌 모두가 잘 사는 삶을 위해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더불어 사는 법을
    실천해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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