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출

콧바람 조회수 : 821
작성일 : 2016-04-23 23:39:36

남편이랑 싸우고 가출했어요

유치원생, 돌 안 된 아가, 그 와중에 애들은 재우고 나왔어요

둘째가 옆에 아무도 없으면 가끔 깰 때가 있는데

울면서 엄마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되긴 해요

 

집을 나설 때는 눈물이 많이 났는데

막상 나와서 돌아다니다보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화나고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이 그냥 잘 숨겨지는 듯 해요

 

아이가 둘이나 있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고백하건데 결혼하지 말 걸 그랬어요

진심으로 후회해요

 

혼자 온전히 외로움과 맞서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때 결혼을 고려해 보는 거였는데,

이제야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긴긴 세월, 남편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많이 두려워요

 

바람, 폭력, 주사 이런 건 아니지만

그냥 남편은 저랑 많이 안 맞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너무 다르고, 또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남편의 장점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편이고,

집안일 그럭저럭 도와줘요

단점은 자기 일이나 수입에 대해 저한테 투명하지 않고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저랑 의논하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이제 절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뜬금없이 무슨 사랑타령이냐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어리석었었나봐요

저는 살면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나와 남편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준다면

결혼생활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서로 사랑하지 않는 우리는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요?

참고 살다보면, 사랑 비슷한 감정이 생길까요?

 

저는 남편이 자기 고민이나 현재 상황을

저한테 가감없이 알려주고 함께 해주길 바라는데

남편은 제가 아예 모른 척 믿고 맡기길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남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싶은데

남편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우린 이미 많이 멀어져 있어

이젠 그마저도 포기해야 하나 싶어요

 

저는 지금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집안일이든, 육아든, 하다못해 위로나 하소연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고 싶은데

남편은 그런 부분도 썩 이해해 주지 않아요

 

그 외에도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남편의 치명적인 단점이 몇가지 있지만,

 

막상 글로 쓰다보니,

주절주절 자세한 상황을 다 설명하지도 못하겠고

그냥 다 별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도 시작은 사소한 거였는데

서로 반응이 격해져 남편이 전에 없던 막말을 했어요

 

남편의 밑바닥을 본 느낌이랄까요

아, 평소에 나를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제 너는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구나...

 

견딜 수가 없어서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갑자기 한없이 무능력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제 모습에

결혼 생활 몇 년만에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요

 

삶이 쉽지가 않네요

결혼으로 인한, 엄밀하게는 내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요

 

혹시나 불안해 할 큰애를 위해서라도

아닌 척 하긴 해야 할 텐데

거짓으로라도 남편을 편안한 얼굴로 마주할 자신이 없는 게

당장 가장 큰 걱정이네요

IP : 121.157.xxx.9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친정가서 주무셔요..
    '16.4.24 12:21 AM (223.62.xxx.125)

    시간을 갖고 몸도 마음도 좀 쉬셔요.ㅡ

  • 2. ㅇㅇ
    '16.4.24 12:26 AM (218.51.xxx.164)

    저의 결혼생활은 기대를 줄이고 또 줄이고 그나마 또 줄이고의 연속이었네요. 그러다보면 마음도 그만큼이 되드라구요. 애들 다 키워놓으면 아마 사리가 나올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1371 서울 한강 이남쪽 환기해도 될까요? 3 미세먼지 2016/04/24 1,309
551370 그것이알고싶다 수준낮은대학 장난아니네요 7 fff 2016/04/24 4,610
551369 다들 한몫을 해내며 살고있는데 저는 무능해요 23 ㄴㅈㄴ 2016/04/24 4,951
551368 형제복지원 사건 은폐 축소 - 박희태 지목 [AP 통신] 1 ... 2016/04/24 769
551367 12시에 일어나 밥 먹고 들어간 남편 4 에혀 2016/04/24 1,918
551366 청년 빈곤 다큐 지옥고.. 2 2016/04/24 2,087
551365 가스건조기 쓰시는분들~질문있어요! 7 야호 2016/04/24 1,718
551364 달리치약 별로에요 3 ㅇㅇ 2016/04/24 3,828
551363 풍치로 잇몸이 내려앉은 5학년 아줌마의 넋두리 7 중3맘 2016/04/24 5,306
551362 다이알비누 좋아하시는분~~없나요? 11 ㅋㅋ 2016/04/24 4,940
551361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하는데 제 주변에는 다 뿌린대로 거둔 격 43 주말엔숲으로.. 2016/04/24 5,540
551360 윗집에 애 있는집 아래에는 살고 싶지가 않네요(푸념입니다ㅠㅠ) 20 ㅎㅎㅎ 2016/04/24 3,957
551359 사방치기할 때 돌을 돌아올때 집어와요? 7 사방치기 2016/04/24 668
551358 침대청소기 유용한가요? 2 미엘리 2016/04/24 1,086
551357 네스프레소 추천부탁드립니다 7 enflen.. 2016/04/24 1,250
551356 초록마을 할인해주는 카드가 있네요? .... 2016/04/24 982
551355 먹방은 왜 인기 있는 거죠? 8 .... 2016/04/24 2,163
551354 버터를 식용유 대용으로 써도 되겠죠? 6 .. 2016/04/24 1,914
551353 그것이 알고싶다 막내작가 구하네요..ㅎㅎ 12 ㄴㄴㄴ 2016/04/24 3,694
551352 입냄새 잡아준 치약 10 2016/04/24 6,757
551351 중2수학 문제 풀어주세요 5 꽃다지 2016/04/24 843
551350 아메리카노 - 따뜻한거 시키세요 뜨거운거 시키세요? 9 ㅎㅎ 2016/04/24 3,209
551349 4학년 과학 질문있습니다. 5 4학년 과학.. 2016/04/24 800
551348 중1 OMR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요? 2 달달 2016/04/24 811
551347 친정집인테리어:주방,방문색질문 1 2016/04/24 909